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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14. 2016

03. 공감능력이 유전의 문제일까?

<내 옆에는 왜 양심 없는 사람들이 많을까>

산악들쥐는 대부분 포유류처럼 새끼를 가지면 잠깐만 암수 간 유대관계를 지속하지만, 초원들쥐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지속해서 새끼를 돌보면서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다. 1980년대 후반에 뇌과학자 토마스 인젤(Thomas Insel)은, 두 종간에 뇌의 구조 차이는 없지만 애착호르몬인 옥시토신(Oxytocin)과 바소프레신(Vasopressin)을 받아들이는 뇌세포의 수용체 수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한다. 

   

  
초원들쥐의 수용체 빈도가 압도적으로 더 높았다. 실험에서 초원들쥐에게 옥시토신 수용체를 막는 물질을 주입하였더니 자신의 반려자를 모른 체하는 행동이 시작되었고, 산악들쥐 수컷의 뇌에 초원들쥐 수컷의 바소프레신 수용체 유전자를 심었더니만, 초원들쥐처럼 헌신적으로 일부일처제를 유지했다. 
     
일련의 생쥐 연구들은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고 인류의 사랑과 공감, 신뢰의 연구가 줄지어 나오게 되었다. 가령 옥시토신을 코로 흡입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정한 돈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실험에서 신뢰가 증가하여 눈에 띄게 많이 배분하였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침팬지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지 않는데, 이는 옥시토신 수용체 빈도가 우리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더니든에서 1972~1973년에 태어난 1,037명을 성년이 될 때까지 심리적, 신체적 건강과 사회적 상황 등을 추적 조사하는 연구가 시행되었는데, 지금까지도 97%의 참여도를 보이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 남자들의 약 10% 정도가 어려서부터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고 30세부터 심각한 범죄에 연루된다는 통계가 나왔다. 
     
런던 킹스 칼리지의 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아브샬롬 카스피(Avshalom Caspi)는, 이들을 연구대상으로 삼아 어릴 적 학대받은 아이 중 저활성의 MAOA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이 반사회적인 문제를 더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저활성 MAOA 유전자는 공감능력에 영향을 주며, 특히 남자들에게서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유전자는 공격성이 높은 사람과 관련이 높아 ‘전사(戰士) 유전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전사 문화가 발달한 마오리족과 같은 부족에서는 MAOA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킨 비율이 훨씬 높다. 그러나 마오리족이 유전자 때문에 폭력적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억울한 일이다. 낮은 MAOA 유전자를 가진 인구의 평균이 백인 남성이 34%이고, 마오리족 남성이 56%로 더 높은 건 사실이지만, 중국 남성은 77%에 달한다. 그런데도 중국의 살인율은 미국보다도 낮다. 그러므로 다른 유전자와의 관계나 환경적 영향을 무시하고 집단 간에 단순한 비교는 매우 위험하다. 

물론 같은 집단 내에서의 낮은 MAOA 유전자와 공격성은 분명한 연관성을 보인다.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낮은 MAOA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더 높은 공격성을 보인다. 최근 연구에서는 낮은 MAOA 유전자 수준은 대인 과민성을 높이고 비판에 민감하게 만들어 다른 사람들보다 쉽게 마음의 상처를 받고, 이러한 경향이 공격성 증가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남자들이 공감에 더 취약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물질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다. 높은 수준의 테스토스테론은 공감을 촉진하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을 억제하는데, 이들 호르몬이 수용체에 들러붙는 것을 방해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에서 근육을 발달시키는 역할을 한다. 근육을 이용하여 사냥하거나 다른 집단과 싸움을 벌일 때 상대를 제압하는 쪽은 주로 남자들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대상이 되는 사냥감이나 자신이 공격하는 사람에게 공감을 지나치게 한다면, 애잔함을 느끼거나 슬픔에 젖어 있다가 사냥감을 놓치거나 오히려 공격당한다. 이런 사람은 쉽게 목숨을 잃어 그의 유전자는 퍼져나가기 힘들다. 그러므로 테스토스테론을 통해 공감능력을 어느 정도 떨어트리는 편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세로토닌(Serotonin)과 도파민(Dopamin)에 관계된 여러 가지 유전자들이 관여하고 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도파민은 액셀러레이터이고 세로토닌은 브레이크이다. 도파민의 지나친 작용은 자신이 원하는 것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어 공감능력의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세로토닌은 스트레스를 완화해 주고 평상심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세로토닌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중에 세로토닌 전달체 유전자(Serotonin transporter gene)가 있다. 이 유전자의 여러 가지 변이체 중 짧은 형태의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은 세로토닌이 더 적게 생성된다. 인구 중 16% 정도가 짧은 대립형질 유형이 있다고 하는데, 이들은 자동차 브레이크가 잘 안 들을 때와 마찬가지로 충동의 억제에 어려움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사이코패스들은 충동적인 공격성보다는 지나치게 냉혹하고 계획적인 면이 문제이다. 최근 연구에서 오히려 세로토닌 전달체 유전자의 상대적으로 긴 대립형질이 지나치게 낮은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냉혹하고 계획적인 사이코패스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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