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탐방기>
멕시코 하면 어떤 것이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멕시코를 생각하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 위의 선인장, 군침이 도는 타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큰 멕시코 모자를 쓰고 기타를 치는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연상되었습니다. 또한, 마약 카르텔, 영화처럼 탈주했다 잡힌 마약왕 구스만, 미국은 잘사는데 왜 이웃인 멕시코는 그만큼 잘살지 못할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고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멕시코는 가면 왠지 위험한 나라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멕시코로 파견 근무를 나간 친구가 공항까지 마중 나오기로 했지만 급한 일이 생겨 오지 못하게 되었는데요. 저는 괜찮다며 그냥 전철을 타고 가겠다고 하니 친구는 멕시코의 전철은 위험하다며 꼭 택시를 타라고 권했습니다. 그것도 돈 아끼지 말고 제일 좋아 보이는 택시만 타라고 충고해주었죠. 그렇지 않아도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관한 영화를 보고 살짝 무서워하고 있던 차에 현지의 친구마저 그렇게 이야기하니 멕시코는 제게 있어 가기 전부터 두근두근 가슴 떨리게 한 나라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멕시코 관련 여행 책은 휴양지 칸쿤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제일 큰 서점에서조차 찾기 어려웠습니다. 멕시코는 면적만 해도 한반도의 9배, 한국의 20배에 달하는 세계에서 13번째로 큰 나라입니다. 여기에 인구도 1억2천만 명으로 인구 11위의 대국이지요. 게다가 축복받은 땅 덕분에 국토의 50%를 경작할 수 있고, 세계 7위의 산유국이자 세계 2위의 은 생산국일 뿐 아니라 아연과 구리 등 여러 자원까지도 풍부하기에 아무것도 없는 한국으로서는 매우 부러운 나라지요.
이렇게 큰 대국 멕시코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정작 멕시코에 있어 한국은 그들이 4번째로 많은 품목을 사들이는 중요한 나라입니다. (1위 미국 48%, 2위 중국 15%, 3위 일본 5%, 4위 한국 4%)
하늘에서 내려다본 수도 멕시코시티의 첫인상은 교통이 엄청 막히는 곳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길게 늘어선 자동차 행렬이 하늘에서도 보였기 때문이죠. 실제로 멕시코시티의 교통 혼잡도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한편 공항 입구에서는 삼성과 기아자동차 광고가 저를 환영해주었는데요. 다른 광고는 전혀 없이 한국의 두 브랜드만 보여 한국 기업의 위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입국할 때마다 늘 확인하듯, 멕시코에서도 줄이 길 때 외국인에게도 빨리 자국인 라인을 열어주는지 확인했는데요. 나름 빠르고 이성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멕시코의 민낯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요.
첫 번째는 환전할 때였습니다. 공항의 은행에서 환전했는데, 영수증에 적혀 있는 금액과 받은 금액이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은행 직원에게 ‘숫자가 이상하다. 돈을 적게 환전해준 것 같다’고 하자, 직원은 다시 돈을 돌려달라고 하더니 자신이 세어보고 이번에는 잔돈을 좀 더 주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세어보니 이때도 몇백 원이 부족했습니다. 뒤에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잔돈으로 싸우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나왔지만, 길거리 환전소도 아니고 은행 직원이 이렇게 업무를 한다는 것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하철을 탈까 하다 시간도 늦은 데다 은행의 환전도 못 미더웠기에 친구의 말이 떠올라 가장 안전하다는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택시회사 부스에 가서 목적지를 말하고 잔돈을 거슬러 받았습니다. 처음 보는 화폐지만 느낌상 거스름돈이 안 맞는 듯해서 세어보려 하니 그때야 택시회사 직원은 돈을 덜 준 것 같다며 100페소(6,500원)를 더 주었습니다.
은행이 잔돈을 떼먹으니 택시회사는 더 과감히 떼먹는구나. 멕시코에서는 정신을 잘 차리고 침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렇게 작은 부분에서 신뢰가 없으니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지급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멕시코를 안전한 곳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마약 조직과 관련 있는 북쪽의 국경 주변이 위험할 뿐 멕시코 전역이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멕시코도 선량한 사람이 사는 곳이지요. 위험하다고 타지 말라던 지하철은 조금 낡기는 했지만 안전했고, 지방을 가도 호의적인 눈으로 무엇인가 도와주려는 모습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멕시코의 전력 사정이 좋지 못해서인지 가로등이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국토가 너무 넓어 그 넓은 곳을 다 밝히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쉬운 대로 야광 표식이라도 있어서 운전자를 배려하면 좋을 텐데 말이죠. 구불구불한 산길 도로에서는 밤에 사고 나기에 십상이었습니다.
멕시코의 밤거리 역시 가로등 대신 상점의 네온사인에 의존하고 있었는데요. 큰 길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그야말로 암흑천지였습니다. 이런 환경이라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개연성이 저절로 생기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