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옆집 엄마들의 정보력

<대한민국 엄마 구하기>

주변 엄마들을 쥐고 흔드는 돼지 엄마들이 말하는 정보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들과 자주 나눴던 대화를 일부 옮겨보겠습니다.

(박소장) 어머님 얘기를 들으니까 걱정이 됩니다. 나름 아이에게 지금 시키는 사교육에 대한 확신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그런 믿음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 판단으로는 그렇게 하면 당장은 어머님 마음이 편하실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아이에게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정말 크거든요. 아마 이미 문제가 나타났을지도 모르겠네요.

(학부모) 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사실… 애가 예전 같지 않아요. 주변 엄마들 몰래 심리 치료를 받고 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하더니 이제는 그런 말도 안 해요. 집에 오면 모든 게 귀찮다는 표정을 짓고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어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

(박소장) 어머님 죄송한데, 아이를 그렇게 힘들게 한 이유가 뭔지 정말 궁금합니다. 

(학부모) 사실 저도 그렇게 많은 학원에 아이를 보내며 키우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막연히 아이들 교육 환경이 좋다는 말만 듣고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 와서 엄마들이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지 알아봤더니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다들 비슷비슷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주변 엄마들 흉내 내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해서 발품 팔아 여기저기 엄마들이 말하는 학원에 다니면서 상담을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엄마들 얘기와는 다르게 뭔가 교육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곳들이 있더라고요. 분위기나 아이들 표정이나… 그렇게 해서 아이 학원을 결정했지요. 

(박소장) 그런데 아이에게는 왜 문제가 생겼을까요? 혹시 아이와 학원에 대해 상의해본 적은 있으신가요? 

(학부모) 아니요. 아이는 제가 결정한 대로 그냥 따랐을 뿐입니다. 아! 그게 문제인 거 같네요. 

(박소장) 맞습니다. 정확하게 확인해 봐야겠지만 아이의 정상적인 성장 발달 과정과 어머님이 한 교육이 잘 맞지 않아 아이가 지금 어려움을 겪는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학부모)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박소장) 혹시 심리 치료를 하게 된 것도 주변에서 들은 얘기 때문인가요? 

(학부모) 주변에 똑똑한 엄마들한테 다른 아이 얘기처럼 하면서 물어봤더니 대부분 심리 치료를 받으면 된다고 해서…. 

엄마들과 이와 비슷한 대화를 참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엄마들이 또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나름의 원칙과 소신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게 현실에서는 절대 쉽지 않기 때문이죠. 동네마다 대세를 장악하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그들도 사실은 불안합니다. 자신의 정보력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그 정보의 원천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다른 아이가 성공한 방식이 내 아이에게도 그대로 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엄마의 욕심대로 아이를 키운다고 해서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요즘 엄마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제부터라도 주변 엄마들 얘기에 흔들리지 않는 어떤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의사를 존중한 상태에서 엄마의 정보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무엇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지,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가장 잘 아는 건 아이 자신입니다. 아이가 자신이 겪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엄마도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고, 위의 사례와 같이 엄마 역할이 빗나가는 상황을 피해갈 수 있습니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엄마의 정보력에서 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집에서 엄마가 아이와 얼마나 잘 지내는지, 소통을 잘하는지가 핵심입니다. 아이와 소통이 안 되면 엄마의 정보력은 아이를 죽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소통이 잘되면 엄마의 정보력은 별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걸 엄마에게 말하면 그때 가서 아이에게 필요한 정보만 열심히 알아보고 도와주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