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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17. 2016

07. 중국의 부동산과 빈부 격차

<글로벌 금융 탐방기>

중국 부동산에 대해서 ‘버블이다’와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서로 팽팽합니다. 버블 이야기는 나온 지가 수년이 지났지만 계속해서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지요. 북경, 상해, 심천과 같은 대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정말 엄청났는데요. 서울 강남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아파트가 즐비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완공 후에도 입주가 안 된 아파트도 꽤 많았는데요. 그런데도 그 옆에 또 다른 아파트가 한창 지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의 660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반년 이상 전기 사용을 한 번도 안 한 주택이 6,540만 호나 된다고 하니 일단 짓고 보는 미분양 아파트와 빌딩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손실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준 중국의 금융기관이 져야 할 텐데요. 지금은 잘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부동산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여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첫째, 현재 중국에서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많으며, 기존의 노후화된 집에서 현대식 아파트로 이주하고 싶어 하는 욕구 역시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둘째, 지방정부는 비록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땅을 매각하여 엄청난 이득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중앙정부가 특별히 주의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2015년 여름 중국 주식 가격이 내려가고 위안화의 가치가 2% 떨어지자, 전 세계 주식시장도 크게 휘청거렸습니다) 
     
그동안 경제 성장으로 중국 내 불만을 잠재웠는데, 경제가 좋지 못하면 아랍의 봄이 일어난 것처럼 체제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 있기에 조심스럽고 현명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부동산은 중국 GDP에서 제조업(33%) 다음으로 높은 비중(26%)을 차지하기에 주요 성장 동력인 부동산 시장의 활황을 끄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일까요. 심천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9년 전에 산 집값이 무려 ‘9배’가 올랐다고 했습니다. 9배라니! 저는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는데요. 그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자신은 그냥 평균일 뿐으로, 더 많이 오른 곳도 많다고 말해 제 입은 닫히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대졸자 평균 월급이 70~80만 원인데 어떻게 집을 살 수 있냐고 제가 묻자, 자신은 회사 근처에서 살고 있지만, 집이 없는 젊은이는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살거나 여러 친구가 돈을 모아서 도심의 월세를 내며 생활한다고 했습니다.
     
이렇듯 지난 10년 동안 중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기본 서너 배 올랐는데요, 기존에 집을 가지고 있거나 집값 상승 시기에 매수한 사람은 돈을 벌었지만 그렇지 못한 서민과 갓 상경한 농민공, 시골 사람과의 빈부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습니다. 소득 분배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 계수를 보면 중국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고 해도 2015년 0.462로 아직도 꽤 높은 수준이지요. (0은 완전 평등 상태고 1은 완전 불평등 상태를 뜻하며 숫자가 높을수록 소득 불균형이 심함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한국은 0.307입니다)
   

  
중국에서 만난 스무 살 여대생부터 30대 미혼 여성까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그것은 자신과 결혼할 남자는 자동차와 아파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여성 분들만 그런 의견을 가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평균 월급은 70~80만 원 선이기에 그들의 월급으로 차를 사고 고가의 아파트를 마련하기는 절대 쉽지 않을 텐데 말이죠. (게다가 중국의 차량 가격은 세율이 높아 한국보다 비쌉니다)
     
그래서 남자 친구가 그 정도의 돈을 모으지 못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부모님께서 대주시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저는 만일 시대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 부모님이시면 어떻게 하냐고 묻자 간단히 ‘대출을 받으면 된다’고 했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평범한 중국의 젊은이들도 결혼을 미룰 정도로 큰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중국의 한 인기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한 남성 출연자가 마음에 드는 여성 출연자에게 자신과 함께 자전거를 타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자, 그녀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저는 자전거를 타면서 웃는 것보다 BMW를 타면서 우는 게 더 좋겠어요.”
   
지금은 그나마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양가의 조부모와 부모님께 재산을 물려받는 경우가 많아서 유지되고 있는데요. 점점 커지는 빈부 격차는 앞으로 중국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큰 과제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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