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 로켓배송이 되나요?

교육조급증을 생각하며

by 진영

내 인생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찾으라고 하면 내가 하고 싶어했던 일을 이루지 못한 채,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렸던 때였다.


2010년 1월 큰 아이를 어렵게 낳고, 2011년 10월에 둘째를 낳았다. 개월 수로 따지면 20개월의 차이가 나는 일반적인 두살 터울의 자매라고 할 수 있지만, 햇수로 따지면 연년생이 되어버렸다. 쌍둥이보다도 더 키우기 힘든게 연년생 키우기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후로 나는 육아가 너무 힘들때마다 연년생이라 힘든거라고 핑계를 대곤 했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연년생이어서 힘든게 아니었다. 내가 힘든건 육아에서는 나의 존재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루라는 시간에 나는 없고 두 아이만 존재하다보니 나는 그게 무엇보다 힘들었다(그렇다고 아이가 안예쁜건 아니었다. 내 자식 안예쁜 사람이 있을까? 내 자식이니 세상 누구보다 예뻤지만, 예쁜건 예쁜거고 힘든건 힘든거였다) 아이를 케어하는 수동적인 일 말고 적극적으로 나를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2012년. 그 때 큰 아이는 세 살, 1월생이다 보니 충분이 어린이집을 가도 되는 시기였으나, 그 해 봄 남편의 발령지를 따라 처음 오게 된 광주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이는 나와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어린이집에 가는 걸 강하게 거부했다. 어른인 나도 광주가 처음인 도시라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낯설음 가득한데, 세살 아이를 억지로 어린이집으로 내몰수 없어서 세 살, 두 살을 함께 데리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 하루 갈수록 하루가 한 달 같고 한 달은 1년 같이 길고 어떤 날은 아침에 눈뜨는 것조차도 두려웠다. 그러던 여름의 어느 날, 둘째가 조금씩 벽을 잡고 서고 다리가 짱짱해지는게 느껴지면서 나는 둘째에게 돌 전에 걷는 아이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첫째가 돌이 지나서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둘째는 왠지 돌 전에 걷는다는 그런 아이가 될 것만 같고, 그래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겨났다. 솔직한 마음은 둘을 데리고 있는게 너무 힘들어서 둘째가 걷기만 하면 첫째라도 빨리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당시 '걸음마보조기'를 구입해서 둘째에게 주면서 잡고 서고 혼자 걷기를 연습시켰다.

그렇게 작은 아이는 10개월에 처음 잡은 걸음마보조기를 11개월, 12개월에도 잡고 걷기만 했다. 걸음마보조기 없이 혼자서 걷기는 돌이 지나고 나서 14개월에나 겨우 한발짝 떼는 정도였다.


그때의 나는 진심 '육아조급증'으로 똘똘 뭉친 엄마였다. 아이의 성장조차도 내 마음대로 해보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걸음마보조기를 동원해서 아이를 열심히 훈련시킨 엄마였던 것이다. 그러나 역시 때가 있는 법! 엄마가 조급해 한다고, 그 조급함으로 훈련을 시킨다고 해서 아이가 발달의 적기성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갈수록 더 '빨리빨리'를 외치는 시대를 살아가는 듯 하다. 특히 요즘은 쿠*이나 마켓**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그 다음날 새벽에도 현관문 앞에 가져다 놓는 세상이다 보니 택배배송이 혹시라도 이틀을 넘기게 되면 무슨 큰 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이런 빠른 서비스들이 늘어나서일까? 배송문제에 있어서 인내심이라고는 기대하기가 어렵고 우리는 자꾸만 로켓배송, 제트기 배송을 외친다.


가뜩이나 '빨리빨리' 문화인 한국에서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의 적기성이라는게 있고 교육 전문가들이 인간의 발달단계를 고려한 이론에 맞추어 국가의 교육과정을 구성해 놨지만, 그것들이 다 무시된 채, 학원들은 무조건 빨리 아이의 학년보다 앞선 선행학습을 하기 바쁘다. 그리고 엄마들은 그렇게 선행학습을 하는 학원들이 좋은 학원이라며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공부시켜주는 학원을 찾아나선다. 공급자인 학원이 먼저 시작했든 수요자인 엄마가 먼저 시작했든 이미 사교육시장은 빨리 공부시켜주고 앞서서 진도나가주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역시 때가 있구나. 작은 아이에게 빨리 걷게 하고 싶어서 걸음마보조기를 쥐어준다고 해서 빨리 걸을 수 없었듯이, 인지의 영역에 속하는 공부도 때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무조건 빨리 많이 주입시키면 뭔가 좋을 거 같지만, 그런 지식과 공부는 또 금방 까먹는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디게 가는것처럼 보여도(사실 이게 정상속도일 수 있는데)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이해하고 받아 들일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조급증내지 말고.


역시 나는 학원선생마인드가 너무 약하다.. 이래서 오래 해먹겠나 싶은 걱정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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