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브레인들의 독서
- 자꾸만 빨라지는 스마트폰 사용연령
2014년 처음 독서교실을 시작할 때 만났던 초등학생들은 이제 많이 자라서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었다. 중간에 헤어진 아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나와 만나며 책을 읽고 역사 공부를 꾸준히 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6년 7년이라는 시간 동안을 만나다보니 조그마한 꼬맹이였던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 대입을 준비하는 성숙한 수험생의 모습이 되어 있기도 하다. 훌쩍 자라 독서교실의 터줏대감이 된 중등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던 시절만 해도 엄마들의 가장 큰 독서의 고민은 ' 책을 잘 보던 아이인데 자꾸 만화책을 보려고 해요~" 였다.
그림책부터 시작해서 줄글책으로 넘어가 책을 잘 보던 아이들도 3~4학년쯤 되면 만화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그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곤 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만화책을 돌려 공유하는 문화가 여전히 조금은 남아 있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독서의 고비(?)를 그때 그때 넘겨 가면서 꾸준히 독서생활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런데 한해 한해 가면서, 엄마들과 나누는 고민이 색깔이 바뀌었다. 요즘 엄마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걱정의 말은 '애가 맨날 핸드폰만 해요". "애가 맨날 게임만 해요" 다. 그러고 보니 애가 만화만 보려고 해서 걱정이다라는 말은 언제 들어봤나 싶을 정도다.
'줄글책'과 '만화책'의 갈림길에서 아이가 만화에만 빠질까 걱정하던 고민들은 이제 옛날 고민이 되어버렸고, 이제 시대는 '폰'이냐 '책'이냐로 갈린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 하나는 자기만의 폰을 일찍 손에 잡는 아이일수록 '독서'가 더 어렵고 힘들다는 것이다.
책의 맛, 독서의 맛을 느껴보기도 전에 너무 일찍 '팝콘 브레인'이 되어버린 아이들이 차분하게 앉아서 글을 읽어내기란 너무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팝콘 브레인 : 2011년 미국의 공공과학 도서관 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에 처음 등장한 말로, 뇌가 팝콘처럼 톡톡 튀어 오르는 감각적인 것에만 반응하고 정작 현실에는 무감각해지는 현살을 일컫는 말이다. 이 학술지에서는 전자기기에 익숙한 아이들의 뇌 구조가 이러한 '팝콘 브레인'으로 바뀐다고 이야기한다. 요즘 어린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도 손으로 터치를 하고 이에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고 던져버리는 것도 무엇이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나타는 현상이다.
빠르게 움직이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스마트폰을 일찍 잡은 아이가 책을 차분히 읽어내기도 힘들뿐더러 책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너무도 지루하게 느낀다.
요즘 쉽게 볼 수 있는 장면 중에 하나는 식당에서 유아전용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 앞에 스마트폰 거치대를 세워 놓고 현란하게 움직이는 영상을 보고 있는 아이와 한쪽에서 편하게 식사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다. 또 거리에서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이가 유모차에 장착된 스마트폰을 보면서 산책을 하는 기묘한 모습을 쉽게 볼 수도 있다. 산책을 나온 이유는 주변의 풍경을 보기 위함일 텐데, 아이의 시선은 스마트폰 영상에 가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내가 아이를 아주 옛날에 키운 사람 같지만, 나의 아이는 이제 고작 초등4,5학년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팝콘브레인이 떠오른다. 아이의 두뇌는 완성되어 태어난 것이 아니고 만들어져 가고 있는 것인데, 그 시기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먼저 쥐어주는 것은 문제가 있는게 확실하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고, 입학하는 순간부터는 자기 폰을 손에 쥐게 되는 아이가 책을 재미있게 읽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런데 독서를 해야 아이가 똑똑해지고 공부도 잘한다 하니 아이 손을 잡고 독서학원의 문을 두드린다. 초등1학년, 2학년밖에 안된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독서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자기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엄마는 상담을 하는 동안 아이는 자기 폰을 들고 그 세상속으로 들어가 있다. 그럴때 나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서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