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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Jul 13. 2024

재테크를 무엇으로 배우셨나요? (1)

여유롭지 못했던 어린 시절


“북꿈님은 재테크를 뭘로 배우셨나요?”

며칠 전 쓴 글에 이웃님의 댓글이 하나 달린다. 



1. 재테크를 뭘로 배웠는지 

2. 그리고 어떤 종류의 투자를 하고 있는지

3. 노후계획은 어찌 되어 있는지



이러한 내용에 대해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재테크를 시작하게 된 계기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다.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갖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은 늘 참았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 다툼의 원인은 늘 '돈'이었다. 우리 집에서의 '돈'은 예민한 문제였기에 어린 자식들이 '돈'에 관심을 갖는 것은 거의 금기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 늘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하는 막연한 꿈을 꿔왔다. 하루빨리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그 간절함이 어딘가에 닿았는지 24세에 원하던 직장에 취업할 수 있게 되었다. 



취업 후 나름 가계부도 쓰고 저축도 많이 하며 인생의 안정기에 접어들게 된다. 그런데 선배들과 이야기하면 할수록 뭔가 쎄한 기분이 나를 휘어 감기 시작한다. 



퇴직을 앞두고 노후 대비가 되어 있는 선배들은 늘 후배들에게 밥도 잘 사주며 긍정적인 모습만을 보여준다. 그러다 퇴직을 앞당겨 멋지게 명예퇴직을 하기도 한다. 



그 선배들의 공통점은 월급 외에도 월세 등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부동산, 주식 등 다양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노후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커피 한 잔 사주는 것도 아까워하며 늘 어두운 표정을 짓고 다닌다. 어떠한 이슈가 있으면 항상 부정적인 이야기만 한다. 



그러면서 늘 하는 말이 '나 퇴직하면 뭐 해 먹고살지' 걱정을 하고 있다. 개인택시 면허를 알아보기도 하고 50대 후반 재취업을 위해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기도 한다. 



안정적인 회사에 취업만 하면 '돈'에 대한 결핍이 사라질 줄만 알았다. 그러나 퇴직을 앞둔 선배들을 보니 '돈에 대한 결핍은 저 나이에도 존재하는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멋지게 퇴직하고 싶었다. 아무런 걱정 없이 축복만 받으며 정든 직장을 떠나는 그런 그림을 원한다. 



그러려면 저축만으로는 부족하다. 돈을 굴리고 자산을 형성해 놔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노후 대비를 위해서.



우연히 서점에서 직장인 재테크 관련한 책을 한 번 쓱 훑어본다. 그냥 이런 책이 있다는 정도만 보고 구매하지는 않았다. 책도 읽어 본 놈이 읽는 거지 나에게 책은 그냥 명언을 모아놓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2017년. 

지금의 장인어른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장인어른이 숙제를 하나 내주신다. 존 리의 [왜 주식인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오면 5만 원을 주신다는 것.



나에게 5만 원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냥 장인어른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 그때 주식이라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가정에서 '돈', '투자'에 대해 아무런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순진무구한 내가 처음으로 경제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된 사건이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주식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희망찬 내일을 꿈꾸며. 





무엇으로 배웠나요?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책"이었으나 책으로 공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경험"을 통해 크게 배운듯하다. 



2017년,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입문하고 매수한 종목은 엔씨소프트였다. 당시 리니지 M 출시를 앞두고 엔씨소프트에 대한 기대감은 매일 언론에 도배되었다. 당시 19만 원에 매수했었는데 리니지 M 출시일이 다가오며 주가는 승승장구했다.



드디어 기대하던 리니지 M 출시일이 밝았고, 게임이 공개되자마자 주가는 급락하게 된다. 19만 원에 매수해서 다시 19만 원에 매도했던 엔씨소프트. 이때 배운 것은 '주가는 기대를 안고 상승하며 기대가 현실이 되는 순간 상승 동력을 잃는다'였다. 즉, 재료 소멸이라는 단어를 이때 배우게 된 것이다. 



이후 지금의 HLB라는 종목을 매수하게 된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뉴스 기사 하나 보고 매수했던 것이다. 항암제 리보세라닙을 임상 중이라나 뭐라나. 



그러나 운이 좋게도 HLB 종목은 내 주식투자 인생에서 가장 큰 수익률을 보여주게 된다. 2018년 제약/바이오 광풍에 운 좋게 탑승하게 된 것이다. 



2만 원에 매수했던 HLB는 당시 15만 원까지 떡상하며 약 700%의 수익률을 달성하게 되었다. 수익금만 해도 수 천만 원. 돈 복사라는 것을 이때 처음 느껴본 듯하다.


그러나 당시 제약/바이오 대장이었던 신라젠을 필두로 많은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오너리스크와 실체가 없는 적자 회사라는 이유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HLB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비이성적으로 올랐던 주가는 비이성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해 버리는 상황. 전문용어로 '쩜하'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내가 하한가로 매도하려고 주문을 넣어도 매도가 되지 않는다. 



이틀 연속 하한가를 맞고 나서야 간신히 매도할 수 있게 되었다. 수익률 700%가 하한가 두 방 맞으면 수익률은 반토막 난다. 그래도 큰 수익을 보고 매도한 종목이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 일을 계기로 실체가 없는 회사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 특히 수급논리로만 비이성적으로 상승하는 그런 회사들. 최근에는 초전도체 같은 섹터가 그래 보였다. 



이후 2018년 코인 투자로도 반 토막을 경험해 봤고, 2021년 부동산 상승기에 부동산 투자에도 뛰어들어 최근 역전세 등의 수습을 모두 마쳐놓은 상태다. 



다행히 현재까지 총 투자 경력을 보면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공짜 수업료로 배웠다 생각해도 무관하다. 



몇 년간 투자 시장에 머물러 있으며 느낀 것은 책에서 알려주는 기술적인 내용은 실제 투자시장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투자시장에서는 인간의 심리, 본능이 전부다. 그것만 꿰뚫고 있어도 실패할 확률은 줄어든다. 



심리에 대한 책도 많이 읽어 봤지만, 실제 상황에서 나의 본능을 억누르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모두가 비이성적일 때 나만 이성적이면 그게 비정상이 되는 곳이 자본주의니까. 



투자를 하며 계속 책을 읽는 이유는 기술적인 내용을 배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통해 멘탈을 잡고 인내심과 평정심을 기르기 위해 읽는 것이다. 



얼마 전 동생이 시바누이라는 코인에 본인 재산의 1/3을 투척했다고 카톡이 왔다. 수급논리로 움직이는 밈코인이자 개잡코인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냥 응원해 줬다. 



주변 이야기를 듣고 한 선택은 휘발성 경험이다. 금방 그 기억이 사라져 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선택한 것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때로는 데어서 흉터가 남을지 몰라도. 



재테크, 투자란 이런 것이다. 

결국에는 경험을 통해 성장해 나가야 하는 것. 



나머지 내용은 다음 이야기에 쓰도록 하겠다.



다음 이야기는 북꿈이네가 현재 하고 있는 투자와 하고 있지 않은 투자, 그리고 노후 대비에 대한 이야기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단은 모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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