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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Jun 12. 2024

'읽기'는 최고의 성장 도구

요술램프와 같은 책, 주문을 외워보자~

Ⅰ. 기적 같은 책 읽기     


‘책 읽는 게 뭐 대수냐’

‘글만 읽을 줄 알면 누구든지 책 읽고, 책을 주제로 대화하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지’

‘요즘 세상에 글 못 읽는 사람이 있어?’   

  

과연 그럴까? 책 읽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일까? E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책맹인류>라는 프로그램에 의하면 책을 읽는 것은 ‘기적의 협업’이라고 한다. ‘홀리스 스카보르’ 박사는 책을 읽기 위해 ‘시각적 인식, 해독력, 음운론적 지식, 어휘력, 배경지식, 언어구조 이해력, 문해 지식, 언어 추론력’, 무려 8가지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사는 이를 ‘리딩 로프’라고 이름 지었다. 이 중 하나라도 결핍되면 우리는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EBS는 ‘배경지식’의 결핍에 대하여 재미있는 실험을 하였다. 제작진은 초등학교 야구부와 몇 명의 성인들, 이렇게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지문을 나누어 주고 숙지하도록 했다. 글의 내용은 9회 말 야구 경기 진행 상황이었다. 3번 타자가 번트를 대고 진루하고, 그다음 타자는 낫아웃(2 스트라이크 이후 포수가 공을 놓친 경우, 타자가 1루로 달려갈 수 있는 상황을 말함.)에서 ‘어쩌고 저쩌고’하는 내용이었다. 제작진은 잠시 후 지문을 회수하고 그룹별로 지문의 내용대로 재연하도록 요구했다. 야구부 학생들은 그 자리에서 한 번에 지문에서 제시한 내용을 보여줬다. 야구에 무지했던 성인들은 우왕좌왕하면서 서로 토론하다가 급기야 한 번 더 지문을 보여달라고 제작진에게 요구했다. 


EBS 방송을 보고 내가 놀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무심코 지나쳤던 ‘읽는 행위’에 대한 가치의 재발견이다. 내가 어떤 문장을 읽고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거나 책에서 알려준 대로 생각이나 행동이 변한다면, 이를 ‘기적’ 아니면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하겠는가? 20년 동안, 일천 권 이상 책을 읽고 독후감까지 작성하는 동안, 매 순간 8가지 능력을 사용한 나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에는 시각적 인식능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필요하면 안과에서 수술을 받을 생각이다.


두 번째는 ‘배경지식’이라는 요소에 대해 생각이 깊어졌다. 아는 사람 중에는 고전을 들고 며칠을 끙끙대다가 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 사람은 ‘책 고르기’에 실패했다. 한 발 들어가면 책을 읽을 수 있는 배경지식이 부족한 상태였다,라고 말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누적될 수 있다. 즉 단계별로, 지속해서 책을 읽고 지식을 쌓아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진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나의 두뇌를 온 힘을 다해 읽은 내용을 스르르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너무나 아깝고 안타까운 일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읽은 것을 내 안에 잡아두고 나의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내가 20년 동안 읽었던 책의 목록을 살펴보았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책 내용이 기억이 났다. 주제별로 묶어 보는 마인드맵을 그리기 시작했다. 천 권의 책 제목이 모두 하나의 커다란 종이에 그려졌다. 나는 어떻게 책을 읽어 왔는지 되돌아보았다.     


Ⅱ.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지 않는 독서법     


1. 독후활동의 시작


1999년, 나의 독후활동은 시작되었다. 아내가 ‘생각 없이 산다’라는 핀잔에 자극받아 거실에 있는 책을 집어 들었다. 나는 이내 책 읽기를 포기했다. 집에 쌓아둔 책은 모두 아내가 읽은 책이었고 배경지식이 나와 달랐던 아내의 책은 내게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90년대 말 우리 사회에 ‘지식인’에 관한 탐구가 유행처럼 번졌다. 가벼운 자기 계발서는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내가 다시 잡은 책은 <신지식이 21세기를 이끈다>였다. 책 속에서 발견한 문장에 나는 도끼로 한 대 맞은 충격을 받았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독후감을 적어라’라는 말을 했다. 나는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처음 몇 권은 제목만 적고 끝냈다. 문장 한 줄 적는 것도 내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독서량이 늘어나면서 감동하거나 오래 간직하고 싶은 문장에 밑줄을 긋기 시작했다. 독서 노트에 문장을 옮겨 적었다. 내가 써 둔 문장을 두세 번 읽어보니 나름대로 내가 책을 보는 관점이 드러났다. 본격적으로 느낌을 적기 시작했다. 직원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좋은 책은 독후감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글쓰기를 하면서 나의 문장 실력도 나아졌다. ‘몇 년 전보다 글이 좋아졌어’라고 말해주는 직원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2.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


나의 독서 인생에 전기를 맞게 된 계기는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라는 책이다. 김정운 교수는 독일 학생들은 카드에 자신이 배운 내용을 기록하고 카드를 나누고 모으면서 제 생각을 정립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다시 한번 눈이 번쩍 뜨였다.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단어 암기 카드에 독후감을 적기 시작했다. 카드 한 장이 책 한 권이 되었다. 쉽게 다시 꺼내 볼 수 있고 여러 장을 엮어서 새로운 생각도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카드를 계속 사용하던 중, 내가 독후감을 쓰는 패턴이 보였다. 나는 밑줄 그은 문장을 옮겨 쓰고, 책 내용을 몇 줄로 요약한 다음, 책에서 내가 획득한 지식이나 위로를 적었다. 마지막으로는 생각이나 행동의 변화를 적거나 앎의 깊이가 달라진 내용으로 마무리했다. 나는 변리사 사무실을 찾았다. 나는 체계적으로 독서를 하면서 지식을 공유하고 창출하는 방법에 관해 설명했다. 변리사는 비즈니스모델로 출원할 수 있다면서 서류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3월에 출원했다.


3. 가장 인간적인 독후활동 방법, GC카드


나는 출원한 독서카드를 ‘GC카드’라고 이름 붙였다. 카드에 적는 내용은 Copy(문장 옮겨 쓰기 또는 훔치기), Contents(책 내용 요약하기), Gain(책으로부터 얻은 것 적기), Change(나의 변화 찾아내기)이다. 이중 Gain과 Change의 앞 글자를 합쳐 GC카드라고 불렀다. 


독서기록을 할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도 많은 데 왜 손으로 카드에 적어야 하지?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앱이나 웹에 느낌을 적으면 ‘클라우드’에 저장하게 된다. 구름 속에 있는 것은 결코 나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다음은 기록한 내용을 다시 꺼내 볼 때 감정의 변화가 다르다. 내가 손으로 꾹꾹 눌러 적은 독후감은 같은 글체, 즉 바탕체나 돋움체를 봤을 때보다 나의 마음과 뇌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마음에 변화가 없으면 생각도 움직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는 제한성이다. 독서 카드의 용량은 제한되어 있다. 이와는 다르게 앱과 독서 노트는 쓸 수 있는 양이 제한되어 있지 않다. 중요한 내용만 요약해서 적는 요령은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과 직결된다. 아무리 밑줄을 많이 쳐도 그중 중요한 것만 옮겨 쓰는 연습을 하다 보면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요약하는 훈련은 업무 추진력과 소통력, 즉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4. GC카드의 검증


시중에 수많은 독서법 책이 존재하고 지금도 출간되고 있다. 독서법 책 중에는 순식간에 몇백 권의 책을 읽고 요약해서 정리하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의 독서법에 자신의 통찰력을 더하여 펴낸 책이 많다. 나의 책은 이런 책과는 다르다. 나의 독서법은 20년간의 독서 경험을 축약해서 하나의 프로토콜로 만든 것이다. 집필 후 나의 방법이 맞는지 점검하는 차원에서 몇 권의 독서법 도서를 사서 읽었다. 독후활동을 하라는 내용은 같은 맥락이지만 이미 출판된 독서법 도서는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의 독서법은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가로 세로 150*100 밀리미터 카드에 네 가지 사항(Copy, Contents, Gain, Change)을 적으면 끝난다.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었던 방법이라는 것도 검증했다. <제텔카스텐>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니클라스 루만’이라는 교수가 사용한 카드와 크기가 같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도 놀랐다. 


사이토 다카시의 <일류의 조건>이라는 책이 있다. 자기 계발서 분야의 대박 작품이다. 여기서 저자가 강조하는 일류의 조건은 세 가지, 즉 훔치는 힘, 요약하는 힘, 추진하는 힘이다. 내가 주장하는 GC카드 항목에 이 조건이 포함되어 있다. Copy는 읽은 책에서 훔치고 싶은 부분을 옮겨 쓰는 행위이며, Contents는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이다. 자신의 변화(Change)를 파악하고 이를 성장의 계기로 삼는다면 추진하는 힘을 가지게 된다. GC카드만 따라 하면 일류의 조건을 모두 챙길 수 있다.     


주문을 외워보자     


나는 책으로부터 너무 많은 혜택을 받았다. 30대 중반부터 시작한 체계적인 독서 활동으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으며 업무 성과로 이어졌다. 책을 읽을수록 나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탐구심을 길렀다. 3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고 국립대학교 겸임교수까지 지냈다. <서점은 내가 할게>의 저자, 강정아 대표는 ‘30분의 독서로 가라앉지 않는 슬픔은 없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책에 모든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직장에서 업무 성과도 올리고, 박사학위도 받고, 겸임교수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은 ‘독서의 힘’이다. 독서의 효능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책도 쓰고 강연도 한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도 책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제 책이 요술램프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았으니 주문을 외워보자. 한번 읽은 책은 절대 잊지 않겠다, 는 주문 말이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읽은 책을 사라지게 하지 않고. 나의 성장을 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만들겠다는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적 같은 책 읽기, 더 기적 같은 나의 삶을 위해서 오늘도 나는 읽는다. 쓴다.


#한번읽은책은절대잊지않는다


*부산시 교육청 독서전문지원단 강연을 위한 원고입니다.


**표지 그림은 출판사에서 만든 도서 제목 시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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