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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May 03. 2024

자기 계발서를 무시하는 분들에게

재테크에 관심 있다고 해서 화폐론과 자본론을 먼저 읽지 마시라

책 읽기는 '기적의 협업'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어른의 독서법'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을 출간한 후, 언론 인터뷰를 몇 번 했다. 단골 질문 중 하나는 자기 계발서에 관한 내용이다. 진정한 독서가라면 자기 계발서를 탐독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는 취지다. 


다음은 지난 1.17.(수) 오후 4시, CBS 라디오와 인터뷰 시 국재일 아나운서의 질문내용이다(1.24. 오후 4시에 방송).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는 분들에게 자기 계발서를 추천하셨다흔히 독서가들 가운데 자기 계발서 얕잡아보고 평가절하하는 경우도 많은데... 생각이 다르신 것 같다."


<책과 아이들>의 저자, 강정아 대표는 '독서지도는 책 고르기에서 시작해서 책 고르기로 끝난다.'라고 말했다. 이제 막 독서를 시작한 사람에게 책을 고르는 행위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나도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하기 전에 책 고르기에 실패했다. 


내가 30대 중반이었을 때다. 책을 읽게 되면 사고력이 길러지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몇 권의 책을 잡았지만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그때 내가 잡은 책은 아내가 집에서 읽던 책이었다. 오랫동안 독서를 해온 아내와 나의 독서력은 큰 차이가 있었다. 나는 '책 읽는 게 별거야'하고 생각하고 첫 페이지를 넘겼다. 배경지식과 문해력에서 아내와 비교하면 크게 뒤쳐지는 나는 몇 페이지 넘기지  못했다. 나는 책과는 어울리지 않아, 하고 생각하고 나는 독서 자체를 포기하게 되었다. 


E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책맹인류>라는 프로그램에 의하면, 책을 읽는 데 필요한 능력은 무려 8가지가 된다고 한다. 시각인식, 해독력, 음운론적 지식, 어휘력, 배경지식, 언어구조 이해력, 문해지식, 언어추론력, '책 읽기'는 한마디로 '기적의 협업'이라고 한다. 30대 중반까지 책과는 담을 쌓았던 내게 기적이 일어날 리 없다.


다시 삶이 무기력해지려는 즈음에 나는 새로운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1999년, 매스컴에서는 '지식인'에 대한 탐구가 펼쳐졌다. 정부에서도 '지식인상'을 제정하고 세미나와 토론회가 열리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나도 지식인의 대열에 서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지식혁명 보고서>(매일경제신문)를 시작으로 <신지식인이 21세기를 이끈다>(정임식)를 읽었다. 이어서 엘빈 토플러의 <제3 물결>, 빌 게이츠의 <생각의 속도>로 뻗어나갔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적은 책이 50권을 넘어서니 내게도 자기 계발서 말고도 책을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인문서로 넘어갔다. 시와 소설, 수필을 읽기 시작했다. 중국인 작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읽고 그의 소설을 훑었다. <살아간다는 것>,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 <내게는 이름이 없다>를 읽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윌리엄 셰익스피어, 움베르토 에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을 챙겨 읽었다. 


자기 계발서로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의 독서 여정은 지금까지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의 '가벼운 책'부터 먼저 읽는 게 독서인생으로 가는 가는 비결이다. 


자기 계발서의 좋은 예


나는 자기 계발서의 필요성을 역설할 때 드는 예시가 두 가지다.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자본론>이나 <화폐론>을 읽기 시작하면 망한다. 개그맨 고명환 씨가 메밀 전문 식당을 운영하면서 일 년에 10억의 매출을 올린 <메밀꽃이 피었습니다>를 먼저 읽는 게 좋다. 그다음에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타나베 이타루)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임승수)를 읽어야 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처음부터 문장론이나 국어 문법책을 읽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 최고의 문장가라 일컫는 소설가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열 번, 백 번을 읽는다고 해서 그와 같은 문장이 나오지는 않는다. 글 쓰는 법을 이야기하는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김정선), <묘사의 힘> (샌드라 거스)을 읽고 자신이 쓴 문장을 한 번 더 고쳐보는 게 도움이 된다. 


독서법을 이야기하는 자기 계발서의 좋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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