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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Dec 06. 2024

나이야 좀 비켜줄래? 난 배우고 일해야 해

나이에 맞춘 결혼과 교육, 휴가와 봉사는 이젠 그만

2024년 6월부터 시작된 'SnL(Senior Life) 캠퍼스'의 올해 마지막 수업은 노인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펼쳐지는 현장을 찾기로 했다. 나는 12월 첫 번째 수요일, 망미주공아파트 내 자리 잡은 ‘노인생활과학연구소’로 향했다.     


  저녁 7시, 날이 깜깜하다. 부산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재건축 사업장답게 아파트 단지는 넓고 깊었다. 이중 삼중으로 주차한 차가 낙락장송 밑에 늘어선 모습을 뒤로하고 아파트를 한 바퀴 돌았다. 건물 앞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이라니! 여기는 건강한 노인을 위한 연구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노인생활과학연구소를 주목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연구소 자체적으로 민간자격증 제도를 가졌기 때문이다. 민간자격증은 SnL 캠퍼스가 지향하는 목표 중 하나다. 우리 모임도 커뮤니티에서 법인으로 발전하게 되면 좋은 콘텐츠를 가진 민간자격증을 만들고 싶다. 자격 취득을 위한 교육과 자격증 발급 사업, 보수교육과 관련된 곁가지 일들이 발생할 것이다.     


소장님의 강연을 듣고 우리는 연구소에서 개발한 교구를 직접 만져보았다. 그날 사용한 교구는 숫자 ‘7’ 모양을 가지고 다양한 구조를 연출하면서 두뇌 훈련을 하는 ‘칠 자 이야기 교구’였다. 책장에는 다른 모양의 교구들이 즐비했다. 의자 이야기, 담벼락 이야기, 바느질 이야기, 자석 한글 이야기 등 시니어에게 익숙한 소재를 활용하여 교구로 만들었다.     


2018년 시작한 교구 개발과 제작, 교육사업은 코로나 팬데믹에 주춤하다가 지금 꽃을 피우고 있다. 부산시 연제구의 노인시설에 이미 배부가 되었으며, 자격증 교육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노인교구사 자격증은 1급과 2급으로 나뉜다. 1급 소지자는 각 기관에서 교육 강사로 활약하고 대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재 1급이 15명 정도라고 하니, 자격증 시장에서는 초기 진입단계라고 볼 수 있다.     


연구소를 방문한 두 번째 이유는 연구소 소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동희 소장님은 ‘노인 학대’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25년간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실천을 하고 있다. 디지털 에이징, 노인 돌봄, 시니어 일자리와 국제교류 사업에도 활발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15년 전, 실버산업 육성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된 소장님이었지만 가끔 행사에서 뵙기도 하면서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는 SnL 캠퍼스를 꾸리면서 한동희 소장님을 반드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에서 나온 통찰력을 배우고 싶었다.     


  소장님의 강의는 나의 기대를 그대로 만족시켜 주었다. 부산의 시니어 현황과 정책 분석,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노인에 대한 사고의 틀을 바꾸고 고령화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이제는 노인 세대를 별도로 떼어내서 생각하지 말고, 모든 세대와 함께 다양한 과업을 찾는 Aging Friendly Community‘가 되어야 한다면서, 가까운 곳에 의료시설, 도서관, 문화시설이 들어서는 ’15분 도시‘ 시책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소장님의 말씀 중에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는 나이에 따른 과업을 수행하는 시절은 지났다는 내용이다. 삶의 과정을 살펴보면, 20대 나이까지 교육받고, 50대까지 일을 하고 가족을 보살피다가, 이후에 여가와 봉사를 하였다. 이제는 바뀌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교육, 일과 가족, 여가와 봉사라는 과업을 시행한다. 

     

요즘 시니어의 삶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60대, 70대에도 배우고,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선다. 여가와 봉사를 즐기는 시니어도 있지만,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은퇴자의 삶을 쉽게 볼 수 있다. 나이야 가라! 나이 때문에 해야 하고 못 하는 일이 없는 시대다.     


두 번째는 ’이키가이(ikigai)’라는 단어다. ‘이키가이’ 의미는 ‘살아가는 보람, 존재하는 이유, 아침에 눈을 뜨는 이유’라고 알려져 있다. 아래 그림과 같이 자신이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보수받는 일, 세상에 필요한 일을 적고 열정과 직업, 소명, 사명을 찾아가는 도표다.      



지난주(2024.12.4.일) 개최된 SnL 캠퍼스 마지막 모임에서 회원들은 ‘이키가이’ 도표를 직접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동그라미를 채우는 동안 자신의 시니어 라이프에 대하여 생각해 보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점검하고 소통하였다. 내가 잘하는 일을 좋아하고, 보수를 받게 되면 좋겠다. 이와 함께 세상에 필요한 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2024년 6월에 출범한 SnL캠퍼스 1기 모임이 끝났다. 송년 모임에서는 내년에 할 사업에 대하여 틀을 잡았다. 1월, 노인 요양병원 내과병원장 강연을 시작으로 배움을 이어가고 광주 빛고을 노인관광타운 현장 견학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회가 되면 일본의 시니어 프로그램 현장도 찾아볼 계획이다. 끊임없이 시니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보면 반드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배우면서 일하고 즐기는 삶이 우리 앞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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