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책 찾기가 그리 쉬울까?

by 필우

입속에 들어가자마자 영혼을 울리는 음식

삶의 마지막 순간에 떠올리고 싶은 한 장의 사진

전율이 온몸을 감싸 돌면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영화

평생을 함께 걷고 싶은 오직 한 사람


소울푸드, 인생컷, 인생영화, 인생친구 하나만 가져도 자비심 없는 살벌한 세상에서 살만하다. 인생책도 마찬가지다. 내 삶의 등불이 될 인생책 하나 구할 수 있으면...


전임교수를 채용하는 공고문에 표시된 '인생책 읽기' 과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를 위해 만든 강의가 아닌가? 알고 보니 그만둔 전임교수가 몇 년 간 계속해왔던 강의였다. 강의과목 명칭은 후임자를 뽑는 공고문에 기계적으로 담겼다. 독서법 책을 출간한 나로서는 다른 어떤 과목들보다 의욕이 솟는 강의였다.


전임교수로 임용된 이후 강의 내용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고민했다. 교육대상자는 인재개발원에서 10개월간 교육을 받는 선임 공무원 85명이었다. 일주일에 한 시간, 총 30시간의 강의시간이 주어졌다.


지난해까지는 입교생이 자신의 인생책을 한 권 선정해서 15분 정도 발표를 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인생샷 하나 건지려고 목숨까지 잃어버렸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인생책 한 권 고르기가 그리 쉬운가? 자신이 읽었던 책 중에 재미있었던 책을 챗gpt나 YES24에서 검색한 요약 내용을 복붙(복사하기, 붙이기)해서 발표한 학생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수업 첫 시간에 인생책의 의미와 고르는 기준, 방법, 개인별 발표 일정을 알려주었다. 인생책을 선택하기에 앞서 먼저 선행되어야 할 작업이 있다. 자신의 욕망과 가치관을 살펴야 자기에게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다.


나는 '이키가이(Ikigai)' 도표를 준비했다. '이키가이'는 '삶의 가치, 아침에 눈을 뜨는 이유' 등으로 해석되는 일본어다. 지난해 연말, 퇴직준비모임에서도 이 도표를 활용하여 회원들은 자신의 삶을 점검한 한 적이 있었다. 네 개의 원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 돈이 되는 일, 가치 있는 일을 적도록 구성되었다.


[이키가이 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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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생들에게 이 도표부터 그려보라고 주문했다. 자신의 관심분야가 정해지면 고를 수 있는 책을 서너 권 정도 소개했다. 내가 읽었던 책 중에서 지금도 많이 읽히는 책으로 골랐다.


예를 들면 이런 책이다. 성찰 부문에서 권할 만한 책으로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지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지음),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장영희 지음)을 소개하고 성장과 변화에 관심이 있는 학생에게는 <프레임>(최인철 지음), <에디톨로지>(김정운 지음), <몰입의 즐거움>(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생각에 관한 생각>(대니얼 커너먼 지음)을 추천했다.


인간을 이해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나 아렌트 지음),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슨 지음), <레미제라블>(빅토르 위고 지음)과 함께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 작품을 읽어보기를 권했다. 소박하고 소소한 행복을 원한다면 <우리들의 하느님>(권정생 지음),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함민복 지음), <월든>(헨리데이비드 소로 지음)이 좋다.


나의 인생책은 무엇인가? 매 수업시간마다 한 권의 책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좋은 책들을 많이 읽었다. 그래도 그중 단 한 권을 고르라면 나는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를 꼽을 수밖에 없다. 나의 독서 방법을 바꿔주었고, 한번 읽은 책을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준 책이다. 덕분에 독서방법론 책도 출간하게 되었으니 <에디톨로지>에 대한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혹시라도 인생책을 선택하여 삶의 등대로 삶고 싶다면, 먼저 자신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책을 추천받기를 원하면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지 않는다>(RHK)에서 추천하는 도서 목록을 살펴보면 좋겠다. 어느 분이 '이 책은 추천도서 목록만으로도 값어치를 한다.'라는 댓글을 달아주기도 했다. 내가 소개하는 90권의 책 중에 인생책을 반드시 만날 수 있다.


내 삶의 등불이 될 인생책 하나 정도는 가지고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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