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란 주인공이 개고생 하는 이야기
지난해, 가족끼리 모여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용감하게 외쳤다.
"2025년에 나는 소설을 쓸 거야."
독후감은 천 편 이상을 써보았지만, 소설은 시도조차 해 보지 않은 분야다.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의심도 있었지만 나의 욕구는 분명했다. 소설을 써야 한다. 내가 읽은 수 백 권의 소설은 내게 속삭였다. 너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봐! 소설가가 그렇게 부럽다면 한 번 해봐! 의심과 두려움은 개나 줘버려!
지역 서점에서 소설가가 진행하는 소설 수업을 신청했다. 200자 원고지 기준, 30매 정도에 해당되는 초단편 소설을 쓰는 수업이었다. '손바닥 소설'이라고도 불렀다.
아직 차가운 기운이 골목을 쓸고 다니는 2월 말에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여섯 명의 학생들이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이유를 말했다. 소설 수업을 처음 듣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이미 글쓰기 강습을 받은 적이 있었다. 심지어 두 명은 이번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소설가)에게 수업을 받았었다. 나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왜 수업을 다시 듣지?
물음은 수업을 받는 동안 자연스럽게 풀렸다. 수업이 진행되는 3개월간, 학생들은 집중해서 글을 생산한다. 지도해 주는 소설가뿐만 아니라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게 되면서 조금씩 자신의 글이 나아지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함께 수업을 들었던 학생 중 한 명은 부산소설가협회에서 진행한 소설 쓰기 수업의 심화반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부산소설가협회의 소설 수업은 우리가 받는 수업이 끝날 때쯤 중앙동 또가또가에서 시작되었다.
수업은 2주에 한 번씩 모두 7회 차로 진행되었다. 간단하게 이론 수업을 하고 학생이 쓴 짧은 글을 합평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합평에 사용될 소설을 미리 조금씩 써서 검토를 받았다. 이러한 나의 전략은 수업이 진행되면서 벽에 부딪혔다. 처음 써 보는 소설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나,라고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엉망이었다. 제대로 글이 전개되지 않았다. 어영부영 출발은 했지만 한 페이지만 넘어서면 뭘 말하고 싶은지, 주인공이 누군지, 인과관계는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나조차도. 급하게 결론을 내는 모양은 식탁을 차려놓고 제대로 먹지도 않고 음식들을 쓰레기통에 한꺼번에 쓸어 담아 버리는 것과 닮았다.
결국은 처음 잡았던 주제, 즉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독서치료사가 심리적 불안으로 질병을 앓게 되는 마을 주민들을 책으로 치료한다.'는 내용은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채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이야기를 찾았다. 전세사기의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위조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합평을 받았다. 마지막 수업시간에 강사로부터 조금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소설 수업은 내게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소설가에게 수업을 받아보다니!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문우들을 만나서 그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런 경험은 두 번째 받는 소설 수업에서 더 확장되었다.
수업을 받는 동안 노트에 적거나 출력물에 메모해 둔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고 생각했다. 내가 집중력이 약해지고 나태해졌을 때 이 글을 보면 다시 마음 다잡고 글을 쓸 것이다. 강사님은 다음 사항들을 강조하였다.
'소설은 인물이 개고생 하는 이야기다.'
독자는 인물의 고생을 함께 겪는 동안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강사는 '작가는 인물을 만들고 그 사람이 속해 있는 세계(배경) 속에서 겪는 일(사건)을 쓴다.'라고 강조했다. 소설을 쓰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주인공을 개똥밭에 굴려야 한다.
'로그라인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책 전체 내용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이 로그라인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글이 중구난방으로 흐르게 된다. 중심을 잡아주는 문장이 필요하다. 나는 다른 작품을 읽을 때도 로그라인을 찾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야기는 거의 '기승전결'에 맞춰서 일어난다.'
'기'부분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분이다. 인물의 성격, 결핍, 욕망이 나타나고 시간, 공간, 시제, 시점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승'에서 문제가 진행된다. 주된 갈등과 인물의 개고생이 시작된다. 말하기와 보여주기가 균형을 맞춰 전개되어야 하며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인지 체크해봐야 한다. '전'은 문제가 반전이 되는 부분이다. 사건이 끝난다. 전체 구성이 이해가 되는지 살펴야 한다. '결'은 마무리다. 독자는 이야기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주인공의 변화가 필요하다.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글부터 시작하라, 꾸준하게 쓰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지닌 문제적 인물을 설정하라, 등등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강사의 설명만 되새겨도 좋은 글을 만들 수 있겠다.
앞으로 나의 소설 쓰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나는 궁금해졌다.
#소설쓰기
#한번읽은책은절대잊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