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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Jan 26. 2023

젊은 세대로부터 배운다 '오히려 좋아'

#알빠임 #가보자고 #오히려좋아 #중꺽마

"요즘 MZ세대가 많이 쓰는 표현으로 새해 첫 마침표, 찍겠습니다. 2023년도 '가보자고'"

2023.1.1.일, 새해 첫날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뉴스를 보게 되었다. 앵커의 마지막 대사가 귀에 귀에 달라붙었다.


가보자고! 이런 말을 MZ세대가 많이 쓴다고? 나는 거실을 어슬렁거리는 딸에게 물었다.

"가보자고,라는 말을 네 또래들이 사용해?"

"그려. '가보자고'는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사용되고 있어. 2022년에 MZ 세대 유행어가 세 개 있었어, 알빠임, 가보자고, 오히려 좋아"

"다른 말은 의미가 와닿는데 '알빠임'은 뭐야?"

"월드컵 경기 중 포르투갈 경기를 앞두고 누군가가 게시글에 단 댓글인데, 그게 시작이 되었어"


2022년 월드컵에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우리나라 대표님은 자력만으로 16강에 진출할 수 없었다. 같은 조에 있는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 결과에 따라 탈락여부가 달라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마치고 경기장에 빙 둘러서서 다른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숨죽여 지켜보는 장면을 연출했다. 전 국민이 이를 지켜보았다.


'알빠임'은 포르투갈과의 경기 전 인터넷에서 여러 경우의 수를 분석하면서 네티즌들이 입방아를 찧고 있을 때 한 네티즌이 단 댓글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다른 경기장의 승부에 상관하지 말고 우리 팀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 집중하자는 의미다. '내가 알바 아니다',라는 강한 의지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또는 목표를 성취하겠다는 것은 MZ의 성향과 맞아떨어진다.


'오히려 좋아'는 아프라카TV의 BJ가 처음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 말을 유행시킨 것은 평소에도 방송 중에 '오히려 좋아'를 외쳐온 유튜버 침착맨(이말년)이다. '오히려 좋아'는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이지만 아프리카TV, 트위치에서 급속하게 퍼짐으로써 MZ가 사용하는 밈이 되었다.  


'오히려 좋아, 알빠임', 가보자고 이런 말을 좋아하고 즐겨 쓰는 MZ세대라니! 내게는 의외였다. 나는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를 비판하는 시각이 지배적일 줄 알았었다. 아니었다. 내게 닥친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보다는 내가 알아야 할 일,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시작해 보자는 태도는 본받아야 한다. 젊은 세대로부터 한 수 배웠다.

 

  직장에서도 젊은 세대가 유입되면서 많이 바뀌고 있다. 얼마 전 만났던 회사 간부는 자기 회사에서는 '회식' 자체를 없애버렸다고 하였다. 점심 식사나 다른 문화활동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우리 직장도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회식은 가뭄에 콩 나듯, 직원 승진이나 자리이동이 있을 때만 개최한다. 그것도 대부분 1차만 끝나면 자연스럽게 바이바이를 외친다. 


퇴근할 때도 눈치 보지 않고 알아서 척척 빠져나간다. 나는 집에 갈 때는 팀장에게 인사하고 가지 말라고 말해 두었다. '먼저 가겠습니다.' 퇴근 시간에 직장을 빠져나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 팀장이나 동료에게 먼저 간다고 말하면서 미안해할 것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직원들의 근무 태도도 좋아졌다. 선임이나 직장 상사들도 얼렁뚱땅 시간 때우는 일도 없어졌다. 청탁이나 부당한 지시도 많이 없어졌다. 젊은 세대들이 부정하거나 부당한 업무 지시를 호락호락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내가 어느 기관에 파견 나가있을 때였다. 직장 내에서 갑질 문제가 터졌다. 몇 명의 직원들이 국민권익위와 노동청을 비롯한 기관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당장 필요한 조치를 하고 위원회를 개최하여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두 개의 뚜렷한 시각이 보였다. 갑질로 문제가 제기된 팀장은 직원의 능력을 향상하고 조직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팀원은 생각이 달랐다. 지나친 간섭이었고 거친 표현 때문에 마음을 다쳤다. 행정적으로는 잘 마무리되었지만 흉터는 오래갈 것이다, 팀장과 팀원 모두에게. 갑질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알게 되었다,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지금도 그 사건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중꺽마'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나는 월드컵 기간 중 태극기에 적힌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훌륭한 문장이 있다니! 그제야 생소했던 그 문구는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티브이 자막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았다. 


꺾이지 않는다면 못 할 일이 무엇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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