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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Jul 30. 2023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배우기 좋은 나이, 50대

열 집이 모여사는 작은 마을에도

반드시 나만큼의 성실하고 믿음직한 사람은 있겠지만,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논어>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마지막 줄의 원문은 '불여구지호학야(不如丘之好學也)'이다. 여기수 '구(丘)'는 공자 자신을 가리킨다. 공자는 한 마을에서 성실하고 믿음직한 사람, 즉 충신(忠信)스러운 사람은 많이 있겠지만,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말하자면, 자신이 으뜸이라는 것이다.


김용옥 선생의 유튜버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선생은 <논어>와 같은 동양고전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한 분이다. 김용옥 선생은 공자 사상의 핵심은 '인(仁)'이 아니라 '호학(好學)', 즉 학문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특유의 몸짓으로 핏대를 올리며 말했다.


배움으로 일관된 나의 여정


  공자의 발 뒤꿈치에도 못 따라가겠지만 나도 배움을 좋아한다. 30대 후반부터 시작한 독서가 천백 권을 넘었고 독후감을 적은 노트도 열다섯 권이다. 오래전부터 노트에 적은 글을 블로거와 페북에 게시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유튜버에 동영상을 제작해서 올리고 인스타에도 '카드독서' 형태로 시각화해서 공유하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은 모든 과정을 독학으로 배우고 있다. 자막 쓰고, 배경음악 넣고, 맥락에 맞는 동영상 따와서 끼워 넣고. 혼자 하다보니 밤새 만든 작업물을 날려먹기도 했다. 더디지만 앞으로 나가고 있다. 주로 주말에 동영상 편집을 위한 시간을 바친다. 비용도 제법 들어간다. 편집에 필요한 세 가지 프로그램에 매달 구독료를 바친다. 퇴직할 때까지 구독자 천 명은 달성해야 할 텐데... 


인스타는 '카드독서'라는 브랜드로 게시하고 있다. '카드독서'는 이십 년 넘게 독후감을 쓰면서 터득한 방법을 집대성한 방법이다. '카드독서'는 지난 3월에 특허법인을 통해 정식으로 특허청에 출원을 해 놓은 상태다. 카드독서를 비롯한 독서방법론은 정리해서 출판사에 이미 맡겨놓았다. 


나는 오십 대에 새롭게 공부를 시작해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구개발과 기술 사업화 업무를 하다 보니 모르는 것이 많았다. 체계적으로 공부를 좀 해보자 싶어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 등록을 하였다. 삼 년간 나의 시력과 허리를 갈아 넣었다. 무사히 '기술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시력이 나빠졌지만 아직 책을 읽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허리 건강을 위해 헬스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다.


배우기 좋은 나이, 50대


  '배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50대는 배움에 대한 글을 적기에 좋은 나이다.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서 청소년기의 배움은 '외우기'시합에 가깝다. 30대와 40대는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기술'을 익히는 시간이었다. 삶의 전환기인 50대에 들어서니 달라졌다. 시력은 맛이 갔지만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알고 싶은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이 구체화되기 시작하니 '배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퇴직 전에 정리하고 싶은 주제가 세 가지다. 독서방법과 퇴직, 마지막으로 배움이다. 독서방법론은 출판사와 특허청에 원고와 출원서를 던져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퇴직 이야기는 스토리를 보완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배움의 의미와 실천 방안에 대하여 글을 적어 볼 예정이다. 일 년 정도 글을 적어보고 다른 사람이 읽을 만하다 싶으면 도서 형태로 만들어 볼 것이다.


타인에게 내 보이는 글을 적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가 봐야 한다. 글에 얼마만큼 정성이 있는지, 헛된 약속을 하는 것은 아닌지,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지, 재미는 있는지, 살펴가면서 적는다. 이 과정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퇴직하기 전 마지막 인사말은 이렇게 할까 싶다. 


이 직장에서 저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저렇게 배워왔고 여기를 떠나면 이런저런 일을 할 것입니다.

여러분! 오로지 배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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