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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Dec 18. 2023

아빠는 책에는 진심이네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지 않는다

나의 글을 수정해 주는 대가로 딸에게 십만 원을 제안했다. 딸에게는 짭짤한 아르바이트다. 딸은 제법 신경을 썼다. 의심이 되는 모든 단어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하고 수정사항을 깨알같이 표시하였다. 지적질 잘하는 것은 엄마를 닮았다. 딸은 표지에 주요 교열 내용을 알려주고 총평까지 적었다.


1. 통일되지 않는 띄어쓰기는 읽는 데 방해가 됩니다. 또한, 완전히 의미가 변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2. 동음어가 반복되면 독자는 지루함을 느낍니다. 마치 어떻게든 글자 수를 늘리려는 대학생의 리포트 같군요.

3. 사실 문맥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보단 책을 많이 읽은 저자가 잘 알지도?


딸은 내게 잘못된 띄어쓰기를 지적하고 반복되는 단어와 표현을 바꾸라고 권고했다. 딸이 손대지 않은 페이지가 없을 정도로 수정사항은 많았다. 수정해 준 대가로 받은 돈으로 딸은 근사하게 저녁을 샀다. 


"글을 읽어보니 한 가지는 알겠더라고, 아빠는 책에 진심이라는 것을. 책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진다는 느낌을 받았어."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딸이 내게 한 마디 건넸다.  딸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20년간 일천 권의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모든 책의 독후감을 적었다. 책 내용을 기억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를 읽게 되었다. 독일인은 노트에 정보와 지식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카드에 기록한다. 카드를 자주 들여다보게 되고 분류를 달리하면 편집도 가능하다.    


나는 바로 실천에 옮겼다. 단어카드를 활용해서 책 읽은 느낌을 적기 시작했다. 카드에 적는 내용을 시스템으로 만들어보니 '발명품'이 되겠다 싶었다. 책을 요약하는 가장 간편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책에서 밑줄 친 좋은 문장을 옮겨 쓰고(Copy), 책의 내용(Contents)을 요약하고, 책으로부터 지식과 지혜, 통찰력을 얻는다(Gain). 마지막으로 자신의 변화(Change)된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이 카드의 이름은 GC(Gain & Change) 카드다. GC카드는 자신의 삶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변리사를 만났다. 비즈니스 모델 형태로 특허를 출원하기로 했다. 특허법인은 이와 유사한 선행특허는 없다고 하면서 청구항 범위를 좁히자가 제안하였다. 지난 3월에 특허를 출원했다(특허번호 10-2023-0033230, 특허명 '독서카드 기반 지속공유-창출 방법).


지난 금요일(2023.11.15.) 발간된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지 않는다>(RHK)는 책을 읽게 된 계기와 나의 변화된 모습, 책을 읽는 노하우를 담았다. 20년 간의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나는 이 책에 대하여 자부심이 있다. 일반적으로, 독서방법에 관한 책은 다른 저자가 쓴 책을 100권이나 500권 정도 일고 요약한다든지 유명인의 책 읽기 방법을 모아서 펴낸다. 나는 오롯이 나만의 방법을 먼저 체계화시켜 글을 다 쓰고 난 후, 다른 사람이 쓴 독서방법론 도서를 살펴보았다. 내 방법이 맞는지 체크를 해보았다. 이 과정에서 독일의 유명한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의 공부방법을 설명한 <제텔카스텐>이라는 책도 알게 되었다. 몇 권의 책을 읽는 동안 나의 독서카드 방식이 예전부터 써 왔다는 것을 검증하였다.


  독자들이 독서를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한 번 읽은 책을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나의 책에 적힌 방법대로 하면 오래 기억할 수 있고 바로 써먹을 수 있다. 생각을 넓히고 깊이 할 수 있다. 앎이 깊어지면 반드시 행동으로 나타난다. 독서는 자기 계발 방법 중 가장 가성비가 좋다. 


  딸은 학생 때는 책을 많이 읽었지만 요즘은 잘 읽지 않는다. 그래도 한 번씩 좋은 책을 사서 내게 권할 때도 있다. 다 커버린 딸에게 말 걸어볼 수 있는 핑계가 책이라서 좋다. 딸에게 '책에는 진심'이라는 칭찬을 듣게 되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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