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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Mar 07. 2024

네 행복의 8할은 하객들이 보내 준 축하와 행운 덕분

아버지의 덕담


반갑습니다. 저는 철수 아버지이자 오늘부터 영희의 아버지가 될 사람입니다. 

    

황금 같은 연휴 마지막 날, 영희와 철수의 새로운 인생을 축하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신 하객 여러분께 먼저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이들이 덕담을 해 달라고 부탁하여 이 자리에 섰습니다. 2분 안에 끝마쳐야 한다길래 짧게 준비했습니다.   


철수야! 태어나서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날, 머리에 주사를 꽂은 네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젊었던 네 엄마는 중환자실 복도에서 참 많이 울었단다. 춘천에서 너와 함께 1박 2일 휴가를 보낸 날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일요일 저녁, 첩첩산중에 있는 부대에 다시 들어가는 네 뒷모습에, 아빠는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이 무척 힘들었단다. 너는 취직을 하고 그렇게 원하던 가출을 하더구나. 지난해 혜미를 알게 되었다. 자랑스럽게 혜미를 소개하는 네 어깨가 그렇게 높이 올라간 것은 처음 보았다. 

철수야! 사실 엄마, 아빠의 걱정과 기도는 많지 않았다. 네가 우리에게 준 기쁨과 뿌듯함이 훨씬 더 컸단다.     

영희야! 너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뵙고 인사를 하던 그날, 너의 사려 깊음과 세심함, 배려심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게 되었다. 진솔하면서 열정적인 아버지의 모습과 상대방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어머니의 다정함에 우리 네 사람은 꽤 오랫동안 시간을 보냈단다. 상견례 자리에서 7시간이나 함께 있었던 가족도 흔치 않을 것이다. 너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미 가족이 되었단다. 

영희야! 너도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웃음과 자긍심을 부모님에게 돌려드리고 철수를 만났을 것이다.     


영희와 철수야, 엄마, 아빠에게 이미 충분히 잘하였으니 이제 서로에게 잘하면 된다. 깨소금 같은 기쁨을 마음껏 누려라. 서로가 서로에게 자랑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쌓아나가면 더 좋겠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부모의 행복이란다.     


오늘 오신 가족, 친지, 친구와 동료들을 잘 기억해라. 귀중한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신 분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의 8할은 이분들이 보내준 축하와 행운이라고 생각하려무나. 시간 나면 영상을 돌려보고 봉투를 들춰보아라. 받은 축복을 나눠주는 어른이 되길 바란다. 덕담을 마치겠다.     


오늘부터 철수의 부모님이 되실 두 분에게도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참석하신 하객 여러분께 다시 한번 마음으로부터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나머지 오후 시간도 평안하게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결혼식 후기


얼마나 많은 분이 식사를 하고 갈지 몰라서 무척 고심했습니다. 다행히 주문량과 실제 식사한 분의 숫자가 얼추 맞았습니다. 혹시 예식을 준비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음식은 넉넉하게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딸은 '오빠는 우리 식구가 맞긴 한가?' 하는 농담을 자주 하곤 합니다. 가족에게 무심한 아들이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기대가 됩니다. 어른이 되어가겠지요.


어른이 된다는 것,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관계를 만들면서 책임감이 생기겠죠. 나 자신 외에 돌보아야 할 사람에 대하여 마음을 쓰겠죠.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마음을 다하셨던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예식장에 함께 있었더라면 참 좋아하셨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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