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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독쌤 Aug 16. 2018

4개월만에 전교 꼴찌 탈출하는 법

<공부머리 독서법5> 활용하기

무슨 수를 써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 고등학생들이 있습니다. 좋다는 학원, 뛰어난 과외선생님을 다 찾아다녀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 12년 강사 생활을 하면서 저도 그런 아이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현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한 아이였습니다.


현규가 저를 찾아온 것은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무렵이었습니다. 성적이 바닥이어서 이대로 가면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현규의 어머니는 어떻게든 현규 성적을 끌어올려 보려고 빠듯한 살림에도 잘 가르친다는 학원은 다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규는 전교 꼴찌 수준의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저를 찾아왔다고 하시더군요. 사실 저를 찾아오셨을 때는 이미 반쯤 포기 상태였습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간들
저래서 자격증도 못 딸 것 같아요 

정말 제가 속이 터져요
무슨 수를 써도 성적이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정말 방법이 없을까요?

저는 현규에게 기초언어능력 평가지를 풀게 했습니다. 38점. 언어능력이 초등 3학년 수준이었습니다. 초등 3학년이 중등 2학년 공부를 하고 있으니 평균 30점대를 못 벗어나는 게 당연했습니다. 논술학원 강사 생활을 하면서 만난 아이 중에 역대 최저치, 저로서도 강적을 만난 셈이었습니다.


저는 현규에게 지금 상태가 어떤지를 신랄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나이는 중등 3학년인데 머리는 초등 3학년이다. 이래서는 공부고 뭐고 아무것도 못한다. 이 상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책을 읽는 것인데 무척 괴로울 것이다. 읽어도 무슨 소린지 모를 거고, 무슨 소린지 모르니까 재미도 없을 거다. 이 악물고 읽어야 한다. 10시간이 걸리든, 10번을 읽든 책 내용을 파악하면서 읽어라. 이번 겨울방학은 다른 것 다 집어치우고 책만 읽는다고 생각해라. 지금 상태로 영어, 수학 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현규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군요. 

난생처음 보는 선생이 자기를 앉혀놓고 욕이나 다름 없는 이야기를 책상까지 탕탕 쳐가며 늘어놓으니 기가 막히기도 했을 겁니다. 사실 제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규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아이들은 책 읽기가 고통 그 자체입니다. 좋은 분위기로는 책 읽기를 시킬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제 곧 중등 3학년,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려면 다음 시험부터 최소 평균 80점은 나와야 합니다. 겨울방학 끝날 때까지 언어능력을 중등 3학년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아이가 책과 친해지기를 기다리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었죠.


성적이 하위권에 머무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글을 읽고 이해할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예상대로 시작부터 삐걱거렸습니다. 0점. 현규는 첫 수업에서 책의 핵심 내용을 묻는 독서충실도 테스트 10문제 중 단 한 문제도 맞히지 못했습니다.


“진짜 다 읽었어요.”
현규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네가 읽었건 안 읽었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내용을 기억 못한다는 거지.”

현규는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알아주지 않는 제가 야속하다는 듯이 말입니다.

“네가 영화를 봤어. 그런데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 그럼 영화를 봤다고 할 수 있어? 그건 영화를 구경한 거지 본 게 아니야. 책을 읽었으면 내용이 기억나야 해. 글자를 소리로만 읽지 말고 뜻을 새기면서 읽어야 한다고.”

“.......”

“다시 읽어.”
“네?”
“처음부터 다시 읽으라고. 문장의 뜻을 하나하나 파악하면서. 2시간 후에 읽은 데까지 내용을 다시 물어볼 거야. 속도는 상관없어. 한 페이지라도 좋으니까 뜻을 완전히 파악하면서 읽어.”

“그럼 집에 보내주실 거예요?”

“물론이지.”


이런 아이들은 자기 또래의 이야기책을 읽고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교과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죠.


현규는 2시간 동안 30쪽 남짓 읽었습니다. 5문제를 냈는데 2문제를 맞히고 3문제를 틀렸습니다.

“일주일 줄 테니 이 책 세 번 읽어와. 속일 생각은 아예 마. 만약 독서충실도 테스트 만점을 못 받으면 넌 세 번을 안 읽은 거야. 세 번 읽으면 누구라도 책 내용을 자세히 알게 되거든.”


한마디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책 내용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게 읽어오라는 거였죠. 만약 독서충실도 테스트에서 만점을 못 받으면 매일 학원에 나와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엄포도 놓았습니다. 현규는 세 번은커녕 한 번도 제대로 읽어오지 않았고, 그 뒤로 매일 학원에 나왔습니다. 




청소년 소설 한 권을 끝까지 내용 파악을 하면서 읽는데 무려 3주가 걸렸습니다. 현규의 저항이 만만찮았기 때문에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휴대폰을 끄고 잠적한 적도 있고, 

책을 읽다 말고 말없이 도망친 적도 있고, 

제가 심하게 혼내서 울음을 터트린 적도 있었습니다. 


사실 그러는 게 당연합니다. 

초등 3학년 수준의 언어능력으로 청소년 소설을 이해하면서 읽는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뜻을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읽고 또 읽어야 하니 꽤나 괴로운 노릇이었을 겁니다. 현규가 중등 3학년만 아니어도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겠지만, 저로서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읽기능력이 낮은 아이에게 책 읽기는 몹시 고통스러운 활동입니다.

그렇게 지지고 볶았음에도 성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겨울방학 동안 겨우 청소년 소설 세 권을 읽었습니다. 


중등 3학년 1학기를 앞두고 기초언어능력 평가를 다시 실시했습니다. 62점, 초등 6학년 적정 수준이 나왔습니다. 현규는 점수가 많이 올랐다고 좋아했지만 저는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점수가 많이 오른 게 사실이고 예전보다 책도 잘 읽게 됐지만 아직 중등 3학년 공부를 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었으니까요. 


현규는 중등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평균 64점을 받았습니다. 원래 평균 30점대였으니 성적이 두 배나 오른 것인데, 영어, 수학 성적은 예전 그대로였지만 나머지 과목 성적이 크게 오른 덕분이었습니다.


“잘했어. 그래도 아직 멀었어. 인문계 고등학교 가려면 기말고사 때는 진짜 평균 80점 넘어야 해. 책 열심히 읽어.”


2주 뒤 현규는 저희 학원을 그만두었습니다. 현규의 성적이 60점대로 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영어, 수학 성적만 올리면 진짜 인문계 고등학교에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기자 어머니께서 현규의 방과 후 시간을 영어, 수학 과외로 채우신 거죠.



제대로 읽고 이해한 책 한 권의 힘은 몹시 큽니다. 단 한 권만으로도 아이의 읽기능력이 달라질 정도죠.

물론 현규는 읽기 열등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현규의 사례를 소개한 이유는 읽기 열등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식을 구체적인 점수와 함께 단시간에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현규는 초등 3학년 수준의 언어능력평균 30점대의 학교 성적을 가진 학생이었습니다. 4개월간 다섯 권의 청소년 소설을 읽었습니다. 다른 학원은 일절 다니지 않는 상태였고요. 독서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언어능력초등 6학년 수준으로 올라왔고, 4개 월 후 치른 학교 시험에서 평균 64점을 기록했습니다. 책 읽기 상태도 많이 나아졌죠. 


만약 이 상태로 3학년 1학기를 보냈다면 중등 3학년 적정 수준까지 언어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을 겁니다. 평균 80점대까지는 몰라도 70점대까지는 무난히 도달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만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나요? 

무슨 수를 써도 성적이 오르지 않나요?


그렇다면 일단 독서를 통해 아이의 읽기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기 또래 적정치의 읽기능력을 갖추는 것은 학습을 위한 기본 조건입니다. 중학생, 고등학생이어서 시간이 없다는 생각은 내려놓으세요. 어차피 읽기능력을 갖추지 않는 한 무슨 수를 써도 성적은 오르지 않습니다.


엔진 없이
달릴 수 있는
자동차는 없습니다

읽기능력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아이는 없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선물하세요. 그 능력이 살아가는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읽기능력을 끌어올리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을 읽는 것입니다. 

물론 읽기능력이 낮은 아이에게 책읽기는 고통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이 악물고 해내야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책을 구경하지 않고, 진짜로 한 문장 한 문장 이해하면서 읽으면 됩니다. 현규는 책을 이해하면서 읽었고, 그래서 언어능력도 오르고, 성적도 올랐습니다. 그게 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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