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독쌤 Aug 09. 2018

우리 아이 독서 상태 점검하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독서 단절 모델

우리나라 독서교육에는 일반 모델이 있습니다.

유아기 때 독서량이 정점을 찍고, 초등 저학년 때까지 많이 읽다가 초등 3학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접어들어 청소년이 되면 사실상 독서량이 사라지다시피 합니다. 지난 1학기에 시행했던 온라인 독서프로그램의 설문조사 결과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초등 저학년 대부분이 일주일 3시간 이상 독서를 하고 있는 반면, 청소년 대부분은 아예 독서를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당연한 측면이 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량이 증가하고, 학습량이 증가하는만큼 독서량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결과는 좋지 못합니다. 독서량이 준 만큼 학습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언어능력도 낮아지니까요.



우리나라의 독서량은 초등 저학년 때 가장 높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듭니다. 이유가 뭘까요?

실제로 300여 명을 표집해 기초언어능력 평가를 실시한 결과, 초등 저학년 대부분자기 또래 적정치(자기 학년 교과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능력) 이상의 언어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반면, 청소년 대부분자기 학년의 교과서를 이해할 수 없는 언어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측정되었습니다.


독서량의 감소가
언어능력 하락으로
이어진 것


그렇다면 독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온힘을 다해 읽히면 독서를 지속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독서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던 수많은 학부모님들이 쓰디쓴 실패를 겪어왔으니까요.



독서교육은 왜 성공하기 어려울까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량이 증가하고,  학습량이 증가하는만큼 독서량이 줄어듭니다.

지난 1학기에 시행한 온라인 독서 프로그램의 설문 결과를 통해 그 원인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학부모님들의 대표적인 독서교육 고민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자녀가 초등 저학년일 때 : 학습만화를 너무 많이 본다(전체 응답자 중 72%)

자녀가 초등 고학년일 때 : 책 읽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전체 응답자 중 67%)

자녀가 청소년일 때 : 책을 아예 읽지 않는다(전체 응답자 중 98%)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어온 독서교육전문가 입장에서는 굳이 설문조사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들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세 가지 사실을 연결하면 가장 일반적인 '독서 단절 모델'이 된다는 점입니다.


학습만화를 많이 보는 초등 저학년 아이가 
속독을 하는 초등 고학년이 된 후
책을 읽지 않는 청소년으로 자란다


물론 원리적, 통계적 이야기입니다. 소수의 예외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이가 학습만화에 푹 빠져 있거나, 속독을 하고 있다면 청소년이 되어 책을 놓을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고요?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요. 



읽지 않는 독서

학습만화는 아이의 독서습관을 망칠 가능성이 큽니다.

초등 저학년용 책의 글량이나 학습만화의 글량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학습만화의 글량이 더 많죠. 그래서 초등 저학년 중에는 학습만화를 많이 읽은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언어능력이 더 높은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초등 저학년으로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지식과 논리를 설명해 부모님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하고, 또 해당 지식에 흥미를 갖게 되어 한자 급수 시험에 도전한다던가, 천체물리학에 관심을 갖는다던가 하는 순기능도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아이들이 나쁜 독서 습관을 갖게 된다는 점입니다. 


도서관 어린이실에 가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습만화를 읽고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5분만 지켜봐 보세요. 학습만화의 적은 글량을 감안하더라도 아이들의 독서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습만화를 볼 때 아이들은 글을 제대로 읽지 않습니다. 

학습만화에서 글량이 많은 부분은 대체로 지식을 설명하는 부분인데, 특별히 관심이 가는 지식이 아니라면 이야기 전개와 별상관이 없기 때문에 대충 넘어가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그림만 봐도 상황을 대충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읽는다기 보다는 그림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읽고 이해하는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축소된 독서, 실질적인 읽기가 이뤄지지 않는 독서를 하게 되는 겁니다.




작년까지는
일반 책도 읽었어요 

3학년이 되더니
학습만화만 읽으려고 해요


초등 3학년 시기에 아이들의 학습만화 독서 비중이 크게 증가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초등 중학년 학부모님들의 가장 흔한 고민은 아이가 '학습만화만 읽으려고 한다', '학습만화의 독서 비중이 너무 크다'입니다.


논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입니다. 아이는 '읽고 이해하는 독서'를 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글을 찬찬히 읽을 수 있는 이해력도, 인내심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초등 3학년 수준의 글량을 감당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것입니다.


그 상태로 초등 4학년, 5학년이 됩니다. 교과서와 일반 책의 언어 수준이 급격하게 치솟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읽기능력은 학습만화만 구경해온 탓에 제자리걸음입니다. 초등 2학년 아이가 초등 5학년 교과서를 읽기 힘들어하는 것과 똑 같은 원리로 아이는 책읽기를 힘들어합니다. 

자기 또래 이야기책조차 읽을 수 없을 만큼 읽기능력이 떨어진 탓이죠.학습만화를 많이 읽은 아이들이 책을 싫어하는 것은 취향의 문제가 아닌 겁니다.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싫어하는 거죠.




학습만화 탓이든, 독서량이 부족해서든 읽기능력이 낮은 초등 중학년, 고학년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속독' 입니다. 책을 읽을 능력이 없는데, 자꾸 책을 읽으라고 하니 대충 훑어보고 마는 거죠. 특히 학습만화를 많이 읽은 아이들은 읽기능력을 갖추고 있다하더라도 속독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학습만화의 독서 속도가 이미 몸에 베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실제로 '읽고 이해하는 과정'이 빈약하기 때문에 읽기능력이 향상되지 않습니다. 시간만 버리는, 무의미한 책 훑어보기를 할 뿐인 거죠.

학습만화 독서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속독을 하고 있다면 면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자기 또래의 이야기책만 재미있게 읽어도 읽기능력은 가파르게 향상됩니다. 단, 읽고 이해하는 과정이 충실해야 하죠.


아이가 학습만화에 빠져 있다면, 아이의 읽기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면 일단 적색경보라고 생각하시고, 면밀히 관찰해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죠.



이전 05화 여름방학 4주간의 독서 트레이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