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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멀어지는 우리 아이,
어쩌면 좋죠?

가장 흔한 독서 지도 실패 사례

by 공독쌤
"어렸을 때 그림책 진짜 많이 읽어줬거든요.
그런데도 초등학교 2.3학년 되니까 책을 안 읽더라고요."


강연을 다니다 보면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우리 아이들의 어린 시절 독서량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독서 관리를 잘 받은 아이도 상당히 많습니다. 독서교육 이론서들을 섭렵해 제대로 된 방식으로, 열의를 다해 그림책 읽어주기를 하시는 부모님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아이가 자라면서 책과 점점 멀어지고, 청소년이 되면 책과 담을 쌓게 됩니다.


독서교육은 왜 성공하기 어려울까요?


가장 대표적인 독서 지도 실패 사례를 통해 그 원인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책이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IMG_3036.JPG 읽고 이해하는 과정을 훈련하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은 이야기책을 읽는 것!


햇병아리 강사 시절, 한 학부모님으로부터 독서 관리를 개인적으로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정형화된 학원 커리큘럼이 아니라 아이에게 맞춤한 커리큘럼을 원한다고 하시더군요. 일종의 독서 개인 과외를 의뢰받은 셈입니다. 그런 연락을 따로 받은 것이 처음이기도 했고, 제가 지도하던 아이의 부모님께서 추천을 해주신 터여서 일단 상담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상담에 앞서 아이의 방부터 둘러보았습니다. 한쪽 벽면 전체가 책꽂이였습니다.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
마르크스의 <자본론>
루소의 <사회계약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어린이를 위한'이라는 꼬리표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책들로 가득했습니다.


저는 그중 몇 권을 뽑아 살펴보았습니다. 하나 같이 중간 부분의 몇 페이지만 휜 흔적이 있었습니다. 앞쪽 페이지와 뒤쪽 페이지는 새 책처럼 빳빳했죠. 이 아이는 책을 처음부터 읽은 게 아니라 중간 페이지를 펼쳐서 그냥 엎어두었던 게 틀림없습니다. 아마도 부모님을 속이기 위해 책 읽는 시늉을 했던 모양입니다.

"우리 애가 작년까지만 해도 책을 정말 잘 읽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독서 관리 하나는 철저하게 했거든요. 그런데 6학년 되고 나서 국어 성적이 안 나오는 거예요. 책을 많이 읽으면 국어 성적이 잘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문제가 뭔지 모르겠어요."


저는 부모님께 제가 생각하는 아이의 독서 상태를 말씀드렸습니다. 아이가 책을 펼쳐놓기만 했지 실제로 읽지 않았을 거라고요. 그리고 지금이라도 아이가 재밌어 하는 이야기책을 읽혀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니에요, 선생님. 우리 애 지식책 좋아해요. 과학책은 읽고 나서 얼마나 말도 많이 하는데요. 지금은 모르겠지만 작년까지는 책을 정말 잘 읽었어요. 그리고 이야기책이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교과하고 상관도 없잖아요."

결국 부모님은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셨고, 독서 개인 지도도 없었던 일이 되었습니다.

tyle-o73-11-2 사본.png 독서를 지식의 축적 수단으로 여기는 순간, 아이는 책읽기와 멀어집니다. 독서가 곧 공부가 되기 때문이죠.
최고의 독서교육법은
실행 가능한 독서법입니다


우리나라의 독서 지도 실패 사례는 대부분 유사한 경향성을 보입니다.


첫째, 학년이 올라갈수록 독서량이 급감합니다.

미취학 때 독서를 시작해 초등 저학년 때 가장 많이 읽고 초등 고학년이 되면 바닥을 칩니다. 청소년이 되면 독서량이 없어지다시피 합니다.


둘째, 속독을 하는 아이가 많습니다.

책을 읽는다고 앉아있지만 실제로는 훑어봅니다. 초등 고학년이 이런 경향이 강합니다.


셋째, 아이가 읽을 책을 부모님께서 선택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순수 이성 비판>, <사회계약론> 같은 책을 아이가 선택했을 리는 없겠죠.


넷째, 독서 지도의 종착역이 학습만화인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이것이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중학생, 고등학생이 넘쳐나는 이유입니다.


독서는 공부머리를 끌어올리는 최상의 공부입니다. 하지만 독서를 지식의 축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순간 독서 지도는 실패하고 맙니다. 아이의 머릿속에 지식을 집어넣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으세요. 독서 지도의 출발점은 독서를 '즐거운 놀이'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경험'을 거듭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교육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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