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독쌤 Jan 18. 2019

불수능 만점으로 본 공부의 원리

스스로 하는 공부의 힘

교과서와 학교 수업 위주로 공부했어요

학원은 안 다녔어요. 혼자 공부하는 게 훨씬 편하고 효율적이거든요


매년 이맘때면 수능 만점자의 인터뷰가 미디어를 수놓습니다. 올해도,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내용은 매번 대동소이합니다. 학교 수업과 교과서로 공부했고, 자습 시간 확보에 힘 썼으며, 사교육은 받지 않았다....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처럼 느껴지는 이런 인터뷰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반응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혼자 공부해서 수능 만점을 받는다는 게 말이 돼?

공부머리를 타고났겠지

인터뷰니까 혼자서 공부했다고 거짓말을 한 걸거야



혼자서 공부했다?

'교과서와 학교 수업 위주로 학교 수업 위주로 혼자서 공부했다'를 다른 말로 바꿔보겠습니다.


자기 주도 학습
'교과서와 학교 수업 위주로 혼자서 공부했다'는 자기 주도 학습을 풀어서 표현한 말입니다.

'자기 주도 학습으로 수능 만점을 받았다'고 표현하면 어떤가요? 쉽게 수긍이 가지 않나요? 




같은 뜻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깊게 밴 사교육 위주의 교육 관념 탓입니다. 자기 주도 학습(교과서와 학교 수업 위주로 혼자서 공부했다)으로 공부했다는 수능 만점자의 말은 잘 믿기지 않지만, '자기 주도 학습'을 시킨다는 학원의 광고 문구는 큰 신뢰를 받죠.


스스로 공부하기 위해 
학원에 간다


이 놀라운 형용모순은 우리 교육 관념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공부는 원래 스스로 할 때 온전한 자기 것이 됩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연구 결과와 통계 자료들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가장 확실한 증거죠.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초등 우등생 절대 다수가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과정에서 큰 폭의 성적 하락 현상을 겪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까요.


"남들은 유명 학원 찾아다니는데, 불안하지는 않았어요?"

"아뇨. 혼자서 공부하는 게 훨씬 편하더라고요."

"혹시 천재 아니에요?"

"저 아이큐 110인데요."


수능 만점자의 흔하디 흔한 인터뷰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매우 상식적인 사실을 말해줍니다.

공부는 원래 스스로 할 때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는 상식 말입니다. 

 


혼자서 공부하는 힘

문제는 스스로 공부를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공부를 하려면 자기 학년 교과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을 갖춘 학생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중에 자기 학년 교과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학생은 많이 잡아야 30% 정도에 불과하다

몇 해 전, 모 교육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어느 교육 전문가의 말입니다. 교과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면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적어도 70%의 청소년은 누가 일일이 설명해서 가르쳐 주지 않으면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거죠.

핀란드의 교육철학 '가르치지 않을수록 많이 배운다'는 뛰어난 언어능력과 그를 기반으로 한 자기 주도 학습을 의미합니다. 




지금의 부모 세대가 학교 공부를 할 때는 한 번 우등생은 영원한 우등생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 했던 아이가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도 잘했습니다. 지금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그 무렵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학교 선생님 말고는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교과서를 꼼꼼하게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난 아이가 우수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초등 1학년 교과서를 꼼꼼하게 읽고 이해한 아이가 초등 2학년 교과서를 잘 이해하고, 초등 2학년 교과서를 잘 이해하며 읽어낸 아이가 초등 3학년 교과서를 읽고 잘 이해할 수 있는 식이었죠. 교과서도 독서라고 꼼꼼하게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차곡차곡 언어능력이 올랐던 겁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사교육을 통해 공부를 합니다. 교과서를 스스로 읽고 이해하는 게 아니라 설명을 듣고 이해하죠. 그 결과 언어능력이 낮아도 높은 성적을 거두는 초등 우등생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언어능력과 성적 사이의 괴리가 발생한 겁니다. 이것이 바로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 성적이 폭락하는 학생이 많은 이유이며, 자기 학년 교과서조차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청소년이 70%에 이르게 된 이유입니다.


자기 주도 학습을 하려면 당연히 교과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근육을 키우려면 아령을 들면 되고, 언어능력을 키우려면 책을 읽으면 됩니다. 일주일에 1권 정도, 자기 또래 책을 그냥 재미있게 읽으면 돼요. 안 믿기시겠지만 정말 그게 다입니다.



독서와 자기 주도 학습

시험 기간에는 집중해서 공부했지만 시험이 끝나면 바로 해리포터 전집을 몰아서 읽곤 했다
학교 수업 위주로 공부하고, 모르는 것은 꼭 해결하고 넘어가는 스타일이었다

수능 만점자의 인터뷰를 보면 '이게 뭐야?'하고 허탈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너무 뻔하고 시시하고, 현실성이 없게 느껴져서요. 도대체 '해리 포터와 수능 만점이 무슨 상관이야?'하는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초등 시절 <해리 포터> 같은 책에 푹 빠진 경험이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초등 고학년 동화를 탐독하는 아이들 중에는 중학교 고학년의 언어능력을 갖춘 아이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초등 고학년 동화를 탐독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언어능력 평가를 실시해보면 중등 고학년의 언어능력을 갖춘 경우가 많습니다. 중등 교과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능력을 갖고 있는 겁니다. 바꿔 말하면 이런 정도의 독서경험조차 없이 초등시절을 보낸 청소년이 부지기수라는 뜻입니다.


제가 강연을 다닐 때 종종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독서교육을 하기에 정말 좋은 나라에 살고 있어요. 왜냐하면 대부분 안 읽거든요. 조금만 읽어도 효과가 금세 나타나요. 눈 딱 감고 일주일에 3시간씩 6개월만 제대로 읽어 보세요. 성적표에 숫자가 달라져요."




우리 사회는 학교 공부를 너무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능 만점자의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믿기지 않는 것이죠. 


사교육의 도움없이는
잘해낼 수 없는 공부


세상에 그런 공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학교 공부는 그저 또래 아이들에게 맞는 언어 수준으로 쓰여진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는 행위일 뿐입니다. 원활하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잘할 수 있고,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만큼 잘할 수 없습니다. 


공부는 원래 스스로 할 때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는 상식.

스스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자기 학년 교과서를 스스로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상식.


이 상식에서부터 다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교과서와 
학교 수업 위주로 

혼자하는 공부


세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학습법, 자기 주도 학습을 시작하는 방법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 대망의 북스타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