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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독쌤 Jan 18. 2019

슬로리딩 후에 책을 더 싫어해요

독서법 Q&A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좋아한다고 말하는 기준은 책을 읽으라고 하지 않아도 읽고, 스스로 학교 도서관에서 늘 책을 빌려왔거든요. 그런데 슬로리딩을 시작한 후로 짬짬이 읽는 습관이 많이 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마음 먹고 나니까 짬짬이 보는 것은 대충 보는 거니까 안 된다고 느끼는 듯 싶어요. 정독에 대한 부담감이 아이의 독서 흥미를 떨어뜨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돼요."


<공부머리 독서법> 카페에서 슬로리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위와 같은 고민을 토로하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이 당혹스러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필요하겠네요.


독서 교육에는 두 가지 대원칙이 있습니다.


하나, 
재미가 없으면 효과도 없다

둘, 
생각을 많이 할수록 
좋은 독서다


사실상 지켜야 할 것은 이 두 가지뿐입니다. 

그런데 때때로 이 두 가지 원칙이 충돌할 때가 있습니다. 생각을 많이 하는 독서로 유도했더니 아이가 책을 재미없어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유가 무엇이고, 해결책은 또 무엇일까요?



책의 궁긍적 재미는 생각

책이 만들어내는 감정과 생각의 움직임이 책 읽는 즐거움의 핵심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데는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책이 만들어내는 감정과 생각의 움직임이 재미의 요체입니다. 예를 들어 동화나 소설 같은 이야기책을 읽을 때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감정에 공감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주인공에게 깊이 감정이입을 할수록 재미있고, 그렇지 못할수록 재미가 없죠. 지식도서의 경우에는 '와, 이런 거였어?'하고 특정 지점의 지식을 깨달으면서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깨달으면 재미있고, 깨닫지 못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원리적으로만 보면 슬로리딩은 재미있는 독서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번 통독했을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삭줍기를 하듯 죄다 주워담을 수 있으니까요. '헉, 이런 부분이 있었어?',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같은 감탄사가 뒤따르기 마련이죠.


그런데도 우리 아이는 슬로리딩을 할수록 책을 재미없어 합니다. 그 이유는 아이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겠습니다만 몇 가지 근본적인 원리는 살펴볼 수 있을 겁니다.



생각하기에 익숙해지기

생각하기를 좋아해야 사고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독서의 핵심이자 슬로리딩의 핵심이기도 한 '생각하기'는 지적 능력과 직결되는 요소입니다. 아니, 어떤 점에서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았는데 언어능력이 높거나(공부머리 독서법 54페이지 참조), 똑 같이 한 권을 읽어도 독서의 효과 매우 크게 나타나는 아이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이 바로 생각을 활발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거든요. 단절된 채 떠오르는 생각이 아니라 일정한 길이를 가지는 생각, 논리적 연결고리로 이어지는 생각을 잘 하는 아이들이죠. 흔히 이런 것을 사고력이 좋다라고 합니다. 


이 아이들이 사고력이 좋은 이유는 지능이 높아서가 아니라 생각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하기를 즐기려면 생각하는 법을 알아야 하는데, 이 아이들은 어떤 계기로 생각을 활용하는 법을 알게 됐고, 거기에 재미를 붙이게 된 겁니다. 이것은 하브루타 교육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하브루타 교육의 두 축인 독서와 토론은 철저하게 생각을 하는 힘을 기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까요. 독서를 통해 기초적인 사고력을 기르고 토론의 생활화를 통해 생각하는 법을 익혀나가는 거죠. 그리고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생각하기를 즐기는 아이가 됩니다. 바로 이것이 유대인 힘의 원천이죠.


그런데 한국의 교육은 다량의 정보를 주입해줄 뿐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는 데는 매우 인색합니다. 영유아기에 문자 습득을 하고, 영어와 수학뿐 아니라 각종 도서를 통해 역사, 사회 관련 지식까지 접합니다. 정보를 받아들이데는 익숙하지만 생각을 이어나가는 것은 어색하고 낯설 수밖에 없는 교육 여건인 셈입니다. 그러니 많은 아이들이 슬로리딩을 낯설고 어색하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슬로리딩은 '깊이 생각하는 시공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주는 일'이니까요. 


슬로리딩을 한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본 적 없는 아이가  깊은 생각을 시도한다는 뜻입니다. 처음이니 낯설고, 낯서니 어렵고, 어려우니 재미도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슬로리딩을 진행하는 방법과 자세가 틀리지만 않다면 아이는 지금 생각하는 방법을 터득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저마다 다른 출발점 인정하기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마세요. 우리 아이의 출발점을 인정해주세요.

아이들의 출발점은 저마다 다릅니다. 어떤 아이는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반면, 어떤 아이는 한번 읽었을 뿐인데 책의 전체 내용을 세세하게 파악해냅니다. 또 어떤 아이는 작가 의도까지 생각해내죠. 그래서 조바심이 나기 십상입니다.  누구는 슬로리딩이 재미있다고 슬로리딩 미션이 나오는 날만 기다린다는 데(공부머리 독서법 카페의 슬로리딩은 매주 독서 미션이 주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우리 아이는 하기 싫어서 툴툴거리고, 그 짧은 독서 분량도 읽고 이해를 잘 못합니다.  급기야 아이에게 이 정도도 못하냐고 화를 내고, 더 꼼꼼하게 읽으라고 닦달을 하게 됩니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가뜩이나 낯설고 어려운데 부모님이 화까지 내니 당연히 더 거북스럽고, 긴장되고, 하기 싫어집니다. 굳이 이렇게 화를 내지 않더라도 부모님이 더 나은 미션 결과를 바란다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어린 아이들은 쉽게 거부감을 느끼게 되죠.


슬로리딩에 임하는 목표를 한 번 바꿔보세요. 


좋아하게만 만들자

그걸로 충분해


잘하려면 일단 좋아해야 하니까요. 좋아하게 만들려면 당연히 화를 내거나 부담을 줘서는 안 됩니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행해야겠죠.



생각의 즐거움을 위한 책 대화

책 대화는 슬로리딩의 중요한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슬로리딩은 어떻게 임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재미있을 수 있는 독서 프로젝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책 대화죠. 아이들은 의외로  자기가 아는 것,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부모님이 책의 내용을 잘 파악했나 확인하려 들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말 그대로 대화를 해보세요. 대화의 목표 아이가 말을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 읽은 부분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게 뭐였어?"

"글쎄... 닉이 교실을 열대섬처럼 꾸미는 거?"

"아 그 부분. 그런데 책상에 색종이를 붙인다고 열대섬처럼 느껴질까? 아빠는 이해가 잘 안 되던데."

"왜? 색종이를 야자수처럼 자르면 되잖아."

"그런가? 더 좋은 방법 없을까?"

"나라면..."


책 대화에 있어서 부모님의 역할은 아이가 말을 계속할 수 있게 돕는 거예요. 아이가 대화를 재미있게 느끼도록 적절한 반응과 질문을 던지는 거죠. 대화의 출발점이 잘 잡히지 않을 때는 슬로리딩 프로젝트 미션지에 나와 있는 <생각해보기>를 활용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생각해보기>는 그러라고 만든 거니까요. 


하루이틀만 이렇게 대화를 해보세요.

깜짝 놀랄만한 경험을 하실 수 있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하고 감탄을 하는 순간도 있을 거고, 아이와의 거리가 전에 없이 가까워졌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을 거고요. 




독서가 공부가 아닐 때 

공부머리는 자란다


<공부머리 독서법>의 맺음말 제목입니다. 


'지금 당장 아이가 얼마나 잘 하나'에 집중하지 말고, 아이와 함께 이 과정을 즐긴다고 생각해보세요. 우린 지금 낯설고 새로운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


부모님의 그런 생각과 태도야말로 아이를 성장시키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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