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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독쌤 Jul 26. 2018

아이가 책을 싫어하는 진짜 이유

읽기능력과 독서 친밀도의 관계

지난 번 연재에서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독서, 즉 '이야기책 읽기'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살펴보았습니다. 일주일 3~5시간만 재미있게 읽어도 아이의 읽기능력과 학습능력은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6개월만 지나면 성적으로 드러날 정도로 그 효과가 확실하죠. 그래서 그 동안 놓다시피 했던 독서 교육을 다시 실천해보려고 하면, 시작과 동시에 난관에 부딪히기 십상입니다.

아이가 책읽기를 거부하는 것이지요.


안 읽으면 안 돼요?
재미없어요


온갖 회유와 협박(?)을 하면 간신히 책을 들고 앉아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좀처럼 읽지를 못합니다. 화장실을 가네, 물을 마시네 하며 자꾸만 왔다 갔다 하고, 잠시만 방심해도 책을 들고 멍하니 딴 생각에 잠기기 일쑤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책을 읽어주면 처음엔 좀 집중하는가 싶더니 이내 딴짓을 합니다. 집중해서 끝까지 듣는다 한들 '이렇게 읽어줘서 무슨 효과가 있을까', '평생 읽어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밀려옵니다. 

그렇게 한 보름 정도 아이와 줄다리기하고 나면 누구라도 자포자기 상태가 되고 말지요. 


우리 애는 책하고는 안 맞나 봐요
책 정말 싫어해요
아이들이 책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읽어도 이해가 잘 안되기 때문입니다. 

학교 공부도 곧잘 하고, 영어 레벨도 높고, 수학 선행학습도 척척 하는 아이가 책은 재미없다면서 읽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책을 싫어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죠. 독서를 취향의 문제로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좀 다릅니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 대부분은 책을 싫어해서 안 읽는 게 아니라, 못 읽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어도 이해가 잘 안 되니 좋아할 재간이 없습니다. 취향이 아니라 능력의 문제인 겁니다. 상품 따위를 걸고 책을 읽혀보면 이런 사실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책읽기를 중도에 포기하거나, 끝까지 읽어도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합니다.


자기 연령대의 이야기책을 읽어도 이해가 잘 안 되니 읽기가 싫고,
읽기가 싫으니 안 읽고,
안 읽으니 읽기능력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 것입니다.


결국 문제는 아이의 읽기능력이 자기 연령대의 이야기책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이런 상태에 빠지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읽기 훈련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몇 번의 '읽기 위기'를 겪는데, 독서량이 부족한 아이들은 이 '읽기 위기'의 문턱에 걸려 넘어지고 마는 거죠.

전 단계의 독서량이 부족할 때 아이들은 '읽기 위기'의 문턱에 걸려 넘어집니다.


아이들이 읽기 위기를 겪는 것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교과서의 언어 수준이 올라가듯 아이들이 읽는 책의 언어 수준도 올라가니까요. 당연히 읽기 위기는 전 단계의 책을 충분히 읽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그림책을 많이 읽지 않은 아이가 초등 1~2학년용 글책(그림보 다 글이 위주인 책)을 어려워하고, 간단한 글책을 충분히 읽지 않은 아이가 초등 3~4학년용 글책을 버거워하는 식입니다. 이 위기의 문턱에 한번 걸려서 넘어지면 복구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것이 바로 
책 싫어하는 아이에게
독서교육을
시키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전 단계의 독서량이 부족할 때 아이들은 쉽게 읽기 위기의 문턱에 걸려 넘어집니다.

1차 위기를 제때 극복하지 못한 아이는 자기 연령에 맞는 책은 물론이고 교과서도 제대로 읽지 못하기 때문에 언어능력의 성장이 비정상적으로 지연됩니다. 물론 단편적이나마 글을 읽을 기회는 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1차 위기는 저절로 극복됩니다. 하지만 시기가 너무 늦다는 게 문제입니다. 


초등 1학년 때 극복했어야 할 1차 위기를 초등 4학년이 되어서야 넘어선 아이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자기 연령보다 낮은 수준의 책도 제대로 못 읽는 아이가 4학년 교과서를 읽을 수 있을 리 없습니다. 당연히 자기 또래의 책도 읽지 못합니다. 이 아이가 2차 위기를 극복하려면 1차 위기 때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3차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까마득한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초등 3학년 수준의 언어능력을 갖춘 중등 3학년, 초등 5학년 수준의 언어능력을 갖춘 고등 2학년이 되고 맙니다. 당연히 학교 공부를 혼자서 하는 게 불가능해지죠. 

물론 이런 반문을 하실 수 있습니다.


책을 싫어하지만
공부는 잘하는데요?


 책을 못 읽지만 공부를 잘하는 초등학생은 많습니다. 초등 교과 지식은 단순하고 간략해서 사교육으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청소년이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책을 못 읽는데 공부를 잘 하는 아이의 숫자는 중학생이 되면 확연히 줄어들고, 고등학생이 되면 사실상 사라집니다

자기 연령대 이야기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읽기능력을 갖추는 것은 독서교육의 출발점입니다.

일주일 3~5시간.

우리집 독서 시간을 정해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읽게 해보세요. 책을 읽어야 할 조건이 갖춰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책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면, 심각하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두 팔을 걷어부치고 독서교육에 매달려야 합니다. 


짧은 브런치 글에서 자세한 방법까지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쓸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자기 연령대가 아니라) 읽기능력에 맞는 책을 다독하는 방법

자기 연령대의 맞는 책을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반복독서를 하는 방법


자기 연령대 이야기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읽기능력을 갖추는 것


이것은 독서 교육의 출발점을 세우는 일입니다.

이 출발점에 서지 못하면 어떤 방법을 써도 아이는 책을 읽지 못합니다. 강제로 책상에 앉혀놓을 수는 있어도 실제로 책을 읽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아이가 책을 싫어한다면 먼저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조건을 부여해보세요. 그리고 아이의 독서 태도와 핵심 내용 파악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보세요. 그렇게 해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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