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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독쌤 Jul 19. 2018

일주일 3시간으로 공부머리 기르기

공부머리 독서법 2 - 중학생 기본 독서법에 대해

지난 번 연재에서 말씀드렸듯 이번 화부터는 가정에서 적용해볼 수 있는 실질적인 독서법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명심하셔야 할 점은 독서교육의 기본 목표가 아이의 (지식이 아니라) 읽기능력을 기르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자기 연령대 보다 높은 읽기능력을 갖춤으로서 교과서를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지요.

독서교육의 기본 목표는 읽기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읽기능력에는 일종의 특이점 혹은 임계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읽기능력이 이 수준을 넘어서면 (특별한 정서적, 환경적 문제가 없는 한) 무조건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된다' 하는 선이 있다는 거죠. 


12년간의 제 경험에 따르면 이 선은 다음과 같습니다.


초등 6학년 학생이 중등 3학년 수준 이상의 언어능력을 갖출 때
중등 3학년 학생이 고등 3학년 수준 이상의 언어능력을 갖출 때


이것이 학업에서 확실히 성공할 수 있는, 독서교육의 1차적인 목표점으로 삼아야 할 읽기능력 수준입니다.

오늘은 이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초보적인 방법인 <공부머리 독서법2-중등 기본 독서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청소년 소설을 2주에 1권 읽는 독서법인데요.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하게 실제 사례를 한번 들어보죠.




중등 3학년 수민이가 저를 찾아온 것은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이었습니다. 영어, 수학 90점대, 나머지 과목 60~70점대의 중상위권 학생이었습니다. 저는 수민이의 언어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수능 국어영역 시험지(고전, 문법 등 고등 교과 문제를 제외한 30문제짜리 편집본)를 풀게 했습니다. 이 시험을 실시해보면 아이의 언어능력을 막연한 감이 아니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죠.


수민이의 점수는 42점, 딱 중등 3학년 평균 수준이 나왔습니다. 중등 3학년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는 데도 애를 먹는, 언감생심 고등학교 교과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언어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교과서를 읽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과 동시에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래도 희망적이었던 것은  청소년 소설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기본 언어능력은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35점 이하인 경우 청소년 소설을 읽고 이해하기가 힘들거든요.

중학생의 경우 수능 국어영역 시험지를 이용하면 아이의  읽기능력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민이와 함께 책을 읽었습니다. 방식은 단순합니다. 재미있는 청소년 소설 한 권을 1주차에 절반 읽어오고, 2주차에 나머지 절반을 읽어옵니다. 일주일에 2~3시간, 2주 1권을 읽는 스케줄이었습니다. 

물론 더 어렵고 깊이 있는 책을 읽으면 더 뛰어난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소설을, 그것도 2주에 1권을 읽힌 이유는 이것이 초보 독서가인 청소년들이 실제로 읽어낼 수 있는 수준과 양이기 때문입니다.


언어능력은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향상됩니다. 읽고 이해하는 과정이 충실하면 할수록 언어능력은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독서 경험이 부족하고 언어 수준이 낮기 때문에 지식도서나 고전 명작을 읽어내지 못합니다. 또 아직 책의 재미를 깊이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일주일 3시간 이상의 독서도 해내지 못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지식도서나 고전 명작을 주거나, 청소년 소설이라 하더라도 일주일 3시간이 넘는 독서량을 요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속독으로 대충 훑어 보고 말거나 아예 읽기를 포기해버립니다. 읽고 이해하는 과정이 사라져버리고 그 결과 언어능력도 오르지 않게 되죠. 


2주 1권은
실현 가능한 독서입니다


초보 독서가인 청소년 대부분은 지식도서나 고전 명작을 읽어내지 못합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걸음마와 같은 독서량만으로도 엄청난 변화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청소년 소설을 2주에 1권씩 10개월을 읽은 수민이의 경우는 어땠을까요? 수치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독서를 시작한 지 3개월 후 평가에서 60점(18점 향상), 10개월 후에는 82점(22점 향상)을 기록했습니다. 10개월 전과 비교하면 무려 40점, 읽기능력 수준으로 보자면 중3 평균에서 고2 적정치(고등학교 2학년 교과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읽기능력)까지 오른 것이죠.


1권 = 수능 국어영역 2점 
20권 = 수능 국어영역 40점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수능 국어영역 82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니까요. 고등 2학년 평균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읽기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뜻하죠. 중3 아이가 고2 수준의 읽기능력을 갖췄으니 성적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교과서가 쉽게 느껴지니까요.


수민이는 2학기 들어 60~70점대였던 국어, 사회, 과학 계열 과목의 점수가 모두 90점대로 올라섰습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발표한 <패널브리프 : 독서·신문 읽기와 학업성취도, 그리고 취업>라는 연구 결과 보고서도 초보적인 독서의 효과를 잘 보여줍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 4,000명을 표집해 연간 독서량 ‘0’인 집단군과 ‘1~5권’, ‘6~10권’, ‘11권 이상’인 집단군의 수능 성적 차이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수능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는데, ‘0’인 집단군과 ‘11권 이상’인 집단군의 평균 성적 격차국어영역 19.45점, 수리영역 8.63점, 외국어 영역 12.73점이었습니다. 


사실상 입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정도의 점수 차이가 발생한 것입니다. 위 표집군의 학생들이 읽은 책은 교과 지식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지식도서나 대단히 어려운 책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읽은 책은 모두 문학작품, 소설책이었습니다.


저는 최근 전국 초등 5학년~고등 2학년 300여 명을 무작위 추출해서 기초언어능력 평가(수능 국어영역을 중등 수준에 맞게 다운그레이드시킨 평가지)를 실시했는데요. 전체 1등을 차지한 학생은 놀랍게도 판타지 동화 매니아였던 초등 5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이 또한 초보적인 독서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지요.




읽기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자기 언어 수준에 맞는 이야기책을 재미있게 읽으면 됩니다. 가능한 한 핵심만 전달해야 하는 브런치 연재의 특성상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읽고 이해하는 과정이 충실하다면 그게 어떤 책이든 아이의 언어능력은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사실입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재미있는 청소년 소설부터
시작해보세요

이야기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읽기능력은 가파르게 향상됩니다. 재미있게 읽을수록 더 그렇죠.


중학생 자녀를 두셨다면 아이와 충분히 대화를 한 후 수능 국어영역 문제를 풀게 해보세요. 그 점수가 아이의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일주일 3시간, 2주에 1권 재미있는 청소년 소설을 읽습니다.


줄거리를 충분히 파악하며 읽는다

단, 독서 속도는 소리내서 읽는 속도보다 빨라서는 안 된다 


지킬 것은 이 두 가지뿐입니다. 쉽죠? 


그리고 6개월 후에 다시 수능 국어영역 문제를 풀게 해보세요. 아이의 읽기능력 향상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줄거리를 충분히 파악하며 읽었다면, 재미있게 읽었다면 그 상승폭은  여러분이 생각했던 이상으로 클 것입니다.


책 한 권의 힘은
생각만큼 미미하지도
막연하지도 않습니다


학원과 스마트폰 대신 아이에게 책을 주세요. 일주일에 3시간, 2주에 1권으로 시작하는 겁니다. 이 초보적인 독서만으로도 아이는 교과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덤으로 생각의 힘과 마음의 힘도 갖게 될 것입니다.

일주일 3시간, 이 정도면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기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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