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긋는다는 것

삶속 올바른 경계란?

by 책덕후 슈미









인생을 살다 보면 내 뜻대로 뭔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지만, 살아오면서 그건 참으로 쉽지 않고... 내가 잘 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그것을 고맙게 느낀다거나 나와 공감하기도 쉽지 않다.


10년 정도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꾸준히 원년부터 함께 한 분도 계시지만, 코로나 시즌을 거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마냥 편하게 독서모임을 운영할 수가 없었다.


초반에는 서로 다른 독서근육 때문에 부담 없고 편하게 시작했지만, 인원이 많아지고 다양한 루트로 들어오는 회원님들이 늘어니 자연스럽게 규정이라는 것도 만들게 되었다.


그러다 코로나 시즌 이후 적용하게 된 규정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출석률 체크였다. 10여 명이 매번 다 참여하지 않아 참석 인원이 줄었다 늘었다 하고, 간혹 어쩔 수 없이 리더의 근무 일정 상 정해진 3째주 일정이 바뀌기도 해서 누구에게나 공평한 규칙이 필요했다.


3명 이상만 참여하면 충분히 독서토론이 가능할 것이고, 인원이 많으면 토론이 자연스럽게 되지 않는 걸 경험했어서 큰 행사 외에는 7~8명 정도만 참여하면 1권을 제대로 토론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까지 적용된 출석 기준은 분기별 1회 참석이다! 그렇다고 3번만에 제한을 줄 수 없어 1회 연장해 제시했는데, 이조차 무시하고 "연 2회만 나오면 된다고 했다"는 하지도 않은 말을 하면서 아량을 베풀어 달라는 요청을 하는 회원이 있었다.

KakaoTalk_20251026_105737271.jpg

문제는 독서모임을 나오면서 책을 한 번도 안 읽고, 책을 들지 않고 나온 전적도 있었고, 그 회원의 이상한 행동에 대한 몇 명의 회원의 제보 때문에 패널티 적용해 1년간 활동 제한을 제시했다. 어찌 보면 완곡하게 탈퇴를 요청한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톡을 보내자마자 인사도 없이 단톡을 나가버린 상황에 더 기가 찼다.


너무 어이없는 상황에 당황했지만, 한 모임을 오래 운영하는 리더로서는 이런 상황을 신중하고 현명하게 처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에 정말 오래 고민했다. '중년'이라는 나이가 되는 과정 속 서로 다른 환경과 타고난 기질이 오랜 시간 지나 굳혀진 성향이 모두 달라 같을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도대체 나의 독서모임을 뭘로 보고 이렇게 행동할까?", "독서모임이 아닌 친목모임으로 생각하는 걸까?", "왜 이렇게 일방통행을 하지?" 등등.

한동안 조금 들썩였던 독서모임 단톡방이 다시 안정감 있게 돌아왔다. 서로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해 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서도 간간히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 그렇게 서로의 인생을 살다가 한 달에 한 번! 같은 책을 읽고 각자의 생각을 나눈다. 그리고 맛나고 따뜻한 점심을 먹으며 정을 나눈다. 그거면 됐다. 그렇게 각자의 인생을 곰삭게 익혀 가면 된다.





잠시 풍랑을 건너가면서 내년부터 적용할 규정을 만들고 정비하는 시간을 보냈다. 적절한 규정은 함께 하는 과정 속에서 일방통행이 아닌 삶 속에서 적절한 경계가 되어 더욱 끈끈하게 책을 읽고 살아갈 힘이 될 것이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왠지 그 분께 감사를 드려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일요일 연재
이전 03화글감 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