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추워지기 전에 즐기는 차박독서
긴 추석 연휴 때문인지 유독 이번 10월은 금세 지나간 것 같다. 10월 초 제주에 내렸을 때에는 한여름 8월 같은 날씨에 목에 건 넥팬을 벗을 수가 없었는데 요즘에는 선선한 날씨에 저절로 걷거나 드라이브를 하게 된다.
집도 조용해서 책을 읽기는 좋지만, 굳이 차를 몰로 떠난다. 작년 처음으로 차박독서를 시작했을 때에는 주차장 스텔스 차박을 선호했는데 주차장 법이 강화되면서 점점 막히는 곳이 많아지면서 올해는 오토캠핑장을 찾게 되었다. 문제는 캠핑장을 찾게 되면서 이동 거리가 더 길어졌다.
화장실 이용이 불편한 곳을 찾아 다니느니 차라리 좀 시끄러운 소음을 배경으로 책을 읽기로 선택했다. 고기 구워 먹는 캠핑이 아니라 캠핑장에서 차박을 하는데, 거의 나 혼자만 차박을 한다. 캠퍼처럼 타프를 치고 꼬리 텐트를 치는데 이 타프 치는 게 영 쉽지 않다.
1년에 10번 미만으로 하는 차박인데 점점 캠핑 용품이 많아졌다. 그나마 이 용품 덕분에 캠퍼 사이에서 초보 차박러는 좀 덜 위축되는 느낌이다. 먹으러 오는 여행이 아니라 책을 읽고 쉬기 위해 오는 거라 냉장고에 있는 아무거나 들고 와서 먹는다. 특별식은 없다. 집에서 먹는 것처럼 밥에 김치, 국 한 가지만 있어도 밖에서 먹는 밥은 맛있다.
이번에는 공짜로 생긴 고구마가 있길래 미리 호일에 싸서 와서 캠핑 난로에 구웠다. 고구마를 올리고 보니 이 난로가 정말 작았구나 싶다. 뒤집을 때마다 하나가 자꾸 떨어지니...
밥 먹으면서 굽다가 차 안에서 난로처럼 보온하면서 책 읽으니 가을 차박의 감성이 차오른다. 책 읽다가 단내 폴폴 나는 군고구마도 하나 까 먹는다.
이번에도 책을 여러 권 갖고 왔는데 오토캠핑장에 오니 텐트 치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 1권만 읽고 왔다. 무서운 가을 모기 피하기 위해 투자했고, 옆에는 따뜻한 난로가 있으니 나만의 힐링 스팟으로 넘 좋았다. 집중해서 슈미바인더 정리하고, 독서기록노트에도 '차박독서'를 파란색으로 적는다.
차박독서의 매력은 책을 좀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점인 거 같다. 바람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책장을 넘기는 맛이 참 좋다. 이래서 사시사철 떠나나 보다.
이번에 읽은 신경열 님의 [결국, 시스템이다]는 사람과 기본의 중요성을 말하는 책이다. 기타 자기계발서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오랜 기간 영업계에서 일한 단단함이 문장 속에서 묻어 나온다. 직종은 다르지만 내일 당장 출근하게 되면 적용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달려 볼까 한다. 자기계발서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책 속에서 적어도 한 가지라도 실천하게 자극하는 것!
앉아 읽다가 힘들면 누워서도 읽는다. 클립형 북스탠드 덕분에 다양한 자세로 뒹굴거리며 읽을 수 있다. 더욱 좋은 점은 차박지에서 읽는 책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 책을 보면 순식간에 그 책을 읽었던 순간으로 가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시간과 돈을 들여서 발품 팔아 독서한다.
정작 오토캠핑장은 나무가 별로 없어서 단풍을 못 느끼고 왔는데, 서울의 양재IC에서 가을을 만났다. 주말 인산인해 되는 고속도로였는데 이번에는 시간을 잘 피해 움직였지 집에 일찍 도착했다. 짧은 1박2일의 독서여행은 또 한 주 달리는 비타민이 될 것이다.
차박을 시작하기 전에는 나만의 최고의 퀘렌시아는 집이었다. 사실 돈 안 들이고 제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곳으로 최적이다. 그러나 집은 편안한 만큼 주의가 분산되기도 쉬운 곳이다. 차박에 눈을 뜨게 되면서 전국 방방곡곡에 나만의 퀘렌시아가 존재하게 되었다. 제주, 강원도와 경기도 권을 다녀왔으니 점점 경상도와 전라도 권으로 확장해서 다녀와야겠다. 겨울은 추워서, 여름은 더워서+모기 때문에 별로 선호하지 않아서 이제 올해 차박은 1~2번 정도하면 끝날 거 같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