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의 의미

올해 마지막 차박을 다녀오며

by 책덕후 슈미






오늘 발품 팔아 떠나던 올해의 마지막 차박을 마무리했다.


차박을 일년 내내 하려면 여름에는 배터리 방전되지 않게 별도의 냉방 장치가 필요하고, 겨울에는 방한용품과 난방용품이 필요한데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경제적인 부담을 무시 못한 것도 있고, 소형차의 한계, 그리고 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여름에는 그냥 에어컨 빵빵한 북스테이를 선호하는 것이다.


이번에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가을의 향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는데, 막상 달려간 오토캠핑장은 포도농장인 곳이어서 오히려 가을 정취는 하늘에서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근처 축사에서 풍겨 오는 자연의 향기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텐트 설치하는 동안 땀을 줄줄 흘린 뒤 모든 세팅이 끝난 뒤 숨 고르기 할 때의 성취감은 상당히 크다.

한편으로는 그냥 스텔스 차박할 때와는 달리 세팅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상대적으로 독서의 시간은 줄어 들어 아쉽기는 하다.



오롯이 나만의 야외 서재에서 읽은 책은 더 없이 진하게 기억에 남는다.

이번에 읽은 책은 올해 100권 독서를 달성하게 된 책이다.

장 아메리의 [늙어감에 대하여]는 그냥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니기에 문장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 읽었다.



청미출판사의 [말로 담아내기 어려운 이야기]에서 프리모 레비와 장 아메리의 대담을 보고 읽게 되었는데,

무엇보다 늙어감과 인생을 말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대니얼 J. 레빈슨은 [인생의 사계절]에서 인생을 봄-여름-가을-겨울에 비유해서 설명했는데, 장 아메리는 노년을 가을에 비유했다.



"시계와 캘린터 낱장으로 나누고 정리하는 우리의 시간은,

말 그대로의 뜻에서 측량한 단위가 없는 무절제한 것이다.

그만큼 시간의 길이 혹은 시간의 양은 상대적이다."



나보다 먼저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제는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쌀쌀한 날씨를 느끼며 읽는 책은 더 없이 진하게 다가온다.




올해의 차박을 정리하며 지난 3월부터 차에 우겨담았던 모든 짐을 꺼내고 평탄화 매트까지 모두 접어 트렁크에 고정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이 서운해 더 열심히 발품 팔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모든 걸 꺼내고 차곡차곡 정리하는 시간이 스스로 경견하게 느껴졌다.


올해는 끝났지만 내년 3월말 다시 시작될 차박에는 올해 더 업그레이든 된 차박 기술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대감에 설레기까지 했다.


장 아메리가 말한 시간의 흐름과 허무함을 적극 공감하기에 더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2026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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