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시각으로 살아가는 인생
중년독서연대 보물지도를 운영하는 중 편입했던 노인복지학과를 졸업했고, 시니어 주제의 책을 꾸준히 읽어 보겠다며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독서모임 '老랑북클럽'을 2019년도부터 운영했다.
처음에는 졸업한 달이어서 많은 후배들과 할 수 있었는데, 이후 종종 2명만 함께 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졸업한 전공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모토가 빛을 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2024년도에 모임을 정리했다.
19~24년 5년 동안 총 67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동안 막연하게 두렵게만 느껴졌던 노화와 죽음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고, 요양원과 데이케어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실제로 배우는 게 많았다. 모임이 정리되니 매달 1권씩 읽었던 노후, 노화, 죽음, 노년, 경제 등등의 책과는 아무래도 멀어지게 되었고, 월 1권 시니어 주제의 책을 추천하고 있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의 아이템도 선정이 어려워졌다.
그러다 청미출판사의 [말로 담아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읽으면서 장 아메리의 [늙어감에 대하여]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올해 보물지도 선정도서에 넣었고, 읽는 내내 장 아메리의 노년에 대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다른 작품 [자유죽음]을 아직 읽지 않았지만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생각은 엿볼 수 있었다. 60대를 노년이라고 본다면 내가 근무하고 있는 데이케어센터의 96세의 어르신이 웃으실 거 같은데, 1960년대에는 노년기에 해당했을 것이고 그에 대한 나이듦과 죽어감, 죽음에 대한 내용은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었기에 과연 회원님들은 어떻게 읽고, 소감을 말할지 너무 기대가 되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소감이 정말 다양하게 나오고, 평점도 다양하게 나오니 진행하는 입장에서 정말 흥미진진하다. 역시나 나는 내가 읽었던 늙어감 주제의 책 중에서는 최고의 책으로 꼽아 ★★★★★로 평가했지만, ★로 평가한 회원이 있었다. 절대로 모임이 아니면 읽지 않을 책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넓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너무 내가 편한 것만 보고 들으며 살려고 하는 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점차 토론이 진행되면서 서로의 의견이 조금씩 수용되고,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이 책이 주는 의미와 저자의 인생이 책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알아간다.
그리고 60대에 세상을 떠난 장 아메리를 80대의 노인으로 상상해 그림도 그려 보았다. 그리는 동안 그가 80대 이후까지 살았다면 또 어떤 느낌의 늙어감에 대한 책을 썼을지 궁금했다. 이 책과는 조금은 다른 내용을 썼을지, 더 늙어 봐도 똑같았을지...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독서모임에서 자유도서도 읽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1년 12권 선정도서로 정할 책도 너무 많았다. 결국 26년에도 자유도서는 진행하지 못할 거 같다. 그럼에도 현재 정해진 내년 선정도서 12권은 소설이 많기는 하지만 다양한 장르로 선정했다. 역대급으로 실험적인 도전을 하는 해가 될 거 같다. 리스트를 정리해 놓고 보니 이전과 다른 느낌으로 선정한 것 같다.
그럼에도 한 가지 놓치지 않은 건,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위함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세상을 보는 시각이 좁고 한 가지를 보게 되는 느낌이 강했다. 나만의 시각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점점 나의 시각도 넓고 깊어지길 바랐다. 그리고 나와 함께 독서하는 사람들도 그러면 좋겠다.
독서모임을 마치고 나오면서 카페 벽에 쓰여 있는 단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CRESCENDO'. 음악의 소리가 점점 커지듯이 책과 함께 하는 나의 목소리도 크게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막히는 도로 위에서 나는 느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함께 토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