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적의 맛

그 날 것의 맛이란...

by 책덕후 슈미









지난달에 방문했던 열다 책방에서 사온 3권의 책을 이제야 펼쳐 본다. 요즘엔 왜 이리 종이책이 손에 닿지 않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은지...얇디 얇은 책도 손에 닿게 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요즘은 이른바 '종이책 독서기아 기간'이다.


가끔씩 찾아 오는 이 시기...아예 끊지는 못하고 조금 멀리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좀 굶주리며 지내다 책을 접하면 아주 맛있게, 그리고 많이 읽게 된다. 이런 기간이 가끔 찾아오는 것도...뭐...나쁘지 않다.


동네책방에 가면 대형출판사의 책이 아닌 독립서적을 최대한 찾으려고 노력한다. 게다가 책방지기가 1인출판사을 운영하고 있다면 그 책을 1순위로 고른다. 다행이 열다 책방에서는 '오리너구리'라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별도의 큐레이션이 있어서 책을 고르기 어렵지 않았다. 얇은 2권의 책과 시세권이라는 단어에 혹해 한 권을 더 잡았다.



얇은 책이라 3권을 한 번에 호호록 맛 보았다. 이 세 권 중 제일 먼저 고른 책은 독서모임 리더여서인지 [독서모임 하세요? 독서모임 하세요!!]였다. 다양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고, 그 모임 별 리더의 생각과 각 모임의 회원들의 참여 후기와 변화를 맛볼 수 있었다.



현재 운영 중인 중년독서연대 보물지도도 거의 매 번 7~8명이 참여하다 보니 자리 선정이 어려워졌다. 슬슬 하나의 고정 장소를 찾아야 하나 싶다가도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독서하고 싶은 욕구는 참지 못 해 항상 고민만 하고 있다. 그러한 고충을 생각해서 나도 그냥 책방을 열어 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는데 열다 지기는 실행을 했다. 나도 오랜 기간 일한 곳 퇴사해서 나온 두둑한 퇴직금이 있으면 좋겠다 싶다.



2016년도부터 보물지도를 꾸준히 한 동력은 사람이다. 혼자만의 책이 아닌 우리의 책으로 만들고 싶어서였고, 그게 더 책을 오롯이 내것으로 만드는 거였다. 한 권의 책을 떠올리면 그 책만 떠오르는 게 아니라 사람과 장소도 함께 떠오르며 그 때 나누었던 이야기도 함께 떠오른다. 이 맛에 독서모임한다.



다음으로 엄청나게 긴 제목의 책을 골랐다. 한국 최고의 긴 문장의 책 제목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해? 심장이 멈출 때? 뇌파가 멈출 때? 아니, 너를 말할 수 없을 때야. 써, 지금.] 휴...읽기도 숨차다. 줄여서 [사너써]라고 불러야겠다.


책을 펼치니 열다 지기가 생일에 맞춰 달력을 한 장 찢어 준 게 나왔다. 독서모임은 시작해야 하고 책은 빨리 사야 해서 받아서 끼워놓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제는 책상 옆에 붙여 두고 있다. 내용은 뭐...그닥이지만...



지난 전자책 공저 2번의 작업을 통해서 느꼈던 부분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를 제대로 만나 보고 싶어서" 글을 쓴다는 부분. 이 기쁨을 느낀 사람이라면 평생 글을 쓰게 될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재미있게 읽고 책을 덮기 전에 윤동주 시인의 시를 오마주한 시가 있어서 웃으며 책장을 덮었다. 예쁜 별 하나와 함께.



얇고 저렴하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변화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날것의 이야기가 참 신선해서 좋다. 그러면서도 공감이 되어 따뜻하다.





이제는 노안이 와서 책을 읽을 때 글자 크기와 여백이 중요한 나이가 되었다. 글자가 작으면 싫고, 여백이 촘촘하면 읽을 맛이 조금 떨어진다. 눈의 피로도가 확 치솟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독립서적은 읽는다. 나도 이런 책을 만들고 싶으니까. 정제되지 않은 야생 세렝게티 날 것의 맛을 담은 책을.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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