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는 언제부터 시작이었을까
초등학교 때 일기 쓰기부터였다.
일기를 쓰고 매일 같이 검사를 하는 담임선생님이 계시고
간단한 메모를 해주시거나 "검"이라는 도장을 찍어 주시는 선생님도 계셨다.
내 일기를 누군가가 읽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보다는 숙제를 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매일 써서 검사를 맡았다.
한 줄의 메모이지만 간단히 피드백을 해주시는 선생님의 손글씨를 보는 순간 감동을 받았고 일기 쓰기에 즐거움을 느꼈었다.
나는 왜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는가.
혼자 글쓰기에서 함께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한 주제로 다양한 색깔의 글이 나온다는 게
새로웠다. 그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매일 무의식의 흐름으로 써라.
아는 것을 쓰려고 하지 말고
본 것과 느낀 것을 써라
23년 한 해를 함께 글쓰기를 하면서 처음엔
매일 쓰면 글이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혼자 쓰던 일기에서 벗어나 주제를 가지고 쓰기 시작했다. 일상을 관찰하고 내가 느낀 데로 썼다
그러나 매일 뇌리를 떠나지 않는 문장이 있었다.
"매일 글을 쓴다고 글은 늘지 않는다."
올 한 해 가장 많이 시간 투자를 했던 건
책 읽기와 쓰기이다.
다른 해보다 쓰기에 시간 투자를 많이 했다.
쓰기를 해서 얻은 건 무엇일까?
글쓰기 하나로 예술인이 되었고 글이 모아지니
책이 되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는 시간이 무료하게 느껴졌다. 글이 써지지 않았다.
오래 전 보도 셰퍼의 <돈>이라는 책을 읽으며
나를 일깨어 줬던 문장이 떠올랐다.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없다"
한 사람만 믿고 열심히 살았던
나는 잃은 게 더 많았다.
"열심히" 하지 말자.
유한한 시간이 나에게 주는 깨달음이다.
똑같은 시간에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보다
효율을 생각해야 한다.
글쓰기도 단계가 필요하다.
처음엔 일단 무작정 쓰는 게 맞다.
일단 써야 한다.
어려워하지 말고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데로 쓰면 된다. 잘 써야겠다는 마음과 누군가 내 글을 읽고 평가절하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글을 쓰고 나서 자꾸 자기검열을 하기 시작하면 글쓰기는 힘들어진다.
두 번째 단계는 무작정 글을 매일 쓰기만 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 써온 글이 있다면 이젠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생각하고 나의 일상이 목록이
되도록 주제를 만들어야 한다.
자서전을 쓸 것인가
누가 읽었으면 좋겠는가
일기가 아닌 이상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나도 글을 써볼까 하는 동기부여가 되는 글, 내 삶을 들여다보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라는 것은 뭘까
매일 글을 쓴다고 해서 글이 느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에 대한 나의 태도가 달라졌다.
매일 글을 쓰면 글은 늘지는 않지만 글감을 찾기 위해 사물을 보는 눈은 달라지고 글을 보는 깊이는 달라진다.
글쓰기는 그냥 쓰는 것이다.
그냥 썼으면 나만의 콘텐츠를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