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by 소소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있을까?

나의 데드라인은 어디일까?

오늘은 "유언"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기로 한다.​


유언장이라는 것을 죽기 전에 작성하라는 법은 없는 것이니까.

메멘토 모리(Memo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라는 라틴어 문구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사는 것보다 죽음을 기억하며 사는 삶은 하루라도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까. 유언은 죽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친정어머니는 하루아침에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일어나지 못하셨다. 그래서 유언이라는 건 없었다. 매일 하셨던 말씀이 유언이라고 생각하고 산다.

"교회 다녀라. 예수님 믿어라"

주마다 전화하셔서 하신 말씀이시다.

폐암으로 3년을 고생하시고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또한 코로나로 인해 보호자의 방문도 어려운 상황이었고 심한 통증을 호소하면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요양보호사에게 들었다.


친정아버지는 워낙 자기관리를 잘하시던 분이시고 담당 의사도 젊은 사람들보다 근육량도 많다고 하셨다. 당뇨가 있으셔서 술은 아예 드시지도 않았고 담배는 평생 피지 않으셨다.


건강관리라면 어느 누구 못지않게 하셨던 분이라 본인이 폐암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어하셨다. 그렇게 친정아버지는 시한부 인생을 사시면서도 우리에게 유언을 남기지 않으셨다.

내가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유언

사랑했다. 고생많았다. 엄마 딸이 되어줘서 고마웠다. 너희들을 만난 행운으로 행복한 삶이었어.

남들처럼 재산이 많은 게 아니라 돈을 어떻게 세금을 적게 내면서 합법적으로 유산을 줄 수 있을까 머리 아픈 숫자놀이는 하지 않아도 된다.

가장 소중한 건 내가 살아온 날들을 기록해놓은 데이터들이다 애들 어릴 적 사진들이 저장되어 있는 싸이, 습작과 간단한 메모를 하는 카스, 그리고 블로그이다.


다른 것들은 모두 삭제해버려도 좋지만 블로그는 두 딸 중 한 명은 꾸준히 이어나가 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문장 수집해 놓은 노트들도 태우지 말고 딸들이 힘들 때 꺼내서 읽어 보면 좋겠다.

그리고 장례식에 불러야 할 사람들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부르지 마라.

꼭 불러야 할 사람 목록은 따로 저장해 두었다.​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의 나이 평균 정도만 산다고 하면 난 65세이다.

그럼 나에게 남은 시간은? 아직도 10여 년 남아있다. 더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찌 보면 20여 년을 더 살 수 있지 않을까

20여 년을 살면서 유언은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존경스러운 엄마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참 열심히 살았다는 말만 들어도 만족스러운 삶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죽는 날까지 꿈을 꾸며 사는 삶이 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