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by 소소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흐릿한 추억의 흑백 영상이 스쳐 지나간다.

나와 바로 밑동생은 연년생이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30~40분가량 걸어가야 했다. 학교를 걸어가며 초인종이 있는 집을 지나가면 누르고 도망가며 주인 아주머님께 혼나기도 했다.


어느 날은 무슨 일로 동생과 싸웠는지 모르겠는데

서로의 양볼을 잡고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며 웃고 계시던 분의 등의 모습이 리졸브 되며 사라진다.

우린 화가 나서 싸웠는데 그 모습이 천진난만해 보였을까. 하는 생각에 보정되지 않은 희미한 흑백 영상이지만 미소 짓게 한다.

난 우울할 때 셀카 찍는 걸 즐긴다.

혼자 일을 마치고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 선 나의 모습이 초췌하게 보이는 날은 핸드폰을 셀카 모드로 바꾸고 표정을 지어본다.

다양한 포즈를 취해보고 그러다 혼자 웃는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 행복해진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할때도 있었다.

어제는 오프로 하는 북클이 있는 날이었다.

도서관을 나서기 위해 준비 중인데 북클장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날씨도 좋으니 멤버 한 분이 장소 변경을 하셨다고 한다.

장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토포필리아인 공원이었다. 혼자 산책할 때와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왔다.


꽃을 보면 예쁘다는 생각만 했지 이름이 뭘까?

호기심을 가져 본 적이 없던 난 나무나 꽃들의 이름을 모르는데 공원에 있는 나무와 꽃들의 이름을 거의 알고 계신 분.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고 나무 끝동에 걸려있는 구름이 없어 아쉬웠지만 화사하게 피어있던 꽃들로 인해 우리의 모습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그 순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는 분


​신세대와 구세대의 차이는 사진을 찍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필름 세대였던 난 맘에 든 사진을 찍기 위해 다양한 포즈를 취해보았지만 오랜 시간을 기다려 내게 온 사진은 맘에 들지 않곤 했다.

자연스럽게 찍힌 사진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딸들과 함께 나가면 수십장의 사진들을 찍어 가족톡에 올려놓는다.

"엄마, 맘에 들어? 오늘 인생컷 건졌어?"


​사진은 순간을 얼음시켜버리지만 그 찰라의 포착은 행복을 박제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