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고립이 되지 않기를
어릴 때부터 나만의 방이 있었으면 했다.
하지만 결혼한 뒤에도 나만의 공간을 갖기는 힘들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데 정말 오래 걸렸다. 현재는 나만의 공간 나만의 책상, 방이 있다. 오롯이 나의 방이다.
한 쪽 벽면엔 갤러리에서 사 온 굿즈들을 따로 모아 놓았다.
창가엔 침대와 책을 읽는 책상을 나란히 두었다.
그리고 스탠드 책장. 하얀색 침대 시트와 이불 위에는 작은 애가 아크릴로 그려준 바다 그림이 걸려있다. 난 이곳에서 일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도 보고 책도 읽는다.
책상 귀퉁이와 독서대에는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눈에 띄게 여기저기 붙여 놓았다.
마음에도 나만의 방이 따로 있다.
힘들 땐 문을 잠가 버리는 게 문제다.
마음속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포스트잇들은 나의 감정들의 처방전들이다. 힘들 땐 하나씩 꺼내 본다. 힘들어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 결핍된 사랑으로 인해 생존의 불안함이 소환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성향을 작은 애가 닮았다.
며칠 전 꼭꼭 잠긴 마음의 문을 열었다.
"힘들어하지 마. 힘들면 말을 해"
그 말 한마디에 딸은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낸다.
고독을 즐기기 위해 혼자만의 방을 원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독립적인 공간을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독이 고립이 되어버리는 자기만의 방일 때는 누군가 열어 줘야 한다.
스스로 문을 열 힘도 없을 땐 누군가 열어줘야 나오는 사람이 있다.
바다가 보고 싶다는 작은 딸과 함께 주말엔 방아머리 해변을 다녀왔다.
모래사장에 파라솔을 펴고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시원한 바람과 활기 넘치는 파도 소리, 그 파도에 밀려 뛰는 딸은 닫았던 자기만의 방의문을 열고 활짝 웃는다.
사랑이란 관심의 더듬이를 세워 기울여보는 것이다. 독립된 자기만의 방에 너무 오래 있지 않게 문을 열어줘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아채는 일이다.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힘들면 힘들다 말을 해." 이 한마디가 자기만의 방에 있는 사람에겐 위로가 되는 말이 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