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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김씨 Apr 03. 2016

카피라이팅은 사람쓰기

Book킹; 카피책, 정철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은 카피다. 그래서 이 책은 너무 실용적이다. 글을 쓰는 방법은 물론 내 서명까지 바꾸게 되었으니 말이다. 한 번이라도 말을 가지고 장난쳐 본 적 있다면 틀림없이 이 책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시장한 사람이 시장에 가서 시장을 우연히 봤다면, 이 사람은 누굴까? 아재입니다.'

아재 개그 시대가 왔다. 아니 사실 아재 개그 시대가 온 것은 아니고, 그들도 인정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가 충분히 주류가 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마치 KGB같은 비주류를 내가 마셔서 주류가 된 것인 양. (전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진답니다.) 카피도 비슷하다. 과거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가 지나고 고객에게 어필해야하는 시대가 왔고, SWOT과 4P 중심의 마케팅에서 비주류였던 카피가 때로는 주류가 되는 것처럼.


35가지 정철 카피라이터의 카피 쓰기 노하우를 담았다. 참고로 이 리뷰에 저자의 노하우를 담으려 했고, 닮고 싶었다. 하지만 쓰기엔 No-how라 부족해 자신감만 가지고 써보려 하니, 즐겨주길 바란다. 사실 카피 책 한 권 읽고 No-how가 Know-how 되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이다.

"카피든 에세이든 연애편지든 (자소서든, 보고서든) 사람 마음을 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모든 글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 저자 서문 中


그럼에도 욕심이 나는 건 내가 사람 마음 여는 것에 관심이 많은 마케터이기 때문일게다.

시작, 사람의 마음을 여는 카피쓰기 1조 1항은 그림이 그려지게 구체적으로 표현하라,

 [Before] 연필심이 금방 닳지않아 오래 쓰는 연필

 [After] 연필 한 자루로 팔만대장경을 쓰다.

'확' 온다. 35 가지 모두 정리하고 싶지만, 저작권에 상당한 문제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나의 관점에서 '확' 오는 것들만 추린다.


 낯설게, 불편하게 다른 것들을 조합해 만들어라. 

 길게 쓰지 말고 잘게 썰어 써라. 

 일대일로 얘기하듯 써라.

 말과 글을 가지고 장난하라.

 걷어내 간결하게 써라

 마음껏 패러디하고 트렌드를 따라라

 뚱딴지 같은 헤드라인을 써라

 단어를 선점하라

 한자말고 순수 한글을 사용하라

 사람과 관련된 것들을 이용하라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다고 하라

 비쥬얼도 같이 고민하라

 고객을 칭찬하는 글을 써라


참 신기한 건 우리가 다른 책에서 본 노하우가 아닌가 싶다. 내가 추린 것을 소개팅에서 이성에게 호감을 갖는 방법으로 바꿔보면 어떤가? 비쥬얼도 고민하라는 것부터 단어를 선점하라는 것까지 다 적절하지 않은가?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라, 카피도 그 연장선에 있어 그런 느낌이 드나보다. 그렇게 이 책을 나만의 카피로 바꾸면?


'카피 쓰기는 사람 쓰기다.'


읽는 내내 즐거웠다. 사례들을 보며 떠오르는 카피나 문구를 쓰느라 더 즐거웠다. 떠오른 카피들이 너무 써서(쓰다의 사투리) 못 써, 다음엔 꼭 써보고 싶다.  끝으로 책에서 나온 기획서 내용중 일부인데 너무 좋아 공유하려 한다.


 엄마를 네 글자로 표현하면, 미안해요

 열두 글자로 표현하면,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했어요.

 "엄마를 만나세요"


 아빠를 아버지라 부를 때부터 철이 드는게 아닙니다.

 아버지를 다시 아빠라 부르고 싶은 순간부터 철이 듭니다.

 "아빠를 만나세요"


 나이를 먹지 않는 유일한 동물, 그의 이름은 친구입니다.

 "친구를 만나세요"

 

(여기부터는 제가 그냥 붙인겁니다.)

 지금 해야하는 건 미루어 둔 빨래가 아니라,

 미루어 둔 이야기 입니다.

 "더 늦기 전에 그들과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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