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킹; 권력의 종말, 모이제스 나임
우리는 권력관계에 노출되어 있다. 가족관계, 사랑하는 연인, 친구, 직장 등 일상에서는 물론, 심지어 소개팅, 팬미팅, 네트워킹 등 인스턴트 만남에서도 권력은 작용한다. 이들 권력은 원하는 것을 가진 사람(덜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한 사람(더 원하는 사람) 간의 투쟁이다. 연인이라면, 좀 더 좋아하는 쪽은 상대방의 마음을 더 가지고 싶고, 반대는 조금 덜 가지고 싶어 하기 때문에 전자가 을, 후자가 갑이 된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며, 직장에서도 능력이 있는 사람과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 간의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모임 네트워킹에서도 매력적인 사람에게 사람들이 몰리는데, 그러한 경우도 권력관계라 볼 수 있다. 개인 간의 관계를 넘어 집단 간의 관계는 더 권력 지향적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 돈(원조)이나 군사력, 문화를 통해 영향력을 미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도 마찬가지다. 돈을 통해 그들은 갑과 을로 엮인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갑의 '갑질'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워낙에 이슈가 되다 보니, 그러한 사례를 찾는 건 너무 쉽다. 미스터피자 사장 경비원 폭행, 땅콩 사건 등. 그런데 갑과 을의 관계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책의 정의, 권력은 다른 집단과 개인들의 현재 또는 미래의 행동을 지시하거나 막을 수 있는 능력.
권력의 투쟁이 어느 때보다 늘어가고 격렬해지지만, 권력의 힘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모든 분야(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서 권력의 수명은 급격히 짧아지고 있다. 거대 기업의 시장 진입장벽에 금이 가고 있고, 정부와 정당은 시민들의 비판에 하루아침에 그들의 정책이 좌초되기도 하고, 교육자들의 권위는 점차 바닥을 보이고 있다. 이것들은 단순히 변화가 아니라 권력이 종말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거 경제 정책을 추진하는 장관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지만, 지금은 추진하는 모든 내용은 전달되고 판단되어지며, 그에 걸맞은 실력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그에 따라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것은 권력을 잡아본 전 세계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거의 보편적인 현상이다.(p10 참조) 그렇다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권력을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지고, 형태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단순히 인터넷의 발달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변화의 원인으로 3가지를 말한다.
1. 양적 증가 혁명 : 국가의 수, 인구 규모, 생활수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들의 수, 시장의 상품 수 등 모든 면에서 양적으로 증가
2. 이동 혁명 : 사람, 노동력, 상품 돈, 아이디어, 가치, 정보들이 빠르게 세계 곳곳으로 자유롭게 이동
3. 의식 혁명 : 교육 수준이 높고 심리적 기대와 사고 기준의 변화로 자유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일어남
모든 것의 양적 증가로 원하는 것을 충분히 얻으며 풍요롭게 살 수 있고, 이동이 편리해졌고, 어느 곳에서나 상품이나 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으며, 거주에 대해 더 자유로워졌고, 그에 따라 개인의 의식 수준은 높아졌다. 세계의 역사는 자유 투쟁의 역사라고 한다. 권력과 자유가 특정인(왕, 교황)에게 주어졌던 것에서 투쟁을 통해 엘리트, 시민으로 확대되어 왔다. 그리고 최근의 기술의 발전으로 양적 증가, 이동, 의식의 변화로 자유에 대한 열망은 커졌다. 그 결과는 놀랍니다.
아랍의 봄, 월스트리트 행진과 같은 권력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은 늘어가고 선거 민주주의 체제 국가는 1989년 69개에서 2011년 117개로 크게 늘었다. 민주주의와 자유는 늘어났으며 권력의 남용은 줄었다. 정치 참여가 늘어나 자신의 생각을 대변하는 소수 정당들이 늘어나, 독재적인 결정에 제동을 걸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압박하고 있다. 한 나라나 기업이 후진국에서 불법적으로 자행하던 것들이 공개되고 불법적인 약탈 행위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대기업들의 많은 장점을 기술의 발달로 많은 생산시설이 공유되거나 싸게 구축이 가능해지고, 자본 조달도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나 속도를 기반으로 한 소규모 업체들이 대기업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가톨릭 교회 또한 늘어나며, 다양한 신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고, 노동운동, 자선사업들도 더 투명하게 개개인의 의견을 반영한 곳들이 늘어난다.
권력이 쇠퇴하며 세상은 더욱 민주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하지만 어둠도 있다. 소말리아 해적, 빈 라덴, IS와 같이 자체 군사력(기술의 발달)을 가지고 테러를 자행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정부는 권력이 축소되어 군사력을 동원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기자나 NGO단체들의 간섭과 여론으로 무엇하나 결정하기가 어렵다. 소수 정당들이 늘고, 그들의 반대로 자국 문제 해결에 중요한 의사결정이 미뤄진다. 또한 극단주의자들의 정당이 늘어나게 되면, 자칫 미숙한 정치체계를 가진 국가에서는 전쟁을 유발할 수 도 있다. 온실가스와 탄소 배출을 제한하기 위한 기후 협의는 개발 도상국의 반대로 무산된다.
권력의 쇠퇴로 인해 무정부 상태와 비슷하게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며, 그에 따른 문제가 다시 발생하는 것이다. 권력의 쇠퇴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무정부 상태로 가거나 폭력적인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권력은 스스로가 평가하거나 비교하지 말고 그 자신의 역할에 집중해야 하며, 극단적 단순 주의 세력에 대해 경계하며, 권력을 가진 자들 스스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갑질 이야기가 이슈된다는 자체만으로도 권력에게 브레이크다. 권력자들의 민낯이 쉽게 드러나, 과거처럼 함부로 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그렇기에 도덕적이고 존경받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이제는 도덕은 기본적인 사항이다. 구글링만 해도 웬만한 정보는 다 조회된다. 아울러 시민은 권력자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지식과 교양을 쌓아야 한다. 극단주의자들에 휩쓸리지 않게, 중요한 의사결정이 될 수 있게 말이다.
권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권력의 관계를 바꿔 놓을 뿐이다.
존경받는 갑과 현명한 을을 요구하는 시대가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