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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Jerk Oct 26. 2015

안경알 깎는 노인

잊혀져가는 장인들

0. 요즘 룩옵티컬 / 알로 같은

대형 프렌차이즈 안경점이 쉽게 눈에 띈다  

뒷길에는 동네 이름이나 인근 학교 이름을 딴

작은 안경점들이 보이는데,

이건 그 사장님들 좋으라고 적어보는 글.


1. 안경이란 게,

알은 퀄리티로 고르는 반면

테는 디자인 위주로 고르기 때문에

마진의 대부분이 생기는 곳은 안경테일 것이다

길에서 만원에 파는 것들도 마진이 있는데

브랜드 테들은 더하겠지.


2. 길에서 안경을 샀다, 테만.

알 맞추러 테를 덜렁덜렁 들고서

'안경은 얼굴'이라고 써 붙인 그 안경점에 갔다

(ㅇㄱ은 ㅇㄱ, 초성 장난인가?)

평소 쓰던 것보다도 세 배 비싼 알을 샀는데

피팅을 하면서 몇 번 안 만져준다

옷 가게서 수선할라 하면

'그 정도는 그렇게 입는 게 딱 맞아요'

그 정도 딱 그런 어투로_

덕분에 그 안경은 네 시간 이상 쓰면

귀 언저리가 저릿저릿 하다

정 아파 다른 지점을 찾아가봤지만

'저희 꺼는 아니시랬죠'

꼬박꼬박 확인을 한다.

(오냐 알만 니네 꺼다 알만)


3. 좀 비슷한데 더 난처한 상황

테도 알도 모두 내가 들고

훌렁훌렁 안경점을 찾았다

예전 안경의 알을 깎아 다른 테에 옮기는 상황

브랜드 겁나서 이번엔 동네 안경점 ㄱㄱ

중년 주인 아저씨는 흠칫 망설이셨지만(난 봤지)

불편하지 않게 승낙하셨다

귀 뒤로 손 대보더니 이거 아프겠네, 하고

본래 쓰던 안경 피팅도 군말 없이 새로 해주신다

세월이 담긴 솜씨인지, 피팅 수완도 다르다

덤으로 재미는 없었지만 안경학개론 강의까지;;

이 모든 걸 단 돈 5천 원, 받자고 해주셨다


4. 땅 파서 장사하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앞으론 가급적 아저씨네 팔아드릴게요.란 소리가

가게를 나서면서 절로 나왔다


5. 영세 안경점의 안경사들을

현대판 '방망이 깎던 노인'이 되어 가고 있나보다

잊혀져가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일은

많은 의미에서 나를 긴장시킨다.


절박함, 또는 쓸쓸함이라든가
아님 직업소명과의 싸움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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