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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Jerk Oct 21. 2015

도시의 등판

전봇대

새벽 산책을 하다가 전신주를 봤다. 벌써 10년 전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났다.

"우리나라 전신주는 너무 지저분해.

일본이나 유럽 어느 나라에 가면 지하 매설해서

도시도 정돈되어 보이고 공사할 때 사고도 없고.

우리나라도 정비 좀 하지."

전신주 보면 늘 좋았던 나는 딱히 반문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좀 할 말이 있을 거 같다.


전신주는 우리가 생활하는 집의

아늑한 등판 같은 거라고.

우리가 집을 데우고,

커피물을 끓이고,

방을 밝히면서

사람답게 사는 모습을 지켜주고 있는

탄탄한 등판 아니겠냐고.

많은 사람의 등이나 팔꿈치가 지저분하듯

다소 정돈 안 되어 보이긴 해도,

저마저 없으면 우리 삶을 굴러가게 하는

온기와 빛의 기원은 어느 누가 기억하겠냐고.


스산해져서 생각보다 조금 빨라진 귀가길,

집에 와서 팔꿈치를 박박 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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