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멈춰도 시간은 흐른다
시간은 정량적, 절대적인 실체일까?
이것을 잘 모르겠다
어쨋거나 우리는 그렇게 믿고 살죠.
1년을 공전주기에 따라 12달로 쪼개었고
하루는 24시간으로 나누어 눈금을 그어서
전세계인이 째깍째깍 같은 속도로 살고 있습니다.
다른 물리적인 실체들은 더하고 덜고 밀고 당기고 아끼고 지르는 게 가능한데 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흘러요. 물론 머리회전이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 움직임이 재바른 사람과 둔한 사람에게 같은 시간이 같은 가치를 지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손목 위에, 휴대폰 안에, 벽에 걸린 시계들은 째- 하고 깍- 하면서 너 1초 나 1초, 부지런히 넘어갑니다.
시간에 대한 많은 격언이 있는데 그 어느것 하나 시간을 후하게 쓰라는 말은 없더라고요. 하다못해 피같은 돈도 나눠 쓰라는데, 콩 한쪽도 나눠 먹으라는데 시간은 늘 귀하게 여기라 해요.
시간은 양도도 안 되지요.
그래서 손목에 매달려 있든, 책상에, 탁자에 있든 벽에 박혀 있든 시계는 그 공간이 흐르는 분위기를 좌우하는 강력한 메타포로서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시간이 흐르는 것에 주목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 등 극중에서는 시선을 집중시켜서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해요.
시계는 특히 남자에게 의미가 많아요. 남자들이 시계욕심을 부리곤 하는데, 사실 그렇다 해도 여자들이 가방과 힐에 욕심내는 것만큼 속시원히 지르는 사람들을 잘 못 봤어요. 게다가 남자는 관리에 재능이 없어요. 금방 너덜너덜 헤집니다. 결국 그런 부담감에 맘에 드는 가죽 스트랩을 보고 스틸 시계로 대충 타협해서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어쨋거나 시계들은 늘 우리의 시선을 끌어요. 시계는 그 사람의 많은 걸 보여주게 됩니다. 애써서 고른 만큼 그 사람의 고려사항들이, 우선순위가 담겨 있어요. 그 사람이 보여요. 요일별로 시계가 바뀌는 사람이 아니라면, 시계만으로도 그 사람을 짐작하는 게 아주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시계들은 시간 언저리에서 서로 정확하게 가겠다고 발버둥을 치지만, 정작 사람은 5분 단위로도 정확하게 움직이질 못해요. 그런 역사에도 시계는 더 정확해져 왔어요. 언젠가 시간이 나면 "5분 시계"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조금도 정확하게 살고 싶지 않은 당신을 위해서,
시간에 끌려 다니지 않고 맘껏 주무르고 싶은 이들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