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산돌 권경석 이사
새터데이 에디션이 주목한 이슈
현대카드와 배달의 민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폰트를 브랜딩에 적극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폰트가 어떻게 생겼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브랜드가 인식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만큼 폰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죠. 그렇다면 성공적인 타이포 브랜딩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 최초의 폰트 회사 ‘산돌’의 권경석 이사에게 물었습니다.
빠르게 핵심 보기
① 폰트 디자인은 균형의 싸움이다 ② 포트폴리오 안에 감각과 창의력, 인사이트를 담아라 ③ 폰트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지속해서 다루는 게 중요하다
스크롤을 내리면 확인할 수 있어요
• 폰트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
• 폰트와 타이포그래피의 차이
• 하나의 폰트가 만들어지는 과정
• 브랜딩에서 폰트가 강조되는 이유
어떻게 폰트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됐나?
대학 시절, 컴퓨터 그래픽에 관심을 갖다가 폰트의 중요성을 느꼈다. 산돌의 경쟁사인 윤디자인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폰트 디자인이 나한테 잘 맞는 일이란 걸 알면서도 졸업 후에는 광고 회사에 취직했다. 당시 디자인 전공 학생들 사이에서는 광고 디자인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막상 가 보니 그곳에서는 시키는 일만 반복하면 됐지, 창의성을 요하지 않았다. 그건 내가 원하던 게 아니었다. 그렇게 광고 회사를 그만두고 폰트 회사 문을 두들겼다.
폰트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이 궁금하다.
세 가지를 꼽는다. 끈기, 창의력, 그리고 균형 감각. 한 가지 프로젝트를 오래 하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 폰트 디자인은 대부분 롱텀 프로젝트 형태다. 나눔 고딕이 3년, 중앙일보 서체가 6년 걸렸다. 끈기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창의력은 디자이너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역량이다. 균형 감각은 정말 운동 신경을 의미한다. 폰트는 절대 조형이다. 흑백만 갖고 이게 잘된 건지 아닌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결국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 싸움이다.
지금은 어떤 경로를 통해 폰트 디자이너가 될 수 있나?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타이포그래피나 폰트에 관심을 갖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폰트 회사에 지원하는 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특히 이쪽 분야는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 그 안에 담긴 감각, 창의력, 스타일 등 인사이트를 본다.
폰트를 잘 만드는 것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큰 자극으로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 잡는 것도 가능하지만, 꾸준한 방법이 제일 좋다.
성공적인 타이포 브랜딩 사례를 꼽아 달라.
타이포 브랜딩의 효시라고 말할 수 있는 현대카드가 있다. 현대카드 성공 비결은 폰트 디자인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이걸 잘 활용한 데 있다. 타이포 브랜딩에서는 폰트를 잘 만드는 것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카드 폰트가 2005년에 나왔는데 지금도 꾸준히 세련된 수준을 유지하며 잘 활용한다. 어떤 큰 자극으로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 잡는 것도 가능하지만, 꾸준한 방법이 제일 좋다.
브랜딩에서 왜 폰트가 강조되나?
폰트는 목소리다. 우리는 브랜드 메시지를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목소리를 만들어 주는 거다. 보여 주고 싶은 이미지가 있으면 어떤 매체를 통해야 하는데 폰트로 전달하는 게 가장 좋다. 여기에는 이미지와 메시지가 다 담겨 있다. 폰트 생김새에 따라서 그 브랜드가 완전히 달라 보인다. 가령 폰트에 사선이 들어가면 속도감이 생기면서 호소력 있어 보이고, 호리호리한 폰트는 세련된 이미지를 준다.
텍스트의 시대가 끝나고 영상의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오히려 폰트 디자인은 그 어느 때보다 각광 받는 것 같다.
우리는 말로 무언가를 전하기 어려울 때 손짓 발짓 한다. 부가적인 게 많아진다. 영상, 미디어 등 메시지를 실어 나를 매체는 많다. 하지만 타이포그래피처럼 또렷하고 간결하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 어떤 부가적인 것보다 글자 몇 개 던지는 게 가장 깔끔하다는 걸 사람들이 아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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