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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저널리즘 Apr 22. 2019

우리에겐 소울 플레이스가 필요하다

#101 핸드픽트 호텔 김성호 대표

새터데이 에디션이 주목한 이슈

서울의 오래된 주거 지역인 상도동에 위치한 핸드픽트 호텔은 지역민들과 상생하며 공간의 고유한 맥락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따뜻한 느낌의 벽돌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담한 건축물은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명동이나 강남에 위치한 웅장한 호텔들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지난해 《모노클(Monocle)》의 글로벌 Top 100 호텔 리스트에 오른 한국의 유일한 호텔은 힐튼도, 쉐라톤도 아닌 바로 핸드픽트입니다. 개관 2년 반 만의 성과인데요. 김성호 대표에게 마음을 끄는 공간을 만드는 법은 무엇인지, 앞으로 사람들에게는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물었습니다.


빠르게 핵심 보기

① 로컬리티는 곧 휴먼 스케일이다 ② 중요한 것은 소득 수준이 아니라 취향이다 ③ 플랫폼으로서 호텔의 힘은 높은 신뢰도, 설렘, 긴 체류 시간에서 나온다.


스크롤을 내리면 확인할 수 있어요

 • 로컬과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하는 방법
 • 우리가 몰랐던 상도동의 매력
 • 외국인이 보는 서울, 외국인이 찾는 장소
 • 공간 비즈니스의 변화



보통의 호텔과 다르게 핸드픽트는 ‘로컬 커뮤니티’ 콘셉트다.

 
로컬 커뮤니티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휴먼 커뮤니티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 커뮤니티의 테마가 상도동일 뿐이다. 상도동이라는 지역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 이곳 사람들이 편하게 느끼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우리 호텔의 모토는 ‘we make soul place’다. 흔히 소울 푸드라고 할 때 미슐랭 스리 스타의 셰프가 만든 음식을 가리키진 않는다. 아주 맛있지 않더라도 뭔가 마음이 안정되는, 외롭거나 힘들 때 먹고 싶은 음식들, 공간에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간을 기획했나? 


이를테면, 지금 우리가 인터뷰하고 있는 카페의 이름은 볼룸(ballroom)이다. 여기 지하 1층은 원래대로면 연회장이 자리 잡았어야 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연회는 자연스러운 교류 방법이 아니다. 외국 문화에서나 특별한 날에 모여서 의도적으로 교류하는 게 편하지. 대연회장을 지우고 대신 지금 같은 복합 시설을 만들었다. 큰 이유가 없더라도 동네 산책하다 들어와서 커피 마셔도 되고. 그냥 앉아 있다가 가도 그만인. 그러다 보니 동네 아기들, 어머니들과 여행객들이 만나는, 복합적인 삶의 모습들이 엉키는 공간이 되었다.


국내외에서 벤치마킹한 호텔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도쿄 메구로의 클라스카(Claska) 호텔을 많이 참고했다. 도쿄에서 여러 호텔에 묵었는데, 클라스카에서의 기억이 유독 오래갔다. 신주쿠의 파크 하얏트(Park Hyatt)에서 묵었을 때는 ‘도쿄 야경 죽이네’ 이 이상은 없었다. 그런데 메구로에서는 동네에서 자전거 타고 다니다가 본 고양이 한 마리까지도 기억난다. 메구로는 상도동이랑 거의 똑같이 생겼다. 낮은 단층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조용한 주거 지역이다. 도심의 호텔들과 달리 위치가 줄 수 있는 요소가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에 하얏트 같은 호텔은 많다. 하지만 다른 경험을 줄 수 있는 호텔은 많지 않다. 관광 호텔 아니면 모텔이다. 산업의 규모는 크지만 ‘자이언트 베이비’다. 서울에도 다른 세그먼트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젊은 사람들만 있으면 쇠퇴하는 업종이 있고, 나이 드신 분들만 있으면 들어오지 못하는 업종들이 있는데 여기는 대형 마트부터 재래시장까지 없는 게 없다.
핸드픽트에서 내려다 본 상도동 풍경 ⓒ Handpicked hotel


왜 상도동을 호텔 부지로 선택한 것인가?


서울을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동네다. 상도동은 50~60년대에 단독 주택 단지로 계획이 되어, 오래된 주거 지역으로서는 거의 1, 2등을 다툰다. 다양한 세대가 분포하기 때문에 다양한 상권이 오랜 시간 잘 유지되고 있다. 젊은 사람들만 있으면 쇠퇴하는 업종이 있고, 나이 드신 분들만 있으면 들어오지 못하는 업종들이 있는데 여기는 대형 마트부터 재래시장까지 없는 게 없다. 심지어 장독을 파는 가게도 있다.


대부분의 호텔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도심에 위치한다. 사람들이 알기 힘들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크지 않나?


물론 위험 부담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홍콩의 코트야드(Courtyard) 호텔에서 최종적인 확신을 얻었다. 호텔이 위치한 곳이 재개발을 앞둔 달동네 한가운데였는데, 아직 재개발이 시작되지 않아 주변은 옛날 그대로고 호텔 하나만 삐쭉 올라와 있었다. 첫날 묵는데 밤에 입이 심심했다. 비즈니스호텔이라서 내부 상점은 다 닫았고, 무작정 밖을 나섰다. 동네 사람들 장 보는 과일 가게에 가니 마트에도 없는 온갖 과일이 다 있더라. 바리바리 사서 호텔 방에서 먹다가, 문득 내가 왜 여기 묵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왜였나?


방 값이랑 교통편을 비교하다가 잡은 곳이었다. 공항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고, 업무를 봐야 하는 곳과 가까웠다. 역으로 생각해 보니, 관광객들이 숙소를 고를 때도 이렇게 판단을 하겠구나 싶었다. 패키지 여행이 아닌 이상, 다들 익스피디아나 구글맵으로 서칭하다가 방을 고른다. 그런데 상도동만큼 교통이 편한 곳이 없다. 오래된 주거 지역이어서 공항 버스부터 심야 N버스까지 모든 교통편이 있다. 서울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어디든 한 번만 갈아타면 갈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 베스트 로케이션은 강남 명동 이런 곳인데 외국인들에게 베스트 로케이션은 교통이 편한 곳이다.


소득 수준으로 마켓이 나누어지는 비즈니스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우리는 소득이 아니라 취향에 포커스를 둔다.


실제로 그런 니즈를 갖고 외국인들이 오나?


2016년 2월에 호텔을 오픈하고 프랑스 여성 두 분이 온 첫 손님으로 오셨다. 홍보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라 어떻게 알고 왔는지 너무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서울에 처음 오는데 홍대, 이태원, 강남의 중간 정도 위치에 호텔을 잡으려고 했더니 여기밖에 없더라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 손님 두 분 중 한 분은 ‘베스트 로케이션’이라는 후기를 남긴다. 두 번, 세 번 오시는 분들 경우에는 로컬의 매력을 느끼고 오시는 분들이 많다. 재방문률이 50퍼센트가 넘는다.


호텔이라고 하면 럭셔리 산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번화가에 지어야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나?


아이폰과 갤럭시의 차이가 소득 수준 차이라고 보는가? 소득 수준으로 마켓이 나누어지는 비즈니스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우리는 소득이 아니라 취향에 포커스를 둔다. 안목이 꼭 소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데, 같은 곳을 월 1000만 원 버는 사람이라면 매일 올 수도 있고 100만 원 벌면 한 달에 한 번 올 수 있지 않은가.


브런치에서는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 인터뷰 전문은 새터데이 에디션에서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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