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미래를 사는 도시, 선전》 조상래 플래텀 대표
드론이 택배를 배달하고, 사람 대신 로봇이 음료수를 만들어 준다. 중국 선전에서 미래가 실현되고 있다. 스타트업 미디어 플래텀의 조상래 대표는 선전에서 중국의 미래를 봤다. 2015년부터 부지런히 선전을 오가며 탐구했다. 4년간 직접 발로 뛰며 보고, 듣고, 분석한 선전의 변화를 북저널리즘 시리즈 《미래를 사는 도시, 선전》에 담았다.
조 대표는 탄탄한 제조업 인프라와 혁신 기업을 장려하는 분위기,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개방적인 태도를 선전의 핵심 역량으로 꼽는다. 세 요소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중국의 혁신을 앞당기고 있다. 그는 “선전에 가면 미래 도시에 온 기분”이라고 말한다. 선전은 최근 제조업의 메카에서 디자인 도시로의 진화를 시작했다. 중국의 미래는 선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선전이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가 뭔가.
“선전에는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40년 간 축적된 탄탄한 제조업 인프라가 있다. 그래서 하드웨어와 관련해선 다른 선택지가 없을 정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 전자 부품을 주문하든 대부분 선전에서 배송된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선전에 거점을 두면 생명과도 같은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선전의 제조 공장들 역시 스타트업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특기를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아이디어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순환 덕분에 선전의 제조업 생태계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선전은 한국에서 ‘짝퉁 시장’으로 유명했다. 지금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데.
“실제로 과거에는 중국산 모조품인 ‘산자이(山寨)’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산자이에 대한 중국 내부의 인식은 우리가 ‘짝퉁’을 대하는 것과는 다르다. 중국은 산자이를 단순한 모조품이라 생각하지 않고 글로벌 브랜드에 대항하는 중국 무명 브랜드의 반란을 뜻하는 표현으로 쓰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의 신화인 샤오미가 대표적 사례다. 샤오미는 애플을 모방하며 시작했지만 이제는 자체 인터페이스를 탑재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산자이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중국인의 인식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유망주의 등장을 가능하게 만든다.”
- 로봇이 음료를 만들어 주는 자판기, 무인 편의점처럼 한국에서 보기 힘든 서비스가 일상 공간에 있다는 게 신기하다.
“선전은 과거에는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 현실로 구현된 도시다. 선전에서 무단 횡단을 하면 인공지능이 그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범칙금 부과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선전 시정부는 텐센트가 자율주행 자동차 시범 운행 계획을 밝히자 바로 임시 번호판을 배정하는 등 새로운 기술 개발을 적재적소에서 뒷받침하고 있다.
개인 정보 보호 관련 법률이 느슨한 것도 개발 속도를 빠르게 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작할 때 필요한 개인 정보 데이터를 다른 나라의 경쟁사보다 더 빨리 수집할 수 있다. 상품이 나오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경험도 빨라진다. 이는 기술 개발에 즉각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빠르게 쌓인다는 뜻이다.”
-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시민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삶의 패턴이 바뀐다. 선전에서는 지갑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모바일 결제를 통해 모든 대금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에서 요금을 계산할 필요가 없는 상점이 늘어나고 있다. 각 제품에 전파 식별 장치(RFID) 태그가 붙어 있어 게이트를 통과하면 구매한 물건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편의점도 있다.”
- 얼마 전에는 일본 기업인 무인양품의 ‘무지 호텔’ 1호점이 들어오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선전이 제조업 도시에서 디자인 도시로서의 정체성도 구축하려는 것으로 본다. 지난해 선전에 중국 최초의 디자인 박물관이 생겼다. 매년 11월에는 국제 산업 디자인 전시회(SZIDF)도 열린다. 일본 디자인의 자존심으로도 불리는 무인양품이 자사의 라이프 스타일을 응축한 공간을 선전에서 최초로 선보인 것은 상징적이다.”
▲조상래는
스타트업 미디어이자 중화권 네트워크 플랫폼 《플래텀》의 발행인 겸 대표이사다. 아시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ASA) 발기인,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센터 기술 자문 위원을 역임했다. 한중 비즈니스 교류에 이바지한 공로로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받았다. 중국의 ICT 분야를 연구하면서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유니콘 기업의 전략, 중국 산업 동향을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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