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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저널리즘 Jun 11. 2018

스웨덴 정치인은 자전거를 탄다

#56.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스웨덴은 흔히 ‘행복한 나라’, ‘좋은 나라’로 불린다. 수준 높은 복지 시스템, 양성 평등 문화,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혁신 기업들까지 스웨덴이 부러운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이제 여기에 ‘축제의 정치’라는 또 하나의 이유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 휴가지에서 정책 토론을 ‘즐기고’, 정치인들과 칵테일을 마시며 댄스 배틀을 벌이는 나라라니 부러움을 넘어 낯설기까지 하다.
 
좀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정치와 축제, 휴가를 하나로 만드는 스웨덴의 비결이 궁금해 북유럽 정치 전문가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를 만났다. 30년 넘게 스웨덴에서 생활하고 있는 최 교수는 스웨덴의 정치 혁신, 좋은 국가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발간한 북저널리즘 신간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역시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최 교수는 2011년 이래 매년 참가하고 있는 ‘알메달렌 주간’의 면면을 세밀하게 기록했다.
 
알메달렌 주간은 매년 여름 휴가철 스웨덴의 휴양지 고틀란드섬에서 열리는 정책 박람회이자 정치 축제다. 최 교수는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알메달렌 주간이 스웨덴식 광장의 정치, 소통의 정치, 축제의 정치를 가장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현장이라고 말한다.

- 알메달렌 주간에 대해 소개해 달라.
 
“알메달렌은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비슷한 스웨덴 휴양지 고틀란드섬의 비스뷔라는 도시에 있는 작은 마을 이름이다. 매년 여름 휴가철인 7월 초 일주일 간, 그 마을에서 국회의원, 언론인, 시민단체·기업 관계자, 문화예술인, 시민이 모여 정책을 토론하고 대화한다. 4000개가 넘는 세미나가 열린다. 정치인들은 길거리에서 연설하고 부스를 만들어 정책을 홍보한다. 수요일 밤에는 ‘정치인 댄스 배틀’이 열리는데, 정당별로 대표 선수를 내서 대결한다. 정치인과 시민이 함께 밥을 먹고 춤을 추면서 소통하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정책 이슈가 마치 박람회에 나온 전시 상품 같다는 의미에서 알메달렌 정책 박람회, 혹은 정치 박람회로 불린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는데, 여름 휴가철에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다. 행사 기간 알메달렌 지역 숙소는 5년 후 예약까지 끝나 있을 정도다.”
 
- 휴가지에서 정치라니.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나 역시 처음엔 단순한 정치인 연설 행사로 생각했다. 직접 참여하고 나서 엄청나게 놀랐다. 이것이 광장의 정치, 소통의 정치, 열린 정치구나. 알메달렌의 메시지 중 하나가 ‘정치는 축제다’이다. 중요한 건, 정치인이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거다. 불편하고 어려운, 모셔야 하는 사람이 와 있으면 축제가 되겠나. 서로 동등한 관계일 때 어울리고 즐길 수 있다. 권위 있는 사람들이 와서 의전이 어떻고 하는데 축제가 만들어질 수가 없다.”
 

알메달렌 주간에 열린 댄스 배틀에서 우승한 사민당의 아니카 스트란델 보건복지부 장관, 아달란 셰카랍 행정부 장관, 녹색당의 알리세 바 쿤케 문화부 장관. (왼쪽부터)


- 한국 정치인과 비교할 때, 스웨덴 정치인들의 어떤 점이 가장 다른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들 같다. 총리부터 장관, 국회의원도 그냥 옆집 아저씨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국회부의장에게 전화를 해도 본인이 바로 받는다. 개인 보좌관이 없다. 공무를 다루는 공무 보좌관만 있다. 정치를 본인이 직접 다 해야 한다. 이동할 때도 자전거 타고 다닌다. 일이 너무 많아 힘들어서 정치권에서 떠난다는 사람들도 있다.”
 

- 굳이 자전거를 타야하는 이유가 있나. 바쁘면 자동차를 타는 게 합리적인 것 아닌가.
 
“스웨덴 의원지원법에 교통수단과 관련한 세 가지 요구 사항이 있다. 가장 싼 것, 가장 친환경적인 것, 가장 빠른 것 가운데 우선순위를 판단해서 적합한 것을 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달 전에 회의가 잡혀 있었다면 빨리 가는 선택지를 고를 수 없다. 이미 알려진 일정이라면 준비를 하면 되니까. 자전거 타고 와야 한다. 갑자기 특별 상임위원회가 내일로 잡혔는데 나는 지방에 있는 상황이라면 빨리 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세 번째 기준이 있다. 속도에 큰 차이가 없다면 비행기가 아니라 기차를 타야 한다. 세 가지 기준에 맞지 않으면 출장비를 정산 받을 수 없다. 다 깎인다.”
 
- 스웨덴 정치인들은 특권도 없고, 일도 힘든데 정치를 왜 하나.
 
“스웨덴 정치인들에게 ‘뭐가 좋아서 정치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법안을 만드는 특권이 있지 않느냐’고 하더라. 어릴 때부터, 초등학교 때부터 정당 활동을 하고 정치를 배우는 스웨덴 정치인들은 정치 행위의 의미를 사회를 바꾸는 일에서 찾는다. 법안 만드는 일이 가장 의미 있다고 말한다. 자기가 꿈꾸는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본인이 자기 자유를 침해받고 싶지 않다면,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안을 만드는 거다.”


▲최연혁은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런던 정경대 정치학과 박사 후 과정을 거쳐 1997년부터 17년간 스톡홀름의 쇠데르턴 대학에서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15년 예테보리 대학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좋은 정부와 국가의 조건에 대해 연구했고, 2016년부터 린네 대학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스톡홀름의 싱크탱크 ‘스칸디나비아 정책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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