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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저널리즘 Jun 05. 2018

글쓰기의 출발은 질문이다

#55.《당선, 합격, 계급》 펴낸 작가 장강명

장강명 작가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는 장강명의 콘텐츠 창작 노하우를 알고 싶어서였다. 그가 즐겨 쓰는 표현을 빌려, ‘당대의 이야기꾼’인 그의 머릿속을 한번 들여다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신간이 곧 나오니 마무리하고 만나자”며 흔쾌히 인터뷰에 응한 그는 뜻밖에도 르포르타주인 《당선, 합격, 계급》을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나는 저널리스트”라고 스스로를 정의했다.


장강명은 자신의 글쓰기는 ‘질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풀어내는 방식의 차이일 뿐 결국 묻고, 답을 구하는 과정(취재)이 뒤따르는 것은 소설과 르포가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대화가 끝날 즈음엔 그의 창작의 궁극적 목표가 새로운 저널리즘의 구현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확실한 건 그의 머릿속에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마법의 상자’ 같은 것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사직동 스리체어스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소설이 아닌 르포를 쓴 것은 예상 밖이었다.

“의외인가? 조지 오웰이나 마쓰모토 세이초 등 유명 작가 중에 르포를 쓴 사람이 많다. 예전부터 르포나 저널리즘에 관심이 많았다. 나는 당대의 이슈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글쓰기의 동력으로 삼는다. 어떤 질문은 소설로 펴내는 게 맞고, 어떤 질문은 논픽션으로 풀어낼 때 더 힘이 있는 것 같다. 한국 사회의 공모전과 공채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번 책은 취재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르포로 써야 더 힘 있는 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문학상으로 스타덤에 오른 작가가 문학상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문학 공모전의 수혜자가 맞다. 그런데 문학상과 공채 제도는 한국 사회 전반의 시스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 제도와 무관한 한국 사람은 극소수고,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내가 수혜자고, 그래서 편향적으로 볼 수 있다는 우려는 안다. 그런데 명문대 나온 사람은 학벌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것인가? 대통령 뽑은 사람은 대통령에 대해 비판할 수 없나? 난 이렇게 되묻고 싶다.”
 
- 문학 공모전과 공채 시스템 간에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 건지 쉽게 설명한다면.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문학상과 공채를 연결해 생각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문학상을 수상해야 작가라는 타이틀을 쓸 수 있는 한국 문학계에서는 문학 공모전이 결국 공채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쉽게 말해 문학 공모전은 공채의 문학계 버전일 뿐이다. 작가는 글 쓰는 사람인데, 문학상을 받지 않으면 작가라는 호칭을 쓸 수 없다는 것인가? 공개 채용은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문학계, 법조계 등 한국의 여러 분야에서 전형적인 인재 채용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우리가 사람을 발탁하는 방식은 한 가지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는 측면이 있다.”

장강명 작가의 첫 르포르타주 《당선, 합격, 계급》

- 《회색 인간》의 김동식 작가처럼 공채를 거치지 않은 작가도 호응을 받는 시대다. 문학상이라는 제도는 결국 도태되지 않을까?

“공채 시스템을 없애거나 도태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문학 공모전은 많은 작가 지망생에게 구체적 목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순기능이 많은 제도다. 공채, 문학상은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인재 선발 제도 중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문학상이 아니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문제일 뿐 제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나 역시 김동식 작가와 같은 케이스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수많은 작가 지망생에게 ‘모두 문학상 도전하지 말고 김동식 작가 같은 기적을 일으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제도를 합리적으로 고쳐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문학상을 포함한 공채 시스템의 긍정적 요소는 무엇인가.

“한국 사회에서 공채 방식은 사실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제도다. 예를 들어 좋은 집에서 태어나야만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누가 그 현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공채 시스템은 어쩌면 ‘나도 한번 잘되고 싶다, 잘 살아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한국 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공평하고 합리적 방안 중에 하나다. 공채 시스템을 없애야 한다는 사람들이 내놓는 대안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공채 방식을 전면 폐지하자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 그렇다면 가장 먼저 손대야 할 부작용은 무엇일까.

“지금의 공채 시스템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한번 뽑히면 철밥통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도 문제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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