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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저널리즘 May 28. 2018

장인 정신을 시스템으로 구현하다

#54.《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 저자 양도영

미국의 카페 브랜드 ‘블루보틀(Blue Bottle Coffee)’을 설명하려면, 예술과 기술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하얀 바탕에 파란 병 하나만 놓인 극도로 단순한 디자인, 한 잔을 내리는 데 10분씩 걸리는 드립 커피를 고집하는 바리스타는 예술가의 아틀리에를 연상케 한다. 동시에 블루보틀은 단 50여 곳의 매장만 갖고 7000억 원의 가치 평가를 받은 스타트업이다. 구글 벤처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 협업해 새로운 서비스와 도구를 개발하는 혁신 기업으로서의 위상은 커피업계에서는 전례가 없다. 예술과 기술의 조화를 이룬 브랜드는 애플 이후 처음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외식 브랜드 전문가이자 블루보틀의 열성팬이기도 한 양도영 리빌드 대표는 북저널리즘 시리즈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에서 블루보틀의 브랜드 파워가 철학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좋은 커피를 판다는 철학이 제품의 질, 디자인, 기술 개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양 대표를 만나 블루보틀의 전략에서 발견하는 창업과 브랜딩의 핵심 요소를 물었다. 포화 상태인 한국 카페 시장의 미래와 스토어 비즈니스 전략도 들을 수 있었다.


북저널리즘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 의 저자 양도영 리빌드 대표

- 블루보틀이라는 브랜드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처음엔 무조건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단순한 디자인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기 때문이다. 과거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할 때, 창업자들의 인테리어 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단순한 디자인을 고심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단순하면서 예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 고민하던 중에 발견한 곳이 블루보틀이었다.”

- 스타벅스와 블루보틀의 차이는 뭔가.

“두 브랜드는 판매하는 가치 자체가 다르다. 고객에게 제3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콘셉트인 스타벅스는 공간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에 집중한다. 좋은 품질의 커피는 물론 넓은 공간, 좋은 음악,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커피 이외에도 다양한 음료와 식품을 제공해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제3의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를 원한다. 반면 블루보틀은 오직 커피 한 가지만을 판다. 매장에서 유일한 주인공은 커피뿐이다. 커피와 어울리는 간단한 디저트, 커피의 전문가인 바리스타, 커피를 마시는 경험을 풍부하게 해주는 MD 제품 등은 커피 이외에는 그 무엇도 주목되지 않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 ‘커피를 파는’ 브랜드는 블루보틀 외에도 많은 것 같다. 스페셜티 커피업계의 유명 브랜드들과 비교할 때, 블루보틀의 무엇이 그렇게 특별한가. 

“인텔리젠시아, 스텀프타운 같은 미국의 유명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와 비교하면, 블루보틀은 오히려 스타벅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매장 자체의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는 의미에서다. 보통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들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바리스타, 아티스틱한 분위기가 있다. 시스템이나 룰이 중요한 게 아니고 맛있게 내리는 게 중요하다.

블루보틀이 MIT 대학교와 공동 개발한 커피 드리퍼와 필터

반면 블루보틀은 누가 만들어도 동일한 맛을 내는 매뉴얼과 도구를 갖추고 있다. 블루보틀에서는 중량과 함께 초 단위가 표시되는 저울을 쓴다. 커피를 내리는 과정에서 시간을 정확하게 체크할 수 있다. 최근에는 MIT와 협업해 드리퍼와 대나무 성분이 들어간 커피 필터를 개발했다. 블루보틀의 도구를 사서 레시피대로 정확하게 만들면 매장에서와 똑같은 맛을 집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몇 초에 얼마 만큼의 물을 넣는다는 룰만 지키면 정확하게 3분 뒤에 커피가 완성된다. 블루보틀은 대외적으로는 장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그 장인 정신을 시스템화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 그런 시스템이 높은 가치 평가를 받은 배경일까.

“그렇다. 나는 개인적으로 7000억 원도 싸다고 본다. 매력적인 브랜드에, 시스템에, 도구까지 이미 갖추고 있는 기업이 아닌가. 시스템은 매장 확장성을 극대화한다. 네슬레가 블루보틀을 인수하면서 한국과 중국 진출 의사를 밝혔었다. 한국은 아니겠지만, 중국에서는 매장 규모가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 그럴 경우 시스템이 없다면 매장을 확대해서 운영하기가 힘들어진다. 블루보틀이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 ‘카페나 할까’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
 
“가장 먼저 ‘하지 말라’고 한다. (웃음) 현실을 알게 되면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로망만 가지고 어떻게 장사를 하나. 내가 실제로 그런 사람이었다. 회사 다니다가 카페를 차렸다. 자영업의 특징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다 해야 한다는 거다. 직원 관리, 매출과 손익 관리, 물류까지 다 한다. 그럼에도 카페를 하려는 분들이 많은 건, 다른 음식점보다 쉽기 때문이다. 요리 기술이 필요 없으니까.”

- 그런데 왜 하지 말라고 하나.

“지난 10년 간 커피 소비자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장벽이다. 예전에는 동네에 작은 카페 하나 생기면 그냥 가서 마셨다. 지금은 멀리 돌아서 가더라도 스타벅스 가서 마신다. 작년 스타벅스 연 매출이 1조 2630억 원이다. 2~6등 커피 브랜드 매출을 다 합해도 스타벅스보다 적다. 이제 사람들에게 카페의 기준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보다 맛있고, 스타벅스 매장보다 분위기 있지 않으면 망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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