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는 ‘새로운 상식을 세우겠다’는 목표로 2016년 10월 출범했다. 기성 언론과 다른 접근 방식으로 ‘닷페’만의 컬러를 인정받았다. 동성애, 장애인, 미성년자 성매매 같은 소수자 이슈로 인식의 변화를 촉구한다. 남자도 지하철에서 화장할 수 있고 코스프레는 별난 취향이 아닌 하나의 문화라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공개한 여성의 자위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 <그거 앎? 여자도 발기 비슷한 걸 한다>는 유튜브 조회 수 600만 회를 기록했다. 지나치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접근 방식은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의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뉴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비결이 궁금했다. 종로의 한 카페에서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를 만났다.
- 닷페이스는 무슨 뜻인가.
“‘닷’은 변화가 필요한 지점, 혹은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이다. 누구나 자신을 기준으로 3미터 영역 안에 수많은 닷이 있다고 생각한다. 3미터 안의 닷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새로운 상식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닷페이스의 모토를 ‘우리의 이야기가 새로운 상식이 된다’라고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명제나 상식을 규정하고 거기에 맞게 취재하는 방식은 지양한다.”
- 최근 가장 관심 있는 ‘닷’은 무엇인가.
“성소수자의 전환 치료 문제다. 이 문제를 다룰 때 주목한 것은 전환 치료 피해자의 부모님이었다. 그들은 치료라는 명목으로 자녀를 감금하고 폭행하거나 기도로 구원 받을 수 있다며 강제로 ‘상담’하는 프로그램에 보낸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녀를 미워한 것이 아니라 자녀의 커밍아웃이라는 당혹스러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서 폭력적 방법을 쓰게 된 것이다. 잘못된 생각으로 인한 폭력이 ‘사랑’으로 둔갑하거나 포장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 닷페이스는 소수자를 위한 미디어인 셈인가.
“소수자만 위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보여 주려 한다.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지점을 알려 주는 것이 닷페이스의 목표다. 실제로 숫자가 적다고 해서 어떤 특정한 성향의 사람들을 무조건 소수자라고 낙인찍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소수자는 숫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관점에 따라 소수자가 될 수도, 다수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회사 운영에서 절대적으로 고수하는 원칙이 있나.
“‘잘하는 건 잘하자, 못하는 건 못하자’이다. 이 원칙은 당연히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기획하는 방식이 효율적인 사람이 있고, 일단 현장에 가서 부딪치면서 일을 해내는 사람이 있다. 속마음을 숨기는 인터뷰이의 속 깊은 이야기를 잘 끌어내는 사람이 있고, 토크쇼 진행자처럼 조리 있는 언변으로 인터뷰를 주도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할 일은 각자의 능력에 맞는 아이템을 던져 주는 것이다.”
- 하지만 팀원이 적은 스타트업에서는 한 명 한 명의 역량을 일정한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 같은데.
“못하는 걸 억지로 해서 좌절하는 경험이 굳이 필요할까? 반드시 한 명 한 명이 능력자일 필요는 없다. 닷페이스의 조직 문화는 구성원의 약점을 보완하기보다 강점을 살리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닷페이스에 필요한 인재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보다 배움에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면 회사의 상황에 따라 개인의 역할이 수시로 바뀔 수 있다. 어제 필요했던 역할이 오늘 필요하지 않거나, 개별 구성원이 자신이 하던 일 외에 다른 일에 욕심이 생길 수도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각자의 역할을 딱 떨어지게 배분하고 업무의 경계를 나누는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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