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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저널리즘 Jul 22. 2018

왜 프랑스 커플은 결혼을 안 할까?

#62. 《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 이승연 작가

안녕하세요, 북저널리즘 에디터 곽민해입니다. 프랑스의 커플들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보다는 대안적인 결혼 제도 팍스(PACS)를 선호합니다. 시민 연대 계약으로 번역할 수 있는 팍스는 결혼한 부부와 동등한 수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계약을 맺고 끊는 절차는 결혼에 비해 무척 간소합니다.

팍스를 맺고 싶은 커플은 시청에 계약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계약을 이어 갈 마음이 없다면 해지 의사를 담은 서류를 보내면 그만입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법정에 서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습니다. 이렇게 간편한 결합 제도가 있다면, 여러분도 당연히 팍스를 맺을 것 같지 않나요?

물론 이런 걱정을 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맺고 끊기 쉬운 관계라면, 팍스 커플은 서로를 평생의 인연으로 여기지 않을 거라고요. 북저널리즘 《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을 쓴 이승연 작가의 생각은 다릅니다. 프랑스에서 파트너 줄리앙(Julian)과 4년째 팍스를 맺고 사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팍스는 결혼에 비해 느슨한 제도다. 이런 관계에서 서로에게 충실할 수 있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처럼 강조하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 나면 상대방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것 같다. 팍스는 서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가족의 본질에 가까운 제도다.


가족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나?


결혼을 했다고 진정한 부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가족이 되려면 서로의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진심이 있다면 결합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가족의 본질은 결혼 여부가 아니라 함께 생활하면서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공존은 공간을 반으로 나눠 쓰는 개념이 아니다. 한 공간에서 조화롭게 선을 지킨다는 의미인데, 적절한 선을 어떻게 찾았나?


불같이 싸웠다. (웃음) 우리는 날마다 싸우며 서로의 경계선을 알아 가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웠다. 예를 들어 그는 집안이 어질러져 있어도 개의치 않았지만, 나는 물건이 늘 같은 자리에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와 함께 살며 나는 정리 강박에서 벗어나고, 그는 규칙 없이 두던 물건을 정리하는 사람이 됐다. 이렇게 서로를 위해 노력할 수 있었던 건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오롯이 내 의지로 이 관계를 택했다는 책임감이 컸던 덕이다.


주변에도 결혼 대신 팍스를 택하는 커플이 많나?


프랑스인들은 이제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만난 친구나 회사 동료 들은 파트너와 사귄 기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동거를 하고, 아이를 낳으면 결혼을 하거나 팍스를 맺었다. 정부 통계에서도 동거만 하는 커플, 팍스를 맺은 커플, 결혼한 부부를 동등하게 구분한다. 결혼이 더 단단한 계약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동거라고 해서 완성되지 않은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도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선 결혼을 해야 하지 않나. 혼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있을 텐데.


프랑스에서 임신을 하면 가족 수당이 나오는데, 신청 서류의 대부분이 엄마 정보를 쓰는 칸이다. 결혼 여부나 아빠의 유무에 대해 쓰는 칸은 없다. 프랑스에서 태어나는 아이 10명 중의 6명은 팍스를 맺었거나 동거 중인 커플의 자녀다. 프랑스 정부는 2006년부터 혼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가족법을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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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서는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



이승연


미국 칼튼 대학(Carleton College)에서 스튜디오 아트를 전공했다. 졸업 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패션 회사에서 가방과 신발을 디자인했다. 프랑스에 살면서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한국 패션 잡지에 프리랜서 에디터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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