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어두운 회색빛일 줄 알았다.
끝없이 슬프고 외로운 나날일 줄 알았다.
고개를 숙인 채, 쓸쓸한 적막 속에서 한없이 웅크리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밝은 햇살은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책을 통해.
잊은 적은 없지만, 잊고 지낸 책들 속에 쌓인 시간들이
불쑥, 나의 어깨를 감싸 주었다.
마치 이럴 때를 기다려
조용히 내 곁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던 것처럼.
책장을 넘길 때마다
오래전의 나와 다시 마주하고,
잊고 지냈던 따뜻함과 위로 속으로 천천히 스며든다.
때로는 한 줄의 문장, 아니 한 단어만으로도
무너진 마음을 붙잡을 힘이 된다.
그 말들이 내 안에 스며들어
조용히 등을 다독이고, 다시 걸어갈 용기를 건넨다.
무겁던 하루의 그림자가 조금씩 걷히고,
나는 다시 읽고, 다시 느끼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리고 조용히,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