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전에는
큰 목소리의 단어들이 많지 않다.
자주 쓰여서 닳았고,
그래서 더 믿게 되는 말들만 있다.
가장 먼저 펼쳐지는 단어는
아이들.이다.
내 하루가 시작되는 이유이고,
어떤 선택 앞에서도
잠깐 멈추게 만드는 기준.
잘 살아야 할 이유를
매번 새로 알려주는 존재들.
아이들 다음에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돌아갈 수 있는 자리.
잘했을 때보다
버거울 때 더 분명해지는 사람들.
내가 나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없이 허락해주는 세계.
그래서
내 사전에서
보통.이라는 말은 가볍지 않다.
아이들과 밥을 먹고,
가족의 안부를 묻고,
하루를 무사히 넘겼다는 뜻.
아무 일도 없었다는 하루가
사실은 가장 많은 일을 해낸 날이라는 의미다.
준비.라는 말도
다르게 적혀 있다.
떠나기 위해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이 사람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하루를 사는 태도.
아직 오지 않은 일을 걱정하기보다
지금 함께 있는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에 가깝다.
기다림.은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를 믿는 일이고,
가족의 마음이 따라올 때까지
조급해하지 않는 연습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사랑을 재촉하지 않는 방법.
괜찮아.라는 말은
상태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내가 괜찮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가족을 먼저 안심시키기 위해
자주 꺼내게 되는 말.
열심히.는
잘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아이들 앞에서
삶을 대충 살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도망치지 않겠다는
아주 조용한 선언.
남겨진다.는 말도
내 사전에서는 다르게 쓰인다.
버려진다는 뜻이 아니라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가족의 말투 속에서
계속 살아 있다는 의미.
내가 사라진 뒤에도
사랑만은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
사이.라는 단어는
이 모든 말을 이어준다.
일과 집 사이,
엄마와 나 사이,
버티는 날과 웃는 날 사이.
나는 늘 그 사이를 오가며
하루의 균형을 맞춘다.
생활.은
사랑을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이다.
밥을 챙기고,
약속을 기억하고,
아이의 표정을 놓치지 않는 일.
크게 말하지 않아도
계속 이어지는 마음의 형태.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면
끝보다는
아이들에게 어떤 얼굴로 기억되고 싶은지가
먼저 생각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조금 더 조심스럽게 산다.
이 사전에서
가장 자주 접히는 페이지에는
이 말이 있다.
그래도.
피곤해도,
불안해도,
그래도 오늘을 선택하게 만드는 말.
아이들이 있고,
가족이 있으니까.
맨 마지막 장에는
아주 분명한 문장이 적혀 있다.
살아간다.
아이들과 가족이 있기 때문에
기꺼이 선택하는 일.
행복의 기준이 분명해졌을 때
사람은 오히려
더 성실해진다는 사실.
나는 아직
완전히 준비된 적은 없지만
오늘도 열심히 산다.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가족을 향해 마음을 남기며.
이게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나의 사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