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 자리에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영원할 것처럼, 당연하게.
부르면 언제든 대답이 돌아올 거라 믿었다.
그래서 미뤘다.
오늘은 바쁘니까, 다음에.
조금 있다가, 나중에.
그 ‘나중에’가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사라지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목소리는 더 또렷해지고,
표정은 더 선명해진다.
곁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왜 그제야 분명해지는 걸까.
나는 이제야 공기를 향해 말을 건넨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이름을 부른다.
그때 왜 말하지 않았을까.
왜 그렇게 쉽게 지나쳐버렸을까.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잦아졌다.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쩌면 듣고 있을 것 같아서.
한 번만 더 안을 걸.
그 한 번이 이렇게 무거운 일이 될 줄 알았다면,
나는 분명 달랐을 텐데.
우리는 늘 너무 늦게 안다.
사랑이라는 건
곁에 있을 때는 조용하고,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소리를 낸다는 걸.
시간은 늘 충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 번도 우리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잠깐 빌려 쓰고 있었을 뿐인데,
우리는 마치 영원한 것처럼 착각한다.
그래서 놓친다.
가장 쉬웠던 한 통의 전화도,
가장 간단했던 한 마디도.
되돌릴 수 있다면,
딱 한 순간이면 충분하다.
그때로 돌아가,
망설이지 않고 말을 건네고 싶다.
하지만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늦은 말을 꺼낸다.
너를 부른다.
이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