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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les Blog Dec 10. 2022

모유 수유-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할게

Op-Ed

최근 미국 소아과 협회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에서는 모유수유를 2년 정도 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모유수유가 가능한 경우에 한에서 말이다.


모유 수유가 좋은 줄 누가 모르는가?


면역과 지능발달에 좋고, 당뇨병에 걸리지 않을 확률도 높으면서 엄마와의 강력한 유대감 형성도 최고다. 모유가 분유 우유보다 좋다는 연구 결과가 학계와 광고계를 휩쓸고 있으니 더 이상 언급은 필요 없겠다.


그러나 모유 수유가 안 되는 사람은 되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다.

일단 어떤 사람은 충분히 모유가 안 만들어진다.

아이에게 포만감과 충분한 영양을 전달할 만큼의 양이 나오질 않는데 어떻게 수유를 하나.


직장이 있는 엄마는 모유 수유가 불가능하다.

유축기로 젖을 짜서 보관한다고는 하지만 실제 해보면 너무 힘들다.


모유 수유는 엄마가 힘이 세야 한다.

사람의 머리는 신체 부위 중 가장 무거운데 아이는 더더욱 그렇다.

아이의 머리를 받치고 수유를 하다 보면 손목이나 허리 목이 버티질 못한다.


모유 수유 동안 엄마가 지켜야 할 것도 많다.

먹지 말아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먹어야 할 것, 많이 먹어야 할 것.


미국에선 이런 것이 전혀 없이 모유수유를 한다. 

그런데도 힘든데 한국에선 완벽한 모유 수유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지침서가 돌아다닌다.


미국에선 미국 소아과 협회의 이런 결정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뜩이나 힘든 육아에 큰 짐을 얹어놓는 가이드라인이 나왔다고 말이다.


모유 수유는 장점 때문에 하기도 하지만

하지 않으면 미안함, 죄책감, 수치심 등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 하기를 바라는 일을 socially desirable acts라고 한다.

주변의 기대가 높은 일들이다.

공중도덕 지키기, 분리수거 하기, 투표하기, 건강하게 살기, 책 읽기 등이다.


이 사회적으로 기대가 높은 일들은, 반면에, 하지 않으면 질타를 받는 일이기도 하다.

쓰레기를 마구 버린다던가, 투표를 안 하거나, 운동을 하지 않거나, 책을 읽지 않으면

'아이고 저런'

'쯧쯧'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니?'

라는 반응이 뒤따른다.


당신은 2022년에 몇 권의 책을 읽으셨나요?라는 질문에

실제 읽은 책의 숫자에 몇 권 더 보태 답하거나

죄송한 몸짓으로 이런저런 변명을 보태어 이실직고하게 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사회의 기대를 알고 있고 그 기대를 저버린 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알고 있어서이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는 임신과 출산하기가 socially desirable acts가 되었다.

임신과 출산이 사회적으로 응원을 받고 지원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모유 수유까지 기대한다,

임신과 출산만 해 줘도 고맙다던 사회가 '모유 수유를 해야해'라며 태도를 바꾼 격이다. 


방송을 보자.

최근에 출산을 해 육아에 한참인 유명인 방송인들이 나온다.

모유 수유를 한다고 한다.

탄성이 나오며 박수를 친다.

모유 수유를 안 한 사람은 조용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고했다간 갑분싸를 조성하며, 방송 후 인스타에 댓글과 DM 융단폭격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모유 수유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부모와 아이를 위한 것이다.

그 가정에서 결정할 일이다.


2년간 매일 모유수유를 하라는 건 엄마의 몸과 일상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엄마들은 하면 되고

할 수 없는 엄마들은 안 하면 된다.


가치판단이 필요 없는 일이다.


이 세상에서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사랑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내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며 행복할 것이다.

모유 수유로 힘든 엄마가 행복한 육아를 하겠는가?

모유 수유의 압박과 죄책감이 있는 엄마가 즐거운 육아를 하겠는가?


가이드라인은 '그냥 알아두면 좋다고요' 정도로 생각하자.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하자.


*3년간 모유 수유를 해본 경험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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