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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les Blog Dec 10. 2022

미움 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 지음

북 리뷰

미움 받을 용기는 20세기 가장 유명한 심리학자 중 한사람인 Adler 의 이론에 근거해서 쓰였는데 Adler 는 모은 개인은 자신을 얽매고 억압하는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에서 벋어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그들을 만족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재의 심오한 이유인 자유와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두 저자는 인생의 문제점들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고 주장한다. 인생은 우리 스스로가 믿는 대로 구성된다고 한다. 이런 생각과 주장에 기초하여 이 두 저자는 진실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미움 받을 용기를 갖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사실 이 책에 모티브가 된 Adler 는 ‘불완전할 수 있는 용기’라는 구절로 유명하다. Adler 의 제자였던 라제필드가 붙여준 이 구절은 Adler 가 인간에게 준 자유와 용서라는 선물이기도 하다. 자신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야지만 불완전해도 행복한 존재가 됨을 역설하는 Adler 사상을 응축한 것이다. 미움 받을 용기는 불완전할 수 있는 용기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  


미움 받을 용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Adler 가 ‘자신 (self)’에 대해 무엇이라 했는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는 개인의 세계관과 행복은 개인이 어떠한 목표를 지향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주변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 호불호 등에 따라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을 보게 된다.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일이나 삶은 곧바로 ‘내 인생은 엉망이다.’ ‘나는 불행해.’ 라는 사고로 이어지고 실제로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 태반이다.


이 책, 미움 받을 용기에서 강조하는 것은 과거에 어땠었던지 간에 지금 행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과거에 불행했기 때문에 지금도 그 불행이 이어지는 것은 바뀌지 않는 본인의 탓이라는 말이다.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알지만 변화만이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저자들은 우리의 인식과 감정, 의식과 무의식은 떨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행복하려면 인식, 감정, 무의식, 의식이 모두 행복으로 가는 과정에 동원되어야만 한다고 한다. 생각만 행복해야지 하고 감정은 불행한 상태라면 진정한 행복은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생각, 감정, 생활 태도, 패턴, 모두를 행복으로 가기 위한 한 방향을 정렬해야 한다.


사실 이 전까지의 미움 받을 용기는 Adler 의 이론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흥미를 잃어가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바로 나의 모든 것을 일렬로 세워 목표와 맞춰야 한다는 부분에서 이 책의 가치를 찾게 되었다.   


내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자신의 절친과 자신의 아이가 동갑이라 서로 왕래도 잦고 아이들끼리 같이 놀기도 하며 형제처럼 지냈다고 한다. 어느 날 친구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에게 욕을 하며 얼굴을 할퀸 일이 발생했다. 두 엄마는 놀라 아이들에게 달려가 자초지종을 들었다. 친구에게 말하기를 ‘네 아이 잘못이니 내 아이에게 사과를 하도록 해줘.’ 라고 하자 친구는 ‘아이들끼리 놀다가 서로 싸운 걸 가지고 무슨 사과를 하니.” 라고 응수했다. 그 길로 이 엄마는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절친의 집에서 나왔고 그녀와의 인연을 끊었다고 한다.


내 아이를 사랑하고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한다면 이 엄마처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리라. 절친과의 사교, 그녀로 인해 생긴 다른 인간관계 등을 생각하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에게 잘못하면 사과해야 한다는 교훈을 가르쳐야 하고, 억울하게 맞은 아이가 어른들의 ‘퉁치기’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고, 가해자인 아이와 울며 겨자 먹기로 친분을 유지해야 하는 고통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것이 미움을 받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이날 이 엄마는 절친을 잃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귀한 자신의 아이에게 살아있는 교훈을 가르쳤고, 엄마는 옳은 결정을 내린다는 본을 보인 것이다. 그것이 자신과 아이의 행복으로 연결됨은 말할 것도 없으리라.


저자들은 과거의 불행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발생했던 트라우마로 지금 불행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현재까지도 불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불행과 어두운 기억에서 move on 해서 현재를 행복하고 충실히 즐기며 살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과거에 얽매어 불행한 것도 자기 자신이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불행하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해 가는 과정에서 성취감, 자신감, 우월감을 느껴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된다. 열심히 일했으니 결과도 좋을 것이다. 가난하고 우울한 어린 시절이 지금의 나를 결정짓지 않는다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예로,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고 하자. 부모님의 이혼은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데 주로 대인관계의 영속성, 타인에 대한 신뢰, 이성에 대한 개념 등이 비뚤어지거나 부정적으로 형성이 된다. 그러나 모두 같은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 부모님이 이혼한 친구가 있었다. 모두들 걱정했지만 이 친구는 아버지의 부재를 자유와 책임의 기회로 생각했다. 매일 잔소리하는 아버지가 없어져서 자유로 왔고, 대신 가장이 없는 가정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느꼈다고 한다. 안하던 공부를 하게 되고 없었던 목표를 만들어 결국 대학에 진학하고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 지금 그 친구를 보면 이혼 가정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저자들이 트라우마나 실패의 상처를 씻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Loser 취급하는 것은 매우 걱정스럽고 불편하다. 사람의 상처는 심리적, 인지적,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준다. 이것을 목표설정으로 극복이 되거나 기분이 상승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의지로 극복되지 않아서 트라우마 인 것이다. 트라우마는 신체를 무너뜨려 감각을 상실하게도 하고 지나치게 예민해 자극을 견디지 못하기도 한다. 약물이나 심리치료를 동반해도 수개월 또는 수 년 동안 회복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너는 의지가 없어.’ ‘네가 이런 이유는 네 자신이 약해서야.’ 라는 손가락질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한 가지 다행한 것은 저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획득된 무기력’ (Learned helplessness)이 나쁘다는 것이다. 트라우마에 빠져 ‘나는 회복될 수 없을 거야’라고 단단히 믿고 있으면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목표로 하며 생각과 감정, 일상을 회복에 맞추어야 한다.


심리학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 책은 용기 있게 살아가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제시한다.

먼저 불가능한 목표를 피하라. 다른 이들의 끊임없는 요구에 의해서나 나의 한계를 넘어선 목표는 처음부터 정하지 말아야 한다. 더 좋은 방법으로는 요구를 하는 상대의 기대를 처참히 짓밟아버리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손가락질을 받을 각오는 해야 한다. 그러나 나의 행복에 걸림돌은 애초에 제거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때 저자들은 자신만의 목표로 바로 직진하라고 한다.  


두 번째 팁은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는 것이다. 두려운 목표는 포기하면서 살다 보면 행복과는 점점 멀어진다. 저자들은 불행한 사람들은 피하고 외면하고 돌아가고를 반복하면서 희망이 없고 불쌍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세 번째로 대인관계를 건강하게 가져라 라는 팁이다. 불행한 사람은 다른 이의 기대를 충족하려고 애쓰는데 이에 실패했을 경우 그 사람에 대해 적대적이 되어버린다. 내 실패의 원인제공자이기 때문이다. 저 사람 때문에 내가 실패했고 내 인생이 망가졌다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 청소년들을 보면 공부가 좋아서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부모님의 기대와 성화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청소년 문제를 다룬 드라마들을 보면 이 끔찍한 입시의 레이스에서 낙오된 청소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부모의 탓을 하며 부모와의 사이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린다. 자신의 목표를 달려가는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건강하고 신뢰하는 인간관계를 가진다.   


네 번째. 다른 사람들을 도우라. 다소 뜬금없는 조언인데 행복한 사람들은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 관대하고 망설임이 없다. 거창한 자선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내 마음이 편하니 다른 이들에게도 너그러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주위의 기대와 압력에서 벗어나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위를 불편하게 할지라도 ‘내’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 미움을 받아도 좋고 나쁜 평을 받아도 할 수 없다. 내가 정한 목표대로 준비하고 부딪히며 걸어가야 나의 인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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